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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출된 개인정보 알고보니… 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 유통’

유출된 개인정보 알고보니… 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 유통’
주민번호·전화번호 등 원자료는 0.5원에 팔리기도
‘대출의사 있는 사람’ 추려내 1인당 1만5000원까지

[경향신문] 조미덥 기자 | 입력 : 2014-01-24 21:20:51 | 수정 : 2014-01-24 22:26:23


KB국민·NH농협·롯데 등 신용카드 3사에서 1억건 이상의 개인정보가 빠져나가 전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지만, 이런 식으로 유출된 개인정보는 1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에 팔리고 있다.

최근 검찰이 적발한 3건의 대형 개인정보 유출 사건에서 드러난 개인정보 거래가격을 분석한 결과 이달 초 창원지검이 구속기소한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직원 박모씨(39)는 3개 카드사에서 빼낸 신상 및 신용정보 1억400만건 중 7800만건을 대출광고업자 조모씨(36)에게 1650만원을 받고 넘겼다. 건당 0.21원이었다. 검찰 관계자는 “건수는 많지만, 빼낼 때 별로 큰 힘을 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굳이 더 큰돈을 받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검이 기소한 ‘개인회생 불법 알선’ 콜센터 일당은 중국에서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 등이 있는 ‘원시 데이터’를 1건당 0.5원에 사들였다. 이들은 입수한 휴대전화번호 전체에 개인회생 의사를 묻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뒤, 반응이 오는 사람을 추려 개인회생 전문 변호사들에게 넘겼다.

여러 사람을 거쳐 e메일로 정보를 받았기 때문에 검찰도 중국의 판매업자까지 적발하진 못했다.

이보다 앞서 지난해 6월엔 대리운전업체 수백곳의 운행정보를 관리하는 업체 직원 이모씨(30)가 대리운전 고객정보 420만건을 빼돌려 건당 0.4~1원에 팔아넘겨 구속기소됐다. 국내 승용차 소유자의 30%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정보는 신생 대리운전업체의 광고 영업 등에 쓰였다.

보안 전문가들은 이미 유출된 개인정보가 워낙 많아 새로 유출한 정보의 가치도 그만큼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개인정보는 주로 금융사와 이동통신사, 대리운전업체, 프랜차이즈 회사 등에서 흘러나온다고 한다. 이 자료들은 유통되는 과정에서 서로 합쳐져 점점 방대해진다. 중국에서 국내 홈페이지를 해킹하거나, 국내에서 빼낸 정보가 중국에 넘어갔다가 돌아와 수사망을 피하기도 한다. 민주당 최재천 의원이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2011~2012년 SK컴즈, 넥슨 등에서 해킹으로 누출된 개인정보만 6341만7100건에 이른다. 검찰 관계자는 “어느 정도 소비 생활을 하는 성인이라면, 전화번호와 주민등록번호가 어딘가에서 유출돼 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원시 데이터’가 헐값이다보니, 이것을 가공해서 엄청난 이득을 취하는 범죄자들도 생겨났다. ‘개인회생 불법 알선’ 콜센터 일당은 개인회생 의사가 있는 사람을 변호사에게 소개하고 45만~60만원을 수수료로 받았다.

지난해 1월엔 중국에 사무실을 두고 조선족 30명을 고용한 뒤, 1인당 100원에 사들인 개인정보로 전화를 걸어 대출 의향을 타진하고, 의사를 밝힌 사람들만 모아 ‘와이브로깡’ 업자들에게 1인당 1만5000원을 받고 팔아넘긴 30대 여성이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와이브로깡은 와이브로 상품 가입 시 노트북을 할부로 판매하는데 이 노트북을 중고시장 등에 팔아 현금으로 바꾸는 것이다.

시민단체에서는 이미 유출된 정보로부터 국민을 보호할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 활동가는 “기존 주민등록번호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 생일, 성별, 출신지 등의 정보가 담긴 현재의 주민등록번호는 유출될 경우 신상이 전부 노출돼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사이트에 가입할 때, 과도하게 식별번호를 요구하는 관행도 바꿔야 정보 유출 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유출된 개인정보 알고보니… 건당 1원도 안되는 ‘헐값 유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