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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드러나지 않게 숨기기

‘4대강’ 드러나지 않게 숨기기
국토부 ‘출구전략’ 본격화… 각종 사업에서 주요국가하천으로 표기
[주간경향 1062호] 박병률 경향신문 경제부 기자 | 2014-02-11


국토교통부가 소리소문 없이 ‘4대강’이라는 단어를 지웠다. 국토부는 앞으로 한강, 낙동강, 금강 등 각종 치수사업에서 ‘4대강’ 대신 ‘주요 국가하천’이라는 단어를 쓰기로 했다.

국토부가 박근혜 정부 출범 2년차를 맞아 ‘4대강 출구전략’에 본격 나서고 있다. 예상은 됐던 일이다. 추가적인 투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시설물을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 가뜩이나 재정이 부족한 현 정부에서 4대강 관리비를 요구하기란 더더욱 쉽지 않다.

그렇다고 출구전략이 쉬운 것도 아니다. 대폭적으로 하자니 4대강 사업에 대한 정책 실패를 시인하는 꼴이 된다. 또 지방자치단체나 한국수자원공사 등의 반발도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국토부는 우선 명칭부터 바꿨다. 각종 공문에서 ‘4대강’ 대신 ‘주요 국가하천’으로 표기하기로 했다. 명분은 있었다. 현실적으로 ‘4대강’은 국가하천을 칭하는 고유명사로 적절치 않다는 것이 국토부의 설명이다. 4대강 사업에서 4대강은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을 의미한다. 각 지역의 대표 강이다. 하지만 강 길이로 보자면 4대강은 한강·낙동강·금강·섬진강이다.

▲ 지난해 9월 21일 환경부가 항공촬영한 낙동강 합천보의 모습. 하얗게 재퇴적된 모래 옆으로 녹조가 번지고 있다. | 장하나 의원실 제공

그럼에도 명칭 변경 배경에 ‘4대강’을 쓰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기는 어렵지 않다. ‘4대강’이라는 꼬리표는 현 정부의 부담이 됐다. 국회에서는 ‘4대강’만 붙으면 예산 확보가 안 됐다. 야당은 4대강에 대한 예산 삭감을 1순위로 올려놓았고, 정부·여당 역시 현 정부의 핵심사업이 아니라는 이유로 시큰둥했다.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한 4대강 주변 시설물에 대해서도 국토부는 일부 철수를 검토하고 있다. 매년 4대강 주변 시설물 유지보수비로만 500억원이 투입된다.

부산 등 도심이 몰려 있는 낙동강 하구 쪽은 주변 체육시설과 공원의 이용도가 높지만 낙동강 상류, 금강 상류 등은 시설물들이 녹슬어 방치되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국토부는 4대강 주변 시설물에 대한 전수조사를 검토했다. 하지만 총리실이 4대강 사업에 대한 민·관 합동 점검에 조만간 나설 예정이어서 조사를 포기했다.


4대강 주변시설물 일부 철수 검토

4대강을 따라 조성된 자전거길도 비용 대비 효용가치가 떨어져 고민이다. 4대강 자전거길은 2500억원을 들여 800㎞ 구간에 조성됐다. 하지만 데크를 설치했던 일부 구간은 벌써 허물어지고 있고, 도로에 깐 아스팔트는 마모되거나 비틀리고 있어 수리가 시급한 곳이 많다. 더구나 자전거도로는 어느 한 구간이라도 끊기면 효용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체 관리를 해야 한다.

한국수자원공사의 빚 청산도 4대강 사업 철수전략에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수자원공사는 이명박 정부 5년간 4대강 사업에 8조원, 아라뱃길 사업에 2조6000억원 등 10조원이 넘는 돈을 퍼부었다. 4대강 사업으로 진 8조원의 빚은 국민들이 대고 있다. 국회는 올해 예산에서 수공의 이자비용으로 3201억원을 지원했다.

현 상태라면 정부는 매년 3000억~4000억원의 돈을 수공에 줘야 한다. 박근혜 정부 5년간 최대 2조원을 수공 이자비용으로 쓰는 셈이다. 때문에 정부 일각에서는 수공에 대한 이자지원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13일 인천시 서구 아라인천여객터미널 앞 경인아라뱃길이 한파로 얼어 있다. | 연합뉴스

4대강 사업 시행자로서 수공의 책임을 50%가량 인정해 현행의 절반인 2000억원 정도만 대납해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골자다. 물론 수자원공사는 “말도 안 된다”며 펄쩍 뛰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수공이 운영하는 아라뱃길 사업도 사업 수정안이 제기된다. 매년 쌓이는 적자로 수공의 재무제표가 더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수공은 지금처럼 관광과 물류기능을 한데 유지하지 말고 관광전용 뱃길로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여의나루에서 출발해 아라뱃길을 거쳐 서해안 섬으로 가는 유람선을 띄우면 경제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마포대교 인근 수위가 낮아 대형 유람선이 다닐 수 없다며 올해 예산 4억원을 편성, 마포대교 인근을 준설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1000톤급 유람선이 오갈 수 있다. 인천대 교수인 최계운 사장도 아라뱃길을 관광용으로 전환하는 데 대해 관심이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시 등 지역사회도 관광용 전환에 대해 기대하는 눈치다.


수자원공사 빚 청산 문제도 고민

한진해운이 누적된 적자를 이기지 못하고 경인아라뱃길 컨테이너 사업에서 철수하기로 한 것은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물류부문의 실패가 현실화됐기 때문이다. 한진해운은 1월 21일 중국 칭다오에서 돌아온 컨테이너선 입항을 끝으로 경인항~칭다오간 컨테이너 운송을 중단하기로 했다.

이 사업은 2012년 2월 초 215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급 컨테이너선을 투입하며 시작됐지만 지난 2년간 적재량은 적재 가능 규모의 50%에도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진해운은 수자원공사로부터 위탁운영 중인 경인·김포터미널은 계속해서 운영할 방침이지만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아라뱃길은 당초 목표로 세웠던 물류기능이 예측 대비 10%를 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아라뱃길의 관광전용에 대해서는 국토부가 반대하고 있다. 당초 아라뱃길이 물류용으로 기획된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물류를 포기하면 정체성이 위태롭게 된다. 또 수익이 되는 것은 결국 물류라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관광은 생각보다 수익성이 높지 않다는 것이 국토부의 주장이다.

국토부가 에코델타시티 재검토에 들어간 것도 4대강 출구전략과 관련이 깊다. 부산 강서구 일대에 들어서는 에코델타시티는 5조4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형 사업이다.

이 중 80%인 4조원3000억원을 수공이 댄다. 수공은 이 사업을 통해 6000억원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공이 이 수익을 4대강 부채 8조원을 갚는 데 쓰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하지만 에코델타시티 사업은 부풀려졌다는 우려가 많았다. 국회 국감에서 이런 주장이 잇달았고, 국회 예산정책처도 같은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국토연구원을 통해 민간개발회사에 수익성 검증을 맡긴 상태다.

오는 3월쯤 그 결과가 나오는데 수익성이 예상보다 좋지 못할 경우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정부의 국정목표가 공공기관 부채 감축에 방점이 찍혀 있다는 것도 사업 축소 압박이 큰 이유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이명박 정부에서처럼 4대강 사업에 대한 투자가 어려운 상태에서 어떤 상태로든 궤도수정은 필요한 것 아니냐”며 “다만 4대강 사업의 결과는 4~5년 뒤 드러나기 때문에 큰 결정은 그것을 지켜보고 내려도 늦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출처 : ‘4대강’ 드러나지 않게 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