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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황교안 법무장관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

[단독] 황교안 법무장관의 삼성 '떡값' 수수 의혹
1999년 삼성 관련 사건 수사 때, 황교안 법무 '떡값' 수수 의혹
[한국일보] 남상욱기자 | 입력시간 : 2013.10.04 03:34:56 | 수정시간 : 2013.10.04 13:53:48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부장검사로 재직할 당시 성매매 사건 수사 대상에 올랐던 삼성그룹으로부터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황 장관은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던 ‘삼성X파일’ 사건을 맡아 삼성에서 ‘떡값’을 받은 검사들을 무혐의 처분한 바 있다.

3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에 따르면 황 장관은 1999년 서울지검 북부지청 형사5부장 시절 삼성그룹 구조본부 임원들이 연루된 ‘고급 성매매’사건을 수사했다. 검찰은 윤락업계 종사자를 조사하다 삼성 임직원 리스트와 이들 사이에 오간 돈의 흐름을 발견, 임원 일부를 소환 조사했다. 검찰은 이들이 해외출장에 여성들을 대동한 사실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삼성 직원에 대해선 무혐의로 종결됐고, 이후 삼성 측이 황 장관에게 검사 1인당 300만원씩 총 1,500만원 상당의 상품권을 건넸다는 게 이들 관계자의 말이다.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김용철 변호사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이다”라고 밝혔다. 당시 수사 검사들은 이를 몰랐거나 뒤늦게 안 것으로 전해졌다. 김 변호사는 “(황 장관이) 위에 상납했는지 혼자 다 챙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중에 들으니 그랬다고(혼자 챙겼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지난 2월 황 장관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삼성X파일’ 부실수사 논란이 집중 거론됐었다. 황 장관은 2005년 서울중앙지검 2차장 시절 1997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도청전담팀이 당시 이학수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과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이 나눈 대화를 도청한 사건을 수사 지휘했다. ‘삼성X파일’로 불린 녹취록에는 삼성이 대선자금을 제공하고 일부 검사들에게 지속적으로 ‘떡값’을 주며 관리한 정황이 담겨 있었다. 그러나 황 장관은 ‘떡값 검사’로 지목된 검사들과 삼성 측 관계자를 무혐의 처분한 반면, 도청 자료를 공개한 이상호 전 MBC 기자는 기소해 삼성 봐주기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황 장관은 떡값 수수 의혹에 대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특검을 통해 다 해소가 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변호사가 2007년 ‘떡값 검사’ 명단 일부를 폭로하면서 꾸려진 삼성특검 역시 검사들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해 ‘부실 특검’ 논란을 빚었다.

황 장관의 이름은 당시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으며, 불기소 사유가 공소시효가 지나서인지 김 변호사의 진술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해서인지에 대해서는 확인되지 않았다. 당시 특검 관계자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특검이 (삼성에서) 검사에게 (돈을) 갖다 준 적이 없는 걸로 미리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했다”고 주장했다.

삼성X파일 수사 소극적… '떡값'과 관련 있었나

남상욱기자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삼성X파일' 부실수사 논란에 대해 "도청 내용만으로는 부족해 다른 증거를 찾으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이어 "증거가 확보되면 기소했고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으면 하지 않았다", "법의 테두리 안에서 필요한 사람은 다 조사했다"고 항변해 무사히 인사청문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황 장관이 삼성그룹으로부터 거액의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당시 그의 답변도 설득력이 떨어지게 됐다. 황 장관의 금품수수 의혹이 15년 전 일이라고 해도 논란은 현재형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2005년 7월 이상호 당시 MBC 기자가 옛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도청 내용을 담은 테이프를 입수해 삼성그룹과 정치권, 검사들 간의 관계를 폭로한 '삼성X파일'사건은 사회 이목이 집중된 '빅 이슈'였다. 도청 내용에는 1997년 대선을 앞두고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현 회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장이 한 호텔에서 만나 특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자금 제공을 논의하고 떡값을 주며 관리해 온 검사들을 언급한 충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었다. 검찰은 곧바로 수사에 착수, 5개월에 걸쳐 조사를 했다.

하지만 수사 결과를 두고 검찰 안팎에서는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황 장관은 당시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로 사건을 지휘하면서 홍 회장과 이 전 부회장, 김인주 당시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사장 등 삼성 임원을 무혐의로 처리한 반면, 사건을 보도한 이상호 기자와 이른바 '떡값 검사'의 실명을 공개한 노회찬 전 민주노동당 의원은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게다가 삼성 관계자들은 출국금지는 물론이고,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도청 내용에 나온 비위 사실이 아니라 명단 공개와 같은 형식만 수사한 것", "삼성을 봐주기 위한 편파 수사"라는 비판 여론이 뜨거웠다.

당시만 해도 황 장관에 대한 비판은 '자기 식구 감싸기'에 급급했다는 데 집중됐다. 그러나 그 역시 삼성에서 금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황 장관이 삼성의 관리 대상이어서 삼성 관련 수사에 소극적이었던 것 아니냐는 혐의가 더해지게 됐다.

특히 채동욱 전 검찰총장 사태 이후 황 장관에 대한 검찰 내부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는 점도 황 장관의 입지를 줄이고 있다. 황 장관은 올해 검찰의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수사 당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하지 말라"고 채 전 총장에게 압박을 가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채 전 총장의 '혼외 아들' 의혹이 불거지자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감찰을 지시해 채 총장의 사퇴를 유도했다. 검찰 관계자는 "황 장관이 청와대의 의지에 따라 검찰의 독립성을 훼손했다는 말이 많고, 앞으로 여러 사건의 수사 결과를 내놓을 때 신뢰성에 타격을 받을 것 같아 걱정이다"고 말했다.

이번 금품수수 의혹과 관련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검찰 내부에서는 "옛날 일이라고 하고 사실이 아니라고 하지만, 이번 의혹도 채 총장을 사실상 사퇴시킨 감찰 지시를 내리며 든 이유와 크게 다를 것이 없지 않나", "같은 잣대라면 장관 역시 물러나야 한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민주당이 최근 "검찰총장 찍어내기 공작에 모르쇠로 일관했고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에 대한 청와대 외압에 침묵했다"며 황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제출하기로 결의해 파장은 정치권으로도 확산될 전망이다.


출처 : 1999년 삼성 관련 사건 수사 때, 황교안 법무 '떡값' 수수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