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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인혁당 배상금 절반만 반환하라”

“인혁당 배상금 절반만 반환하라”
대법서 배상액 줄어 반환 처지
재판부, 피해자 고려 화해권고

[한겨레] 이경미 기자 | 등록 : 2013.10.07 08:19


국가가 인민혁명당(인혁당) 사건 고문·조작 피해자들을 상대로 과다 지급된 배상금을 돌려달라고 낸 소송에서 법원이 “공평한 해결을 위해 과다 지급된 배상금의 절반만 돌려주라”며 화해권고 결정을 내렸다.

애초 1·2심 판결에 따라 이들한테 배상금의 절반 이상이 미리 지급(가지급)된 상태에서 대법원이 배상금 액수를 절반 이하로 대폭 깎아버리는 바람에 피해자들이 거액을 다시 내놓게 된 처지 등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 국가가 지난 7월 인혁당 피해자 가족 77명에게 모두 251억 원을 돌려달라고 낸 여러 건의 소송 가운데 처음 나온 판단이어서 주목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부(재판장 이성구)는 국가가 인혁당 피해자 강아무개(86)씨와 가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국가가 청구한 15억3000만 원 가운데 절반인 7억6500만 원을 내년 6월 말까지 나눠 지급하라는 내용의 화해권고를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의 공평한 해결을 위해 당사자의 이익, 그밖의 모든 사정을 참작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으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8년 8개월을 복역했다. 강씨는 2007년 재심에서 무죄를 받은 뒤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법원은 1·2심까지 강씨 가족에게 49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하면서 이 가운데 33억5000만 원을 먼저 주라고(가지급) 결정했다. 그러나 2011년 대법원은 30여년치 이자(지연손해금)를 주는 건 부당하다며 전액을 깎았다. 결국 강씨 가족의 배상금은 18억2000만 원으로 대폭 줄었고, 먼저 받은 배상금 가운데 15억3000만 원을 반환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강씨는 “출소 뒤에도 사면복권이 안 돼 10년간 일자리를 얻지 못했고 가족들이 힘들게 버텨왔다. 4년 전 받은 배상금으로 그동안 쌓인 빚을 갚고 도와준 분들에게 보답하고 남은 돈은 집세 등 생활비로 쓰고 있다. 가해자였던 국가가 이제는 채권자가 돼서 괴롭히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피해자의 아들 이아무개(59)씨는 “아버지가 출소 후 사업을 하시다 실패해, 연대보증을 선 어머니께서 배상금으로 빚을 갚았다. 취직하기 어려운 형제들은 배상금으로 장사를 했지만 대부분 실패했다”고 말했다.

재판부도 법 집행과 피해자들의 사정을 두고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 한 변호사는 “인혁당 사건이 ‘사법살인’이라고 할 정도로 사법부가 잘못한 일이고, 대법원이 사실상 배상금을 적게 주려고 판례를 변경하는 바람에 생긴 문제이므로 피해자들한테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화해권고 결정은 14일 이내에 양쪽 당사자의 이의신청이 없으면 확정된다.


출처 : “인혁당 배상금 절반만 반환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