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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바뀐애 즉사' 리트윗한 게 중범죄인가?

'바뀐애 즉사' 리트윗한 게 중범죄인가?
[게릴라칼럼] 마녀사냥과 화형식, 지금이 2014년 맞나
[오마이뉴스] 하성태 | 14.01.22 20:33 | 최종 업데이트 14.01.22 20:33


'게릴라칼럼'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들이 쓰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급기야, 화형식까지 등장했다. 임순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의 '바뀐애 즉사' 글 리트윗 논란에 대해 보수단체들의 응징(?)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글 하나에 화형식까지 거행할 정도라니. SNS 사용자들은 이제 글 하나 작성할 때마다 손가락을 부들부들 떨어야할 판이다.

문제의 발단은 임 위원이 지난 18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서울역 이남종씨 추모 집회 당시 한 시민이 든 '경축! 비행기 추락 바뀐애 즉사'라고 적힌 피켓 사진을 리트윗 한 것에서 촉발됐다. 이후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 등이 SNS 상에서 논란을 키웠고, 이후 임 위원은 언론을 통해 사과의 뜻을 전한 바 있다.

윤상현, 임순혜 방송위원 비판 "막말 정도가 아니라 저주"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임순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보도교양방송특별위원회 위원이 해외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의 추락사 뜻하는 내용의 트윗을 리트윗했다며 캡처한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 ⓒ 유성호

일련의 호들갑스런 논란을 보며 지난해 11월이 떠오른 건 당연한 수순이다. 여당과 청와대, 일부 언론이 박창신 신부를 '종북'으로 몰아가며 국면전환 카드로 활용했던 그때 말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 대한 비난 여론이 한창이던 시기, 박 신부의 시국 미사 중 '연평도, 천안함 옹호'라는 이른바 따옴표 보도로 촉발된 여당과 청와대의 과도하고 과격한 대응은 여타 이슈를 잠재우는 효과를 낳은 바 있다.

일사불란하고 조직적인 이슈몰이와 희생양 찾기. 전체 맥락이나 내용은 거세된 채, 선정적인 문구나 수사에만 집중하는 따옴표 보도를 시작으로 청와대 측근이나 정치권, 여당이 강도 높은 비난을 퍼붓고, 그 발언이 즉시 기사화되며 포털과 SNS를 타고 확대재생산되는 무한 반복의 악순환구조.

여기에 일부 (보수)시민단체나 개인의 고소고발에 이은 검경의 조사까지 이어지며 마침표가 찍힌다. 심지어 방송통신심위위원회까지 나서 박창신 신부를 인터뷰했던 CBS <김현정의 뉴스쇼>까지 중징계를 예고했던 이러한 총체적인 작전에 또 하나의 먹잇감이 걸려들었다. 리트윗 글 하나 때문에 화형식의 주인공이 된 임 위원 말이다. 그런데 이번엔 그 정도가 더 심하고 더 고약하며 더 치졸해 보인다.


박창신 신부를 '종북'으로 몰았던 그 화살, 화형식으로 돌아오다

각본은 그대로인데 주인공만 바뀐 꼴이다. 헌데 속편인 만큼 훨씬 더 신속하고 무자비하다. 21일 박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임순혜 위원에 대한 해촉안을 발의하겠다고 알렸다. 19일부터 SNS에서 논란이 된 리트윗 글이 수면위로 올라온 지 단 이틀만이다. 자문직인 특별위원의 해촉안을 위원장이 직접 상정한 것은 유례가 없다고 한다.

"국가 원수의 명예를 현저히 훼손하여 다수 여론의 비난을 받고 있는 상황으로, 결과적으로 위원회의 품격을 저해했다"는 방통심의위의 관계자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다수 여론'이 무엇인지 심히 헷갈릴 지경이다. 더불어 리트윗 행위 한 번에 현저히 훼손될 국가 원수의 명예라면 그 무게가 심히 가벼운 것은 아닌지 반문하게 된다.

그 배경에 박창신 신부 때와 같은 빤한 시나리오가 작동했다는 짐작을 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연이은 정치권과 보수단체의 반응과 호들갑이 없었다면 특별위원 개인에 대한 처분이 이리도 신속하고 즉각적으로 이뤄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진중권 교수가 트위터에 궁금증을 표한대로 "임순혜라는 분이 그렇게 거물인가요?"라고 되물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1일은 그 정점이었다. 홍문종 새누리당 사무총장과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일제히 "대한민국을 세일즈하는 대통령에게 저주를 퍼붓는 행위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거나 "이 정도면 막말 정도가 아니라 저주의 주문", "임순혜 위원은 스스로 자격미달임을 자인하고 사퇴하기 바란다"라며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 오후엔 방통심의위 건물 앞에서는 '막말녀 임순혜' 인형을 불태우며 "대한민국을 떠나라!"는 구호보다 더 심한 막말이 난무하던 화형식이 진행됐다.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위시한 보수 논객과 어버이연합을 위시한 보수단체 회원들이 결합한 결과물이 그 정도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볼거리(?)와 이를 SNS와 기사로 퍼나르는 변 대표와의 결합. 이에 박만 위원장은 즉시 해촉안으로 화답했다.

더욱이 임 위원의 해촉 이유로 거론된 '논문 표절 의혹'이 석연치 않는 점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변 대표가 지난 8월 이후 줄기차게 제기해온 일부 방통심의위 위원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표절 의혹 제기 말이다. 그 중 한 명이 바로 임순혜 위원이었다. 그 속내를 들여다보면 쉽사리 웃을 수도 없는 블랙코미디가 자리하고 있다.


"방통심의위 안철수 충견들아, 나를 징계하라"던 변희재의 작전

'육영수 88회 탄신제' 도중 울려퍼진 "종북척결" 박근혜 어머니인 육영수씨의 생일인 지난해 11월 29일 오전 동상이 세워져 있는 충북 옥천읍사무소 광장에서 육영수여사 생가보존회, 육영수여사탄신 숭모제례보존회가 주최한 '고 육영수 여사 88회 숭모제'에서 박해모(박력있는 해병대 모임) 봉사단과 대한민국서포터즈봉사단 회원들의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박창신 신부를 '종북력'으로 규정하고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 심규상

"변희재 본지 대표가 최근 노골적으로 민주당과 안철수 무소속 의원의 개노릇을 하는 친노종북진영 방송통신심의위원들에게 전쟁을 선포했다. 이들은 최근 명백한 안철수 거짓말 방송에 대해, 기존 관례를 어기고 국민들을 속이면서까지 찬양하고 비호해온 데 이어, 주로 안 의원을 비판해온 TV조선 '저격수다'의 변희재 대표와 황장수 미래경영연구소장 등에 대해선 노골적인 보복성 징계를 추진하고 있었다." (<미디어워치> 2013년 8월 15일자, '변희재, "방통심의위 안철수 충견들아, 나를 징계하라"' 기사 중에서)

'기사가 맞나'라는 의심이 들 정도로 비문이 난무하는 이 글의 골자는 이러하다. 작년 8월 8일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에 출연한 변 대표가 특유의 거센(?)입담 때문에 방통심의위로부터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했다는 것. 이에 불복(?)하는 변 대표가 일부 방통심의위 위원들을 겨냥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의 TV조선 <돌아온 저격수다>(8월 8일)에서의 친노종북 성향의 방통심의위원들에 대한 비판 방송에 대해, 권혁부, 엄광석, 박성희 등 여권 추천 위원들이 주도하여 '주의'라는 법적 제재의 징계를 내렸다. 그 징계는 필자에게 내리는 게 아니라 한창 방송 재허가권으로 긴장해있을 TV조선에 내리는 것이다. 이 심의는 필자 스스로 제소했다. 장낙인, 김택곤, 임순혜 등 친노종북 성향의 위원들이 도저히 상식적을 납득할 수 없는 표적 징계 추진에 대해, 피해자로서 항의를 하기 위한 것이었다.

필자는 지난 4월부터 2009년 MBC '무릎팍도사'의 안철수 거짓말 방송을 지적하며 이에 대한 소송을 예고했다. 정확히 방통심의위는 이 이후부터 안철수의 나팔수들이 주도하여 필자에 대한 보복성 심의를 반복해왔다."(변희재가 쓴 <미디어워치> 2013년 10월 11일자 '들어라, 방통심의위의 안철수의 개들아!' 기사 중에서)


방통심의위의 부당함을 호소(?)하는 변 대표의 눈물겨운 노력은 지난해 8월 이후 계속돼 왔다. 변 대표와 <미디어워치>는 '변희재, 방통심의위 안철수의 개들에 전쟁 선포!', '변희재, "방통심의위, 장낙인, 임순혜 표절 조사하라"', '장낙인, 임순혜 방통심의위 논문표절, 국민권익위에 신고', '변희재, "정치적으론 승리, 이제 문화투쟁 시작해야"'와 같은 제목의 기사를 지속적으로 쏟아냈다.

<뉴데일리> 역시 지난 10월 "서강대 왜 이래?" 박영선 이어 임순혜도 '표절'...공개망신'이란 기사로 지원사격을 하기도 했다. 박만 위원장이 변 대표와 일부 언론의 지속적인 공격에 백기를 든 것이라면 (그 피로감이)심정적으론 이해도 된다. 하지만 이러한 여론몰이에 의해 또 하나의 '마녀'가 탄생한다면, 그야말로 우리사회가 임 위원이 비판했던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가 통치했던 유신시절로 회귀하고 있다는 반증이라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내일의 마녀는 또 누가 될 것인가

현재 변 대표측이 의혹을 제기한 임 위원의 한신대와 서강대 석사논문 모두 표절건은 확정된 바 없다. 다만, "임순혜는 서강대와 한신대에서의 석사논문 두 편 모두 표절로 판정이 났는데 방통심의위의 여권 기회주의자들의 비호로 자리 차지하고 있다"는 변 대표의 일방적이고 증거없는 주장만 일부 언론의 받아쓰기에 의해 기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더욱이 변 대표의 논문 표절 의혹 제기는 이미 안철수 의원과 조국 서울대 교수 등의 선례에서 무차별적인데다, 진영논리와 사익에 복무하는 '마녀사냥'으로 드러난 바 있다. 반면 임 의원은 이미 리트윗 건에 대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수차례 사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리도 즉각적으로 해촉 운운하는 것은 박만 위원장이 어처구니없는 여론몰이에 놀아나는 격으로 밖에 볼 수 없다.

특히 김재철 MBC 전 사장 재임 당시 '김재철 지킴이'란 비난까지 들었으며, 여전히 '불공정' 심의 논란으로 말이 많은 방통심의위가 여당과 변 대표의 여론몰이에 즉각 응답하는 형국은 비웃음을 사기에 충분해 보인다. 행여나 박만 위원장이 어버이연합의 과격한 화형식에 지레 겁을 먹은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중세 유럽의 마녀사냥 당시 창궐했던 화형식의 희생자들은 '공포정치'를 유지하고픈 권력자들이 대중에게 전시하는 일종의 제물이었다. 그 화형식이 2014년에 어이없게 출현하고 보도되고 있다. 일찍이 국내에서 화형식이 등장했던 현장이 1964년 한일회담 반대 시위를 위시해 한국 현대사의 민주화 운동과 관련됐다는 점에서 일보 수구단체들이 전가의 보도로 휘두르는 화형식은 여전히 씁쓸함을 던져준다.

대통령을, 대통령의 정책을 반대하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도 모자라 전방위적으로 차단하려는 일련의 움직임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바로 어제의 화형식일 것이다. 박창신 신부는 '종북신부'가 됐고, 임 위원은 '막말녀'로 등극해 화형해 처해졌다. 곧 또 다음 희생자가 나올 것이다. '마녀사냥'은 그렇게 계속되는 중이다. 무엇이 이리도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그것도 더욱 더 부정적이고 퇴행적으로 되돌려 놓고 있는 걸까.


출처 : '바뀐애 즉사' 리트윗한 게 중범죄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