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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조작과 탄압들

국정원은 가짜 간첩을 만들어냈나…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

국정원은 가짜 간첩을 만들어냈나…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
서울시 공무원 간첩 사건의 진실
[경향신문] 류인하 기자 | 입력 : 2014-01-07 13:21:25 | 수정 : 2014-01-07 13:23:13


지난해 2월 국가정보원을 필두로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상호 부장검사)는 희대의 간첩사건이라며 탈북자 출신의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34)를 국가보안법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유씨가 처음에는 간첩이 아니었지만 이후 우리의 국정원과 유사한 기능을 하는 북한 보위부에 회유돼 남한에서 간첩활동을 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입수한 탈북자 200여명의 정보를 비롯한 남한의 정보를 북한으로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1심 법원은 지난해 8월 22일 유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에도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유죄증거 가운데 일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만약 국정원과 검찰이 의도적으로 유씨를 탈북간첩으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날조하거나 조작·은폐했다면 이는 국가적인 문제로 번질 수 있는 사안이었다.

그런데 7일 일명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는 유씨의 변호인단이 “검찰이 재판에서 조작·날조된 증거를 제출했다”며 ‘성명불상자’를 상대로 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소장에 적힌 혐의는 국가보안법위밥상 무고·날조죄였다.

고소취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들은 2013년 2월 및 2013년 9월 고소인(유우성씨)으로 하여금 형사처벌을 받게 할 목적으로 국가보안법에 규정된 죄에 대하여 증거를 날조·은닉하였기에 고소하오니 엄중히 처벌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중국에서 찍은 사진이 북한에서 찍은 사진으로 둔갑

검찰의 증거날조는 항소심 재판에서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니었다. 검찰은 1심에서 유씨의 국가보안법위반(간첩) 증거로 2012년 1월 21일 및 2012년 1월 23일 유씨가 북한에서 찍었다는 사진을 증거로 제출했었다. 검찰은 그러나 유씨가 사진촬영에 사용한 아이폰이 사진의 위치정보까지 담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변호인단이 가장 기본적인 포렌식 작업을 걸쳐 검찰이 제출한 해당 사진들의 위치정보를 파악한 결과 해당 사진들은 모두 중국 연길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검찰은 게다가 유씨가 해당 날짜들마다 찍은 다른 사진 가운데 중국이라는 것이 명백한 사진들은 의도적으로 법정에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 역시 1심 재판을 통해 검찰이 증거를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유씨가 북한에 머물렀다는 2012년 1월 23일경에 유씨가 중국에서 통화한 통화내역이 나왔음에도 이 역시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 이후 재판과정에서 유씨가 2012년 1월22일~23일 사이 중국에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검찰은 “2012년 1월 23일 밤부터 1월 25일 오전 사이에는 유씨의 통화기록 자체가 나오지 않으니 이때 북한에 있었다”며 공소장변경을 신청했다. ‘아니면 말고’ 식 공소장변경이 이뤄진 셈이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변경 신청을 받아들였지만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조작된 증거에 따른 검찰의 KO패였다.


항소심에서조차 가짜 서류 만들어 증거조작했나

검찰은 유씨에 대한 1심 무죄판결이 난 이후 항소를 제기했고, 또다시 유씨의 국가보안법위반죄의 증거로 <출입경기록>을 추가로 제출했다.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는 유씨가 2006년 5월27일 오전 10시24분쯤 북한에서 중국으로 들어갔다가 50여분 뒤인 11시16분쯤 다시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갔고, 이후 계속 북한에 머물다 다음달인 6월 10일 15시17분에 중국으로 나온 것으로 명시돼 있다.

이는 유씨가 중국을 통해 북한을 오간 기록이 담긴 것으로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유씨의 유죄를 이끌어내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었다. 어머니 장례를 치르려고 북한에 간 적은 있지만 2006년 5월27일 이후 북한에 간 적이 없다는 유씨 주장과는 배치되는 유죄의 증거로 사용될 가능성도 있었다. 게다가 중국 공안국에서 공식적으로 발급한 증거라면 이는 공신력있는 확정적 증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이 문건을 발급해준 것으로 문서에 기록돼 있는 중국 화룡시 공안국은 “우리는 발급해줄 권한도 없고, 발급해주지도 않았다. 가짜다”라고 부인했다. 문서는 명백히 존재하고, 검찰은 유죄의 증거로 법정에서 제출했는데 정작 발급해준 것으로 기록돼 있는 중국 담당기관이 발급사실을 부인한 것이다.


유씨의 변호인단은 7일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회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국 현지에서 중국 변호사를 통해 해당기관에 확인한 결과 ‘화룡시 공안국은 출입경기록에 대한 공식발급기관이 아니고, 공민의 출입경기록은 상급기관인 ’연변 조선족자치주 공안국‘에서 일괄관리하고 있으며, 실제 중국 화룡시 공안국에서는 이같은 출입경기록 공문을 발급해준 사실이 없다’는 답변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또 중국 현지에서 검찰이 제출한 <출입경기록>에 찍혀있는 공증도장 역시 화룡시 공증처에서 사용하는 공증도장이 아니라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변호인단은 “검찰제출의 출입경기록은 중국의 공증기관에서 공증을 받은 것이 아님에도 마치 공증을 받아 공신력이 있는 것처럼 허위로 조작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누군가가 있지도 않는 서류를 조작해 사법부를 속여 유죄를 받아내려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서류를 조작한 ‘성명불상자’는 누구인가

변호인단은 7일 경찰청에 ‘성명불상자’를 국가보안법상 무고와 날조죄로 고소했다. 도대체 누가 허위 <출입경기록>을 만들어 검찰에 넘겼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변호인단은 앞서 항소심 재판에서 검찰에 석명을 요청하고, 해당 문건을 제출한 사람이 누군지를 밝힐 것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 검찰은 “중국 공안당국과 공식적인 외교라인을 통해 확인해보겠다”라는 답변만 내놓았다. 결국 검찰이 추가수사를 통해 확보한 자료가 아니라 ‘누군가’가 검찰에 해당 문건을 줬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그 ‘누군가’는 누구일까.


유우성씨 “평범하게 살고 싶다”

이날 기자회견에 나온 유씨는 몇 차례 숨을 고르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006년 5월 27일 이후 북한에 가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중국에서 북한을 왔다 갔다고 한 기록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소송으로 1년여의 세월을 허비했다고 했다. 그는 동생을 한국에 데려와 평범하게 사는 게 소원이라고 했다.

유씨는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2차례에 걸쳐 이렇게 말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입니다. 간첩도 아니고, 종북도 아니고, 그냥 평범한, 자기 자그만한 꿈을 지키고자 하는 사람입니다.”

유씨에 대한 항소심 다음 공판은 오는 17일 오후 3시에 열린다.


출처  [속보] 국정원은 가짜 간첩을 만들어냈나…서울시 공무원 간첩조작 의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