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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마다 400만원씩 모아줄테니, 한전 물러가라"

"가구마다 400만원씩 모아줄테니, 한전 물러가라"
[인터뷰]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 대표 김준한 신부
[오마이뉴스] 윤성효 | 13.09.21 17:20 | 최종 업데이트 13.09.21 17:20


"창조경제적 관점에서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입니다. 주민들이 제시한 여러 대안을 뛰어넘을 창조적인 대안을 정부가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그 실무자들은 무능한 것입니다.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후진국처럼 주민들을 협박하고 일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사라지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주민들과 함께 해온 김준한 신부(천주교 부산교구 남밀양본당 주임)가 강조한 말이다.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천주교부산교구 정의평화위원회 부위원장과 '고(故) 이치우 열사 분신대책위' 공동위원장을 지냈다.

김준한 신부는 송전탑 공사를 막기 위해 거리에서 촛불을 들기도 하고, 지난 5월 공사 현장에서 경과지 주민들과 함께해오기도 했다. 한국전력공사는 김 신부와 밀양765kV송전탑반대대책위 이계삼 사무국장·경과지 주민 24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가처분신청'을 법원에 내놨다. 이로써 종교인이 주민들과 같이 법정에 서게 됐다.

▲ 밀양 765kV 송전탑 반대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가 9월 11일 밀양시 단장면사무소 앞에서 정홍원 국무총리한테 전달하기 위한 '호소문'이 든 봉투를 들고 기다리고 있다. ⓒ 윤성효

정부와 한국전력은 추석 이후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의사를 밝혔다. 한국전력은 밀양 송전탑 공사 재개 시점을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는데, 오는 23일 아니면 10월 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밀양 주민들은 추석에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김준한 신부는 "진정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의지가 아니라 창의적인 패러다임 개발이 우선돼야 한다"며 정부와 한국전력이 밀양 송전탑 문제에 대해 새로운 접근을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다음은 김준한 신부와 지난 17일에 나눈 대화다.

- 신부님께서는 처음에는 어떤 계기로 송전탑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는지요.
"특별한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밀양에 발령받아 와 있는데, 이전 관변단체 출신 대책위 관계자의 간절한 부탁을 받고, 송전탑 문제에 결합하게 됐지요. 그게 계기입니다. 그런데 참으로 안타깝네요. 그때는 그렇게 애타게 결합해 달라고 요청하던 이들은 지금은 다 사라지고 없어요. 지금은 오직 경과지 주민들만 남은 셈인데, 그때 결합해 달라고 부탁하던 목소리의 진정성이 문제라는 생각도 듭니다."

- 밀양 주민들은 지난 8년간 싸워왔는데, 싸움이 길어지고 있는 원인은 무엇이라 보는지요?
"이 문제는 끝없는 평행선을 걸을 문제가 아닙니다. 서로가 조금씩 양보하며 종합적인 대안을 찾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건너가야 할 이 이즈음에 한국전력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가 과거의 방식을 고집하고 있어 평행선입니다. 싸움의 과정을 잘 들여다보면 지금껏 한국전력과 산업부는 어떤 대안도 내세우지 않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태적 감수성"

- 신고리-북경남 송전선로 건설 공사에 있어 다른 지역인 부산 기장·양산·청도 등지와 달리 밀양이 유독 반대가 심한 것은 왜 그렇다고 보는지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생태적 감수성입니다. 땅과 마을의 가치에 대한 이해방식이 다릅니다. 그리고 아직도 굳건한 농촌문화입니다. 파편화된 도시문화와 달리 품앗이 등 공동체적 문화가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당 주민과 시민단체의 건강한 결합이 그것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 지난 9월 11일 정홍원 국무총리와 면담이 결렬되고 말았는데, 당시 상황을 간단하게 설명해 주시고 면담이 중단된 이유는 무엇 때문인지요.
"저희들은 최소한 이번 국무총리의 방문이 '보상안 발표'와 '태양광 밸리사업 MOU 체결'(한국전력에서 하는 송전탑 지원 사업의 하나)과 연결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정말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순수하게 찬성과 반대 측 주민, 행정기관 등을 두루 방문하고 의견을 청취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만 지금껏 진행되던 갈등을 총리의 방문으로 완결 지으려고 반대 측 주민을 들러리 세우듯이 형식적인 면담을 한다면 거절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방문 전날 밤 전격적으로 총리의 방문이 보상안 발표와 관련되지 않았고 그 발표는 유보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정작 면담 석상에서 약속 이행 여부에 대한 질문에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반대 측 주민과의 대화라는 그림을 그리기 위한 기만적인 태도이기에 면담은 결렬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 일부에서는 산업부 장관에 이어 국무총리까지 밀양을 방문한 것은 그만큼 정부가 밀양 송전탑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 보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의지는 내용으로 증명돼야 합니다. 어떠한 대안도 없이 옛날부터 해오던 보상안을 금액만 조금 더 증액시켜서 밀어붙이는 것은 불성실한 태도입니다. 수백 명의 박사와 전문가가 포진해 있는 한국전력과 산업부가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안을 성실하고 공개적으로 제시하지 못하고 보상만으로 해결하려고 한다는 것은 직무유기 내지는 무능함이라고 생각합니다. 진정으로 선진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쩌면 의지가 아니라 창의적인 패러다임 개발이 우선돼야 합니다."

- 대책위에서는 765kV 송전탑이 이미 들어선 지역을 답사했는데, 그 결과를 밀양과 비교할 때 앞으로 어떤 피해가 있을 것이라 보십니까.
"이미 예상되는 암 발생과 소음피해 등의 건강권 피해, 지가 하락 등의 재산권 피해가 가장 크게 대두됩니다. 그리고 공사강행 와중에 발생할 인권침해는 끊임없이 반복되리라 예상합니다. 이번 답사에서 확인한 것 중 중요한 것은 한전은 똑같은 매뉴얼로 한 번도 변함이 없이 밀어붙이기식 공사를 한다는 것입니다."

- 최근 송전선로 주변지역에 대한 보상안 합의(가구당 400만 원꼴)가 나왔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주민들의 첫 번째 반응은 오히려 자신들이 가구별로 400만 원씩 거둬 줄 테니까 그것 받고 한국전력은 물러가라는 겁니다. 8년을 싸워온 주민들을 대상으로 400만 원을 보상안이라고 제시하는 것은 주민들을 모독하는 것입니다. 더더구나 보상이 필요 없다는 사람에게 결국은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냐는 식으로 언론에 호도하기 위한 기만적인 태도라고 하겠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이런 위법적인 제안을 누가 했는지 대단히 궁금합니다."

- 밀양 일부 시민들은 정부가 '나노산업'과 '국도25호선 확포장사업' 추진을 약속했다며 송전탑 건설을 받아들이자는 분위기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우리나라 정치역사에서 가장 슬픈 것 중에는 좀 힘이 있는 지역구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 국가 예산을 비논리적으로 가져다 쓰는 것이었습니다. 나노산업은 그런 면에서 필요하다면 우리나라의 거시적인 경제구조와 밀양의 조건을 고려해 최선을 다해 유치하도록 힘쓰면 되는 것이지 그것을 협상의 카드로 쓰는 것은 대단히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됩니다. 그리고 국도 확포장사업은 당연히 국가가 해줘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을 송전탑 문제와 연관시키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의무를 무기화하는 것입니다."


"한번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 송전탑 공사는 국책사업이기에, 반대할 수 없지 않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한 번도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해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한국전력은 공기업이면서도 사기업보다도 더 한 마인드 속에서 오로지 한국전력의 입장에서 송전선로를 설계하고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국책사업이라는 측면에서 그들이 고민하고 국민의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진정한 국책사업이라고 한다면 이와 같은 노선 선정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겁니다. 그래서 한국전력은 하나의 전기사업자로서 국책사업을 진행하지 않는 사기업의 경제적 이익에 따라 무리하게 공사강행을 시도하고 있는 것입니다."

▲ 정홍원 국무총리가 송전탑 반대 주민 대표와 간담회를 갖기 위해 11일 오후 밀양시 단장면사무소를 방문하기에 앞서, 반대 주민 대표들이 모여 있다. 왼쪽부터 백영민, 김준한, 이남우, 안영수, 양윤기, 최민자 대표. ⓒ 윤성효

- 정부는 송전탑 공사가 늦어지면 전력 수급에 차질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정부가 전력수급 차질의 과학적인 근거를 내놓기를 바랍니다. 밀양 765kV 송전선로가 없어서 전기를 생산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기존송전선로로 전기를 보낼 수 있다는 것도 한국전력 전문가의 증언이 공중파 방송(<추적 60분>)으로도 방영이 됐는데 어떤 근거로 그런 말을 하는지 정부가 주민들을 과학적으로 설득해야 할 겁니다."

- '송변전설비주변시설보상및지원에관한법률'을 개정해 개별직접보상이 가능하도록 하겠다고 하는데, 이 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먼저 이 법률안은 밀양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소급적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법률안에서 직접보상을 가능하게 하겠다면 재정 마련 등의 계획을 같이 제시해야 합니다. 예산 확보도 하지 않고 법률을 만드는 법은 없습니다. 반드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765kV 송전선로와 주거지역은 공존할 수 없습니다. 보상이 아니라 주민들의 생활공동체를 파괴하지 않고 우회 내지 지중화 혹은 분산형 발전소를 건설해 송전탑을 최소화시키는 것이 재정도 아끼고 주민들의 삶도 살리는 방법입니다. 그런 면에서 보상법률안은 한시적인 미봉책인데 지금 제시된 법률안은 그 미봉책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 밀양 송전탑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요.
"정부는 국무총리까지 나서면서 공사를 강행하려고 합니다. 이것은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런 면에서 민의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은 임명직이 아닌 국민의 손으로 선출된 국회의원입니다. 여러 가지 나름대로 많은 애를 썼음에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포기할 것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이와 유사한 분쟁이 반복되리라 예상된다면, 이번 밀양의 경우가 가장 좋은 기회로서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모델을 국회가 앞장서서 끝까지 마련해야 한다고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 밀양에는 송전탑 찬성 주민들도 있고, 찬성 주민 대표들은 보상안에 합의를 하기도 했는데, 찬성 주민에 대해 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지요.
"찬성주민이 아니라 찬성을 유도하고 있는, 정말 말 그대로 몇몇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라고 해야 할 겁니다. 그분들도 말합니다. 송전탑 공사 찬성하는 것이 아니라 이길 수 없을 것 같으니 그냥 보상안이라도 제대로 받자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했으면 합니다. 지금은 싸움의 와중입니다.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본인들도 그렇게 싫어하는 송전탑 반대를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하지 않겠냐고요. 그리고 열심히 싸우고 있는 바로 이웃을 옆에 두고서 한쪽에서 돈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한국전력공사는 대책위와 주민 포함 26명에 대해, 공사방해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는데, 왜 했다고 보는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요.
"한국전력이 가장 좋아하는 협박입니다. 이건 법률의 탈을 썼지만 주민을 두려워하게 하게 만들려는 전형적인 방법입니다. 솔직히 대단히 치졸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이 더 이상 어쩔 수 없어 법에 호소한다고 하지만 언론에 알려지기 전에 법 이전에 주먹으로, 폭력으로 주민들에게 물리력을 가했고, 그것이 성폭력과 분신 사태를 초래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와서 법에 호소한다고 하면 도대체 그 진정성을 누가 믿을 수 있을까요? 또한 낡은 '전원개발촉진법'의 개정을 말하면서 그 법에 기대어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것은 웃기지도 않은 코미디입니다. 이에 대한 대응은 차후 논의하여 한전의 기만적인 태도를 드러내는 방향으로 뜻을 모아볼 것입니다."

- 정부와 한국전력은 추석 이후 송전탑 공사를 재개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며, 대응은 어떻게 하실 것인지요.
"신고리 3호기 부품 성적서 위조 건에도 보이듯이 이미 연내뿐만 아니라 내년 상반기에도 발전소의 상업운전은 물 건너갔습니다. 전력대란의 공포는 근거 없는 허위사실 유포라는 것을 전문가들도 인정할 겁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지금 이렇게 치열한 분쟁의 와중에 공사를 재개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한국전력이 대답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주민들은 힘이 없습니다. 수천 명의 공권력과 수백 명의 한전 직원 앞에서 주민들의 한 줌도 되지 않습니다. 주민들이 무슨 힘이 있어서 폭력적으로 그들을 막겠습니까. 처음부터 싸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다만 주민들은 진정성, 그것으로 대응할 것입니다."

- 종교인으로서 밀양 송전탑 갈등의 원만한 해결책을 제시한다면 어떤 생각이신지요.
"한때 한국전력에서 종교인에 의해 선량한 주민들이 세뇌됐다고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거창하게 종교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사안이 아닙니다. 이것은 지극히 상식적인 문제입니다. 굳이 시국과 관련한다면 창조경제적 관점에서 낡은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과 관련된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주민들이 제시한 여러 대안을 뛰어넘을 창조적인 대안을 정부가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만약 그것이 없다면 그 실무자들은 무능한 것입니다. 언제까지 우리나라가 후진국처럼 주민들을 협박하고 일부 주민들이 피해를 입고 사라지는 방식으로 일을 할 수는 없지 않습니까."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이용훈 주교)는 지난 12일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회의를 열고 전국 시국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김 신부는 이날 밀양 송전탑 갈등과 관련해 현안 보고하기도 했다.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는 "어떠한 사업도 사람의 생명을 담보로 강행돼서는 안 된다"며 밀양 송전탑 문제에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출처 : "가구마다 400만원씩 모아줄테니, 한전 물러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