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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철새가 농장 오리로부터 AI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

“오히려 철새가 농장 오리로부터 AI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
“지난해 온 철새가 왜 지금 100여마리만 죽었는지 의문”
전문가들, 먹이 찾아 농장 배회하다 감염 가능성 제기

[경향신문] 박용근 기자 | 입력 : 2014-01-21 21:31:48 | 수정 : 2014-01-21 21:31:48


▲ 21일 부산 을숙도 철새도래지에서 청둥오리들이 날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고창과 정읍에서 발생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의 매개체로 가창오리가 지목되고 있으나 되레 역감염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먹이를 찾지 못한 철새들이 가금류 농장을 배회하다 감염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조류전문가는 21일 “폐사한 가창오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확진됐다고 해서 철새를 감염원으로 단정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라면서 “저수지에서 월동하는 철새들이 먹이를 구하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인근 가금류 농장을 찾게 되며 이 과정에서 오히려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가창오리가 닭과 오리 농장을 주 대상으로 삼는 것은 배설물이나 하수 슬러지 등 나름대로 취할 수 있는 먹이들이 널려 있기 때문”이라면서 “조류전문가들은 철새를 조류인플루엔자 감염원의 하나로 포함은 시켜놓고 있지만 단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 전문가는 “가창오리떼가 가장 많이 월동하는 금강호 주변에 대한 예찰을 집중적으로 실시하고 있지만 행동이 둔화되는 등 특이행동을 보이는 철새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면서 “동림지 외의 철새 서식지에서 폐사 오리가 나타나지 않는 것도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고 전했다.

조류학회장을 지낸 호남대 이두표 교수(생물학과)는 “동림저수지 철새들은 10월 말부터 11월 초에 온 새들인데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돼 왔다면 왜 이제 와서 폐사했는지, 수십만마리 중 왜 100여마리만 죽은 것인지 의문이 생긴다”며 “함께 죽은 기러기와 고니 등은 물론 살아 있는 철새들까지 폭넓게 조사해 폐사 이유를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산새들은 독감에 감염되면 사망하는 확률이 높지만 가창오리 등 물새들은 저항성이 강하기 때문에 조류인플루엔자로 쉽게 죽지 않는다”면서 “죽은 가창오리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나왔다는 것은 살아서는 전파가 되지 않았다는 점을 역설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북도는 철새 이동경로를 주목하고 있다. 이날 금강호 주변에는 전날 22만여마리보다 개체수가 줄어든 18만여마리의 철새가 관측됐다. 군산시 철새생태관리과는 철새들이 이곳에 눈이 쌓이자 먹이를 찾아 남쪽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출처  “오히려 철새가 농장 오리로부터 AI에 감염됐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