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기술 빼앗은 농심, 갑의 횡포와 다름없다”
‘신라면 블랙 소송’ 패소한 곰탕집 대표
[경향신문] 김경학 기자 | 입력 : 2013-10-22 13:22:26 | 수정 : 2013-10-22 16:54:40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대기업의 횡포에 희생당한 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농심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도리 곰탕’ 대표 이장우씨(58)는 1심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골국물을 라면에 응용한 일명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을 만든 농심이 자신의 곰탕 제조 비법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한 곰탕업체 대표가 농심과 법정공방 끝에 패소했다. 재판부는 곰탕업체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것도 맞고 맛이 비슷한 것도 맞지만, 제조설비와 제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곰탕업체의 제조비법을 빼앗아 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도리 곰탕’ 대표 이장우씨는 “오랫동안 해 오던 것을 뺏겨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곰탕 비법을 물려받아 평생을 곰탕 하나로 살아왔고, 아들에게도 물려줘 앞으로 100년 가업을 잇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매진해왔다. 곰탕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사실 이는 대기업, 갑의 횡포와 다름없다. 개인이 대기업과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1958년 대전에서 곰탕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씨 어머니의 곰탕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어 1968년 ‘대원정’이라는 이름으로 확장 개업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어 1971년 울산, 1980년 경남 거제와 서울 신월동에 ‘장수곰탕’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열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씨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한 것은 1989년이었다. 이씨는 서울 암사동에 ‘장수곰탕’이라는 이름으로 66㎡ 규모의 문방구를 고쳐 자신만의 식당을 열었다. 냄새가 덜 나는 곰탕을 만들어 날로 번창한 이씨는 2003년에는 ‘장도리’라는 이름으로 ‘강남’ 서울 역삼동에 진출했다. 2005년에는 충북 진천에 김치 공장을 인수해 김치와 함께 곰탕도 생산 가능한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도 설립했다. 공장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6개 지점을 연 그는 더이상 곰탕집 사장이 아닌 곰탕업체의 대표가 됐다.
장도리곰탕의 맛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이씨는 2008년 5월 농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농심에서 우골보양식과 관련해 25가지 질문을 해왔다. 나는 당시 라면은 간식 수준인데, 식사 수준의 프리미엄급 라면을 만들면 매출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농심은 2008년 8월 이씨로부터 곰탕 샘플을 요구했고, 이씨는 8월부터 10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농심에 샘플을 제공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손욱 당시 농심 회장이 장도리곰탕에도 직접 찾아와 시식을 했다. 손 전 회장의 방문 뒤 농심으로부터 장도리곰탕의 화학분석 결과가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당시 이씨에게 온 이메일은 장도리곰탕의 분석결과만 담겨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농심에서 장도리곰탕 외 국내 유명 곰탕음식점의 곰탕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의 일부분이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재판부의 요청으로 보고서 전문을 처음 봤다”며 “보고서엔 분명히 ‘장도리곰탕의 경우 다른 타사의 곰탕류에 비해 분자량이 큰 콜라겐 함량이 월등히 높다’고 돼 있다. 농심이 이전에도 사골곰탕 등을 출시했지만, 그 제품들은 모두 우골(소의 뼈)이 아닌 돈골(돼지 뼈)을 우려 만든 것으로, 콜라겐도 성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장도리곰탕의 맛의 비결이 높은 콜라겐 함량인 것으로 알고, 신라면 블랙 등 이후 제품에 콜라겐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농심은 이씨로부터 2008년 11월 20㎏짜리 75통(1.5t)에 달하는 곰탕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1.5t은 400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며 “그 많은 곰탕을 어디에 썼겠냐. 20㎏짜리 용기에 담아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통이 원액을 분말스프로 만드는 기계에 딱 맞는 용기였다. 그 샘플로 성분 분석이랑 모든 것을 다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씨의 요청에 따라 곰탕국물을 분말화하는 테스트를 위해 1.5t을 650만원을 주고 구입해 테스트했지만,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단가 면에서 너무 비싸 사업화하기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농심으로부터 업무 제휴를 기다리던 이씨는 답답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농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씨는 “공장시설 견학, 추가적인 자동화 설비 필요 여부, 인수대상, 유통채널, 차입금의 출처와 이자비용,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와 예상 매출 등을 농심에서 문의해 와서 다 알려줬다. MOU(양해각서)에 서명만 안했을 뿐 회장도 만났고, 회사를 찾아가 임원들도 만나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MOU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업무 제휴를 염두에 두고 직원·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사채 등 각종 부채를 쓰다 2009년 9월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 아마도 농심에서 우리 재무 사정 등을 파악하고, 부도가 나기를 기다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농심은 이후 2010년 10월 콜라겐이 함유된 우골분말을 이용한 ‘뚝배기 설렁탕’을 출시했고, 2011년 4월에는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2008년 이씨가 농심에 제안서를 보내와 이를 검토한 것이다. 이씨가 부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설비투자는 농심과 전혀 상관없는 2006년에 이미 진행된 사안이다. 프랜차이즈 등 사업확장 과정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2008년 농심에 제안한 당시에는 장도리 진천공장이 가압류 상태였다. 이씨가 농심에 제안한 이유도 본인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우니 공장을 인수해 달라는 방향이었다”고 주장했다.
이씨는 지난해 2월 “농심이 사업제휴를 이유로 접근해서 제조비법만 빼돌렸다”며 농심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농심이 신라면 블랙을 출시해 지난 7월까지 4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해외 매출도 더해 농심의 수익률 6%(72억원)의 일부인 30억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심 측은 “이씨가 직접 제조방법을 홍보해왔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이씨의 제조방식을 신라면 블랙에 적용하지도 않았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이씨네 곰탕국물에 대한 맛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16명 중 12명이 맛이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 18일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곰탕 국물 맛이 유사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농심이 이씨네 곰탕성분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이씨네처럼 우리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장비를 이용했고, 이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농심이 이씨의 제조방법을 취득해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지난 주만 해도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농심이 나를 만나 정보를 받고, 제휴 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다 인정해서 이렇게 질 줄은 몰랐다”며 “이번 사건이 개인의 기술을 도용하는 대기업의 횡포와 제 억울한 사연을 사람들이 잘 이해해서 우리 식품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미 법원에서 결정난 사안을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법원에서도 똑같이 주장했다”며 “이번 사건이 확산되고 논란거리가 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만의 꿈이 있었다. 이씨는 “내가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우를 사용해 축산업계도 같이 살아보려고 했다. 지금 서울 마장동에 하루 700두의 소가 도축된다고 하면, 우골 등 소의 부산물이 쓰이는 것은 50두에 불과하다. 나머지 650두는 냉동된다. 내가 연구한 기술로 농심과 손 잡고 소의 부산물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증거를 추가해 항소할 예정이다.
출처 : [단독] ‘신라면 블랙 소송’ 패소한 곰탕집 대표 “50년 기술 빼앗은 농심, 갑의 횡포와 다름없다”
‘신라면 블랙 소송’ 패소한 곰탕집 대표
[경향신문] 김경학 기자 | 입력 : 2013-10-22 13:22:26 | 수정 : 2013-10-22 16:54:40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 지 모르겠다.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대기업의 횡포에 희생당한 나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쉽다.”
농심과 법정다툼을 벌이고 있는 ‘장도리 곰탕’ 대표 이장우씨(58)는 1심 법원의 판단에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골국물을 라면에 응용한 일명 프리미엄 라면 ‘신라면 블랙’을 만든 농심이 자신의 곰탕 제조 비법을 빼앗아 갔다고 주장한 곰탕업체 대표가 농심과 법정공방 끝에 패소했다. 재판부는 곰탕업체의 비법을 그대로 전수받은 것도 맞고 맛이 비슷한 것도 맞지만, 제조설비와 제조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곰탕업체의 제조비법을 빼앗아 갔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도리 곰탕’ 대표 이장우씨가 자신의 심경을 말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
지난 21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장도리 곰탕’ 대표 이장우씨는 “오랫동안 해 오던 것을 뺏겨서 억울하다”고 말했다. 그는 “어머니로부터 곰탕 비법을 물려받아 평생을 곰탕 하나로 살아왔고, 아들에게도 물려줘 앞으로 100년 가업을 잇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 지금껏 매진해왔다. 곰탕 외에는 아는 것이 없다”며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지만 사실 이는 대기업, 갑의 횡포와 다름없다. 개인이 대기업과 싸운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것과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이씨의 주장에 따르면 그의 어머니는 1958년 대전에서 곰탕 음식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씨 어머니의 곰탕은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얻어 1968년 ‘대원정’이라는 이름으로 확장 개업했다. 그의 어머니는 이어 1971년 울산, 1980년 경남 거제와 서울 신월동에 ‘장수곰탕’이라는 이름으로 음식점을 열어 전국적인 명성을 얻었다.
▲지난 21일 이장우씨가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자신이 정리한 사건일지를 소개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
이씨가 어머니로부터 독립한 것은 1989년이었다. 이씨는 서울 암사동에 ‘장수곰탕’이라는 이름으로 66㎡ 규모의 문방구를 고쳐 자신만의 식당을 열었다. 냄새가 덜 나는 곰탕을 만들어 날로 번창한 이씨는 2003년에는 ‘장도리’라는 이름으로 ‘강남’ 서울 역삼동에 진출했다. 2005년에는 충북 진천에 김치 공장을 인수해 김치와 함께 곰탕도 생산 가능한 자동화 설비를 갖춘 공장도 설립했다. 공장과 더불어 전국적으로 6개 지점을 연 그는 더이상 곰탕집 사장이 아닌 곰탕업체의 대표가 됐다.
장도리곰탕의 맛은 입소문을 타고 퍼졌고, 이씨는 2008년 5월 농심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이씨는 “농심에서 우골보양식과 관련해 25가지 질문을 해왔다. 나는 당시 라면은 간식 수준인데, 식사 수준의 프리미엄급 라면을 만들면 매출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농심은 2008년 8월 이씨로부터 곰탕 샘플을 요구했고, 이씨는 8월부터 10월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농심에 샘플을 제공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손욱 당시 농심 회장이 장도리곰탕에도 직접 찾아와 시식을 했다. 손 전 회장의 방문 뒤 농심으로부터 장도리곰탕의 화학분석 결과가 담긴 이메일을 받았다.
▲ 농심 측이 법원에 제출한 내부 보고서 표지 |
당시 이씨에게 온 이메일은 장도리곰탕의 분석결과만 담겨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농심에서 장도리곰탕 외 국내 유명 곰탕음식점의 곰탕을 비교분석한 보고서의 일부분이었다. 이씨는 “재판과정에서 재판부의 요청으로 보고서 전문을 처음 봤다”며 “보고서엔 분명히 ‘장도리곰탕의 경우 다른 타사의 곰탕류에 비해 분자량이 큰 콜라겐 함량이 월등히 높다’고 돼 있다. 농심이 이전에도 사골곰탕 등을 출시했지만, 그 제품들은 모두 우골(소의 뼈)이 아닌 돈골(돼지 뼈)을 우려 만든 것으로, 콜라겐도 성분에 포함돼 있지 않았다. 장도리곰탕의 맛의 비결이 높은 콜라겐 함량인 것으로 알고, 신라면 블랙 등 이후 제품에 콜라겐을 포함시켰다”고 주장했다.
▲ 내부 보고서에 장도리곰탕이 미각센서평가 결과, 다른 곰탕보다 맛이 뛰어나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
▲ 장도리곰탕이 타 곰탕에 비해 콜라겐의 분자량과 함량이 월등히 높다는 분석이 나와 있다. |
농심은 이씨로부터 2008년 11월 20㎏짜리 75통(1.5t)에 달하는 곰탕을 주문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1.5t은 4000명이 먹을 수 있는 양”이라며 “그 많은 곰탕을 어디에 썼겠냐. 20㎏짜리 용기에 담아달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 통이 원액을 분말스프로 만드는 기계에 딱 맞는 용기였다. 그 샘플로 성분 분석이랑 모든 것을 다 끝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씨의 요청에 따라 곰탕국물을 분말화하는 테스트를 위해 1.5t을 650만원을 주고 구입해 테스트했지만, 품질이 균일하지 않고 단가 면에서 너무 비싸 사업화하기 부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다.
▲ 내부 보고서 결론 부분에 장도리곰탕이 타사에 비해 분자량이 큰 콜라겐 함량이 월등히 높다고 적혀 있다. |
농심으로부터 업무 제휴를 기다리던 이씨는 답답했다. 아무리 기다려도 농심에서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씨는 “공장시설 견학, 추가적인 자동화 설비 필요 여부, 인수대상, 유통채널, 차입금의 출처와 이자비용, 자동화 설비에 대한 투자와 예상 매출 등을 농심에서 문의해 와서 다 알려줬다. MOU(양해각서)에 서명만 안했을 뿐 회장도 만났고, 회사를 찾아가 임원들도 만나 많은 얘기를 했기 때문에 MOU와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없었고, 업무 제휴를 염두에 두고 직원·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사채 등 각종 부채를 쓰다 2009년 9월 결국 부도를 맞게 됐다. 아마도 농심에서 우리 재무 사정 등을 파악하고, 부도가 나기를 기다린 게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농심은 이후 2010년 10월 콜라겐이 함유된 우골분말을 이용한 ‘뚝배기 설렁탕’을 출시했고, 2011년 4월에는 ‘신라면 블랙’을 출시했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2008년 이씨가 농심에 제안서를 보내와 이를 검토한 것이다. 이씨가 부도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설비투자는 농심과 전혀 상관없는 2006년에 이미 진행된 사안이다. 프랜차이즈 등 사업확장 과정에서 극심한 부진에 빠져 이미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2008년 농심에 제안한 당시에는 장도리 진천공장이 가압류 상태였다. 이씨가 농심에 제안한 이유도 본인이 재정적으로 매우 어려우니 공장을 인수해 달라는 방향이었다”고 주장했다.
▲ 초기 출시된 신라면 블랙. 우측 상단에 ‘우골보양식사’라 적혀 있다. 최근에 출시된 신라면 블랙에는 이 문구가 없다. |
이씨는 지난해 2월 “농심이 사업제휴를 이유로 접근해서 제조비법만 빼돌렸다”며 농심을 상대로 3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씨는 “농심이 신라면 블랙을 출시해 지난 7월까지 48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여기에 해외 매출도 더해 농심의 수익률 6%(72억원)의 일부인 30억원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농심 측은 “이씨가 직접 제조방법을 홍보해왔기 때문에 영업비밀이라 할 수 없고, 이씨의 제조방식을 신라면 블랙에 적용하지도 않았다”며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홍이표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한국음식조리인연합 상임대표 등 16명의 감정인에게 신라면 블랙과 이씨네 곰탕국물에 대한 맛 감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16명 중 12명이 맛이 유사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재판부는 그러나 지난 18일 농심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곰탕 국물 맛이 유사하다고 제조방법 역시 동일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농심이 이씨네 곰탕성분을 분석하기는 했지만 이씨네처럼 우리 전통 가마솥을 현대적으로 개선한 장비를 쓰는 대신 수입장비를 이용했고, 이씨네 곰탕처럼 저온숙성과정을 거치지도 않았다”며 “이씨가 제출한 증거만으로 농심이 이씨의 제조방법을 취득해 사용하고 있음을 인정하기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 지난 21일 이장우씨가 서울 서교동 한 카페에서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경학 기자 |
이씨는 지난 주만 해도 승소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씨는 “법정에서 농심이 나를 만나 정보를 받고, 제휴 접촉을 했다는 사실을 다 인정해서 이렇게 질 줄은 몰랐다”며 “이번 사건이 개인의 기술을 도용하는 대기업의 횡포와 제 억울한 사연을 사람들이 잘 이해해서 우리 식품업계가 상생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이씨의 주장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이미 법원에서 결정난 사안을 가지고 다시 이야기를 꺼내는 이유를 모르겠다. 법원에서도 똑같이 주장했다”며 “이번 사건이 확산되고 논란거리가 되는 게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씨는 그만의 꿈이 있었다. 이씨는 “내가 대단한 애국자는 아니지만, 한우를 사용해 축산업계도 같이 살아보려고 했다. 지금 서울 마장동에 하루 700두의 소가 도축된다고 하면, 우골 등 소의 부산물이 쓰이는 것은 50두에 불과하다. 나머지 650두는 냉동된다. 내가 연구한 기술로 농심과 손 잡고 소의 부산물을 잘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증거를 추가해 항소할 예정이다.
출처 : [단독] ‘신라면 블랙 소송’ 패소한 곰탕집 대표 “50년 기술 빼앗은 농심, 갑의 횡포와 다름없다”
'세상에 이럴수가 > 추악한 자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갑질의 전설’ 롯데는 언제 상생을 외쳤나? (1) | 2015.11.11 |
---|---|
이번엔 '증거인멸죄'... 남양유업 고발 당해 (0) | 2015.09.23 |
‘변종 SSM’ 상품공급점 급증…‘신종 골목상권 죽이기’ 비난 (0) | 2013.10.09 |
의원님이 대신 언성 높여주니 후련합니다 (0) | 2013.08.17 |
"남양유업, '대국민 사과' 이후도 떡값 받았다" (0) | 2013.07.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