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전탑 강행 뒤엔 ‘유신 악법’ 전원개발촉진법 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제정
사업자가 산자부 승인 받으면 설치 검토 안거치고 건설 추진
입지 선정 등 주민참여 보장않고 피해보상 법률적 근거도 없어
민변 “한전 보상제, 회유의 미끼, 공동체 파괴하는 수단에 가까워”
[한겨레] 김효실 기자 | 등록 : 2013.10.14 20:04 | 수정 : 2013.10.14 21:34
전문가들은 밀양 송전탑 갈등이 ‘우리나라 송전선로 사업의 근원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계획 수립부터 추진 과정, 보상 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성, 객관적 검증절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관련 법인 ‘전원(電源)개발촉진법’은 ‘법 위의 법’으로 군림하며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행정집행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8년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은 사업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도로법·하천법·수도법·농지법 등 19개 법령에서 다루는 인·허가 사항을 모두 거친 것으로 본다. 도로법 등은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 검토 과정에서 시설 설치의 문제점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원개발촉진법은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1970년대 정부가 사업자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든 법이라, 민주화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입지 선정 등 주민참여권 보장않고
피해보상 법률적 근거도 마련안돼
민변 “한전 보상제, 회유의 미끼
공동체 파괴하는 수단에 가까워”
또 전원개발촉진법은 주민 처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입지 선정 절차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송전선로의 입지 선정은 법률적 근거 없이 사업자인 한전의 내부 방침에 따라 진행된다. 한전은 한전 관계자, 사업 관계자, 주민 대표, 지역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갈등조정 전문가 등으로 ‘입지선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지만 법률상 설치 근거가 없다. 위원회 결정이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한전이 임의로 내부에 입지선정위원회를 두고 운영하거나 아예 위원회 설치를 생략할 수도 있다. 2009년 개정 때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이마저도 한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식행위로 진행될 뿐이다. 입지 선정과 경로 결정에 주민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피해 보상도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협소해, 사업자인 한전이 사실상 법률적 근거 없이 내부 규정에 따라 해왔다. 또한 법률상 보상이 아닌 간접적·임의적 보상이기 때문에,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을 적대적인 관계로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송전선로와 거리에 따라 주민들의 찬성·반대 경향이 결정되는데, 한전의 보상금은 피해가 덜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피해가 큰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정일 환경위원장은 “한전 내규에 의한 보상제도는 사실상 보상이 아니라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미끼’이며, ‘공동체 파괴 수단’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최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송전시설 설치가 ‘완료된 뒤’의 보상만 다루므로 건설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법률은 아니다.
전원개발촉진법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실행계획의 밑바탕인 ‘장기 송·배전설비계획’과 ‘전력수급 기본계획’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 없이 수립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업법’은 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각각 전력정책심의회·전기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심의기구에 불과한 위원회 구성이 산자부 장관에게 맡겨져 있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민주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원사업은 지금까지 특정 집단의 ‘희생’으로 유지돼 왔지만, 최근에는 쉽게 봉합하기 어려운 환경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 많은 법들 때문에, 일단 한전에 의해 송전선로가 지나가도록 계획된 곳의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반대를 해도 보상금을 좀 더 받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도 송전탑 갈등을 단순히 ‘비선호 시설’에 대한 입지 갈등 측면에서만 접근한다. 이제는 환경정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송전탑 강행 뒤엔 ‘유신 악법’ 전원개발촉진법 있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제정
사업자가 산자부 승인 받으면 설치 검토 안거치고 건설 추진
입지 선정 등 주민참여 보장않고 피해보상 법률적 근거도 없어
민변 “한전 보상제, 회유의 미끼, 공동체 파괴하는 수단에 가까워”
[한겨레] 김효실 기자 | 등록 : 2013.10.14 20:04 | 수정 : 2013.10.14 21:34
전문가들은 밀양 송전탑 갈등이 ‘우리나라 송전선로 사업의 근원적 문제를 제기하는 사례’라고 입을 모은다. 사업계획 수립부터 추진 과정, 보상 대책에 이르기까지 모든 단계에서 절차적 민주주의, 투명성, 객관적 검증절차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관련 법인 ‘전원(電源)개발촉진법’은 ‘법 위의 법’으로 군림하며 한국전력공사(한전)가 주민들의 토지를 강제수용하는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반민주적 행정집행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박정희 유신정권 말기인 1978년 만들어진 전원개발촉진법은 사업자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부터 실시계획 승인을 받으면 도로법·하천법·수도법·농지법 등 19개 법령에서 다루는 인·허가 사항을 모두 거친 것으로 본다. 도로법 등은 다른 부처나 지방자치단체가 인·허가 검토 과정에서 시설 설치의 문제점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전원개발촉진법은 이를 원천적으로 배제하는 것이다. 에너지정의행동 이헌석 대표는 “1970년대 정부가 사업자의 편의를 우선적으로 고려해 만든 법이라, 민주화 시대에는 맞지 않다”고 비판했다.
입지 선정 등 주민참여권 보장않고
피해보상 법률적 근거도 마련안돼
민변 “한전 보상제, 회유의 미끼
공동체 파괴하는 수단에 가까워”
또 전원개발촉진법은 주민 처지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입지 선정 절차에 관해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송전선로의 입지 선정은 법률적 근거 없이 사업자인 한전의 내부 방침에 따라 진행된다. 한전은 한전 관계자, 사업 관계자, 주민 대표, 지역 전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갈등조정 전문가 등으로 ‘입지선정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지만 법률상 설치 근거가 없다. 위원회 결정이 강제력이 없을 뿐 아니라 한전이 임의로 내부에 입지선정위원회를 두고 운영하거나 아예 위원회 설치를 생략할 수도 있다. 2009년 개정 때 주민 의견을 듣도록 하는 내용이 추가됐지만, 이마저도 한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요식행위로 진행될 뿐이다. 입지 선정과 경로 결정에 주민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2010년 국민권익위원회는 주민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전원개발촉진법을 개정하도록 권고했지만 아직 개선되지 않았다.
피해 보상도 법률에 규정된 내용이 협소해, 사업자인 한전이 사실상 법률적 근거 없이 내부 규정에 따라 해왔다. 또한 법률상 보상이 아닌 간접적·임의적 보상이기 때문에, 사업에 찬성하는 주민과 반대하는 주민을 적대적인 관계로 만드는 수단으로 악용되곤 한다. 송전선로와 거리에 따라 주민들의 찬성·반대 경향이 결정되는데, 한전의 보상금은 피해가 덜한 주민들의 반발을 무마하면서 피해가 큰 주민들을 고립시키는 수단으로 이용될 소지가 크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의 이정일 환경위원장은 “한전 내규에 의한 보상제도는 사실상 보상이 아니라 주민들을 회유하기 위한 ‘미끼’이며, ‘공동체 파괴 수단’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최근 ‘송·변전설비 주변지역 보상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지만, 이 역시 송전시설 설치가 ‘완료된 뒤’의 보상만 다루므로 건설 과정의 절차적 타당성을 확보하는 법률은 아니다.
전원개발촉진법으로 추진하는 각종 사업실행계획의 밑바탕인 ‘장기 송·배전설비계획’과 ‘전력수급 기본계획’도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증 과정 없이 수립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사업법’은 두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각각 전력정책심의회·전기위원회를 거치도록 했다. 하지만 심의기구에 불과한 위원회 구성이 산자부 장관에게 맡겨져 있어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
‘민주화의 사각지대’에 놓인 전원사업은 지금까지 특정 집단의 ‘희생’으로 유지돼 왔지만, 최근에는 쉽게 봉합하기 어려운 환경갈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이런 문제 많은 법들 때문에, 일단 한전에 의해 송전선로가 지나가도록 계획된 곳의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그 계획을 받아들이는 것’뿐이다. 반대를 해도 보상금을 좀 더 받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정부도 송전탑 갈등을 단순히 ‘비선호 시설’에 대한 입지 갈등 측면에서만 접근한다. 이제는 환경정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송전탑 강행 뒤엔 ‘유신 악법’ 전원개발촉진법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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