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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WTO·FTA·TPP

한미FTA 발효시킨 미국법의 진실은 무엇인가?

한미FTA 발효시킨 미국법의 진실은 무엇인가?
[송기호 칼럼] 발효 문서의 즉시 공개를 요구한다
[프레시안] 송기호 변호사 | 기사입력 2012-02-29 오전 10:37:30


이명박 정부는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미국법에 어긋나면 무효로 한다고 규정한 미국법을 미국이 고치기로 약속했는지 아닌지를 국민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미국 정부가 한미 FTA를 위반하더라도 그 위반을 이유로 미국 정부를 미국 법원에 법적으로 제소할 없게 한 미국법을 미국이 없애기로 다짐했는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 일방적으로 이른바 '3월 15일 발효'를 발표했다. 왜 한미 FTA는 작년 11월 기습 날치기에 한나라당이 명분으로 내세운 1월 발효가 되지 않았을까?

그 이유는 그 발효 또한 미국법에 따라 되기 때문이다. 한미 FTA는 2006년의 노무현 정부의 협상 시작부터 철저히 미국법에 따라 진행되었다. 기억하는가? 노무현 정부의 통상 관료들이 미국 통상법이 정한 시한에 맞추어 협상을 끝내야 한다고 외치던 소리를.

이제 다시 한미 FTA는 마지막 발효 순간까지 미국법이 정한 틀에 집어넣어졌다.

미국의 한미 FTA 이행법은 발효 조건(conditions for entry into force)을 정했다.(101조 (b)항)

"미국 대통령이 한국이 협정 발효일에 시행될 협정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였다고 결정(determines)하는 때에, 미국 대통령은 협정이 미국에 관하여 시행된다는 점을 규정한 서한을 한국 정부와 교환할 권한이 있다."

바로 이 법 때문이다. 한미 FTA가 3월 15일 발효되는 까닭은 미국이 한국이 한국법을 한미 FTA에 맞게 고쳤는지를 검사하는 데에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침내 미국이 한국이 다 고쳤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미국은 발효 전에 미국법을 고칠 필요가 없다. 왜? 미국법에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발효 후 1년 안에 고치면 된다.(103조) 그러기에 숙제 검사는 한국만 받은 것이다. 한국이 미국에게 물었다는 질문은 공허한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TPP 참가를 요구했을 것

나는 알고 싶다. 미국이 한국을 대상으로 숙제 검사를 하면서 어떤 조건을 달았는지. 나는 미국이 한국에게 참으로 많은 요구를 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미국은 한국에게 한미 FTA 발효의 조건으로 미국 일본을 아우르는 환태평양 TPP의 참가를 요구했을 것이다. 한국에게 미국산 쇠고기 30개월령 수입 금지 중단을 요구했을 것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보험 약값 결정의 실질적인 민영화를 요구했을 것이다. 미국산 쌀 수입 확대를 요구했을 것이다. 나는 이에 대한 한국의 답이 궁금하다.

반면 한국은 미국을 대상으로 무엇을 검사하였을까? 미국 정부에 대해선 한미 FTA 위반으로 법적으로 제소할 수 없도록 한 미국법을 고쳐라고 요구하였을까? 만일 그랬다면 이에 대한 미국의 대답은 무엇이었나? 미국법에 어긋나는 한미 FTA는 무효라는 미국법을 개정하라고는 요구했나?


발효 문서 3년간 비공개를 미국과 합의했다

외교통상부는 어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 보낸 공문에서 "한미 양국정부간에 한미 FTA 발효 관련 협의내용을 협정 발효 후 3년간 대외 비공개하기로 한 합의에 의거" 발효 협의 문서를 비공개한다고 통지했다. (문서번호 FTA이행과-20120228)

누가 외교통상부에게 이런 비밀 합의를 할 권한을 주었는가? 왜 국민은 발효 관련 내용조차 알 수 없단 말인가?

아무리 한미 FTA 번역 오류 목록을 공개하라는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조차 불복하고 항소하는 외교통상부이지만 발효 문서조차 3년간 비밀로 하기로 미국과 합의할 수 있는가?

노무현 정부 때의 외교통상부는 협상 전략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협상 관련 문서를 발효 후 3년 간 공개하지 않기로 미국과 합의를 했다. 그러더니 이명박 정부 때의 외교통상부는 발효 문서조차 공개하지 않기로 합의를 했다. 이처럼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의 외교통상부는 같다.


한미 FTA는 영구 조약인가?

미국법에 따라 운명이 결정되는 한미 FTA의 본질은 노무현 정부 때나 이명박 정부 때나 다르지 않다. 그것은 재산권을 절대시하는 미국 제도의 이식이다. 그리고 미국 기업이 미국에 있든지 외국에 있든지 동일한 미국법 체계의 보호를 미국 기업에게 제공하는 세계적 헌법이다.

이 틀이 한국 국민에게 맞지 않을 경우 한국 국민은 이를 폐기할 권한이 있다. 한국은 재산권을 절대시하지 않는다. 한국 헌법은 경제 민주화 조항을 가지고 있다. 한국이 영구적으로 한미 FTA에 갇혀야 할 이유는 없다. 한국은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나 캐나다가 아니다.


한중 FTA와 한호 FTA

한국이 한미 FTA의 틀에 갇혀 있는 한, 한국이 아무리 한중 FTA에서 한국 농업 부분을 보호한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미국 농업의 한국 시장 독점 보장을 의미한다. 한국이 한미 FTA에 갇혀 호주에 대해 투자자 국가 중재 제도(ISD)를 요구하는 현실은 자신의 가치와 모델을 자신에게 찾지 않는 한국의 한계이다.


발효 문서의 즉시 공개를 요구한다

한미 FTA를 찬성하는 사람도 국민이고 반대하는 사람도 국민이다. 국민이 제대로 결정하려면 내용을 알아야 한다. 외교통상부에 발효 협의 문서의 즉시 공개를 요구한다. 선진 통상 국가의 외교통상부가 되기를 기대한다.


출처 : 한미FTA 발효시킨 미국법의 진실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