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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내란음모 정치공작

‘채동욱 뒷조사’ 들통났는데, 국정원은 이번에도 ‘개인 일탈’

‘채동욱 뒷조사’ 들통났는데, 국정원은 이번에도 ‘개인 일탈’
안보·대공 분야와 관계 없는 교육청 출입 정보관
채 전 총장 혼외자 ‘소문’ 확인 위해 정보 수집
국정원법의 직무 범위에서 벗어난 위법 행위
여야 이견 속 ‘국정원 개혁특위’ 규제 방안 마련중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4.01.06 08:07 | 수정 : 2014.01.06 17:01


교육기관을 ‘상시출입’하는 국가정보원 정보관(IO)이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 관련 개인정보를 담당 공무원에게 확인하려 한 사실이 검찰 수사와 국정원 해명을 통해 확인됐다. 국정원 정보관들이 안보·대공 업무와 무관한 일선 교육 현장까지 무시로 출입하며 직무 범위와 무관한 ‘소문’의 확인을 시도하는 등 온갖 정보를 끌어모으고 있는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 ①혼외자 소문 확인? ‘고위 공직자’의 혼외자 관련 소문은 국가정보원법(제3조1항)에 정해진 직무범위(국외정보 및 국내 보안정보)의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다. 이런 일이 처음도 아니다. 국정원은 참여정부 시절 정보관들을 통해 제이유(JU)그룹 다단계 사기사건 범죄 정보를 수집한 뒤 뇌물을 받았다는 정·관계 인사 리스트를 작성해 언론에 흘렸다.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범위가 쟁점이 된 관련 재판에서 법원은 “전국적으로 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는 사건이라도 이에 관한 정보수집 및 수사는 수사기관의 직무이지 국정원의 직무 범위에 속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설령 범죄정보라 해도 국정원의 업무 영역이 아니라고 한 것이다.

■ ②교육지원청 출입? 강남교육지원청은 서울 강남·서초 지역 유치원·초·중·고 189개, 사설학원 6610개를 관내에 두고 있다. 평소 이곳을 드나드는 국정원 정보관은 무슨 일을 할까. 일선 교육지원청에서 ‘대공·대정부전복·방첩·대테러·국제범죄조직’과 관련한 정보가 수집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대신 이 지역 학교들에는 정·재계 인사와 고위 공무원 자녀들이 많이 다닌다. 채 전 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어린이는 서울 서초구의 한 사립초등학교의 재학생이었다. 정보관은 강남교육장에게 ‘채아무개군의 아버지 이름이 채동욱인지’ 확인해 달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상시 출입을 통해 수집·파악한 유력 인사들의 개인정보는, 이를 한데 모으고 관리하는 주체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다.

■ ③정보관의 개인적 문의? 국정원은 정보관의 개인적 관심이었을 뿐이고, ‘확인해 줄 수 없다’는 교육장의 답변만 듣고는 더 이상 관여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보관들의 업무 관행상 그가 파악한 내용은 매일 작성하는 ‘일일 보고’ 형태로 국정원 상부에 보고됐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에 관한 ‘존안자료’를 작성하는 정보관의 요청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고 공무원들은 입을 모은다. 해당 교육장이 실제로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는지는 검찰 수사에서 밝혀지겠지만, 이런 내용까지도 ‘경과보고’ 형식으로 상부에 보고하는 것이 국정원의 관행이다. 국정원은 ‘소문을 듣고, 문의하고, 답변을 들었을 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해명하지만, 이러한 일련의 행위 전체가 국정원법 위반일 수 있다는 인식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 국정원 내부규정 어떻게 국회 국정원개혁특위는 국정원에 1월말까지 정보관 활동에 관한 ‘내부규정’을 마련해 오라고 주문했지만, 그 수위를 두고 여야의 인식차가 워낙 커서 공방이 예상된다. 야당은 국정원 정보관의 불법적인 행태가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났다며 정보수집 활동 자체를 촘촘하게 통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국정원개혁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5일 “정보관의 정보수집 범위 등은 더 이상 국회의 논의 사항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 의원은 “어떤 정보가 어디에 있는지 사전에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보관들의 활동 역시 ‘비정형적’일 수밖에 없다”며 “여야가 합의한 조문은 정보관들의 ‘업무 절차’와 ‘업무 방식’에 대한 내부규정을 마련한다는 것이지 ‘정보수집 활동과 그 범위’를 규정하자는 것이 아니었다”고 했다.


출처 : ‘채동욱 뒷조사’ 들통났는데, 국정원은 이번에도 ‘개인 일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