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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조작과 탄압들

"굳게 믿고 위조하면 국보법상 날조 아니다"는 검찰

"굳게 믿고 위조하면 국보법상 날조 아니다"는 검찰
[증거조작사건 수사 발표 일문일답] 윤갑근 "다른 누가 수사해도 똑같은 결론"
[오마이뉴스] 안홍기 | 14.04.14 19:31 | 최종 업데이트 14.04.14 19:52


검찰,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 수사 결과 발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강당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날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을 수사해온 검찰은 피고발인인 남재준 국정원장과 이시원·이문성 검사에 대해 불기소 처분한다고 발표했다. ⓒ 유성호

국가보안법 간첩죄 증거를 위조한 국정원 직원들은 결국 국가보안법 12조의 날조죄를 적용받지 않게 됐다. '북한에 들어갔다고 굳게 믿고 위조했다면, 날조가 아니다'라고 해석한 결과다.

국정원 간첩사건 증거조작사건 진상조사팀을 지휘한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검사장)은 14일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정원 직원들의 증거조작에 국가보안법 12조의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은 이유를 길게 설명했다. 이 죄는 예를 들어 간첩죄로 처벌받게 하기 위해 증거를 날조ㆍ인멸ㆍ은닉한 사람은 간첩죄의 형량을 적용해 처벌하도록 한 조항이다.

윤 검사장은 "국가보안법상 날조죄가 적용되려면 범죄 성립여부에 관련된 증거가 허위인줄 알고 날조한다는 범행의도가 들어가야 한다"며 "국정원 수사팀은 류자강(유우성)이 2006년 5월 27일 북한으로 출경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를 위조한 것으로, 북한으로 출경한 적이 없음을 알면서도 출경했다고 조작하기 위해 날조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간첩사건을 담당한 검사들은 국정원을 믿었고 국정원을 통해 입수된 증거에 대해선 별다른 의심을 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증거위조 사건의 발단이 된 검찰 제출 출입경기록, 즉 '출-입-출-입' 내용의 문서도 아직은 법적으로는 위조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다음은 이날 수사결과 발표 뒤 윤 검사장이 기자들과 나눈 일문일답을 간추린 것이다.


"부국장 결재 서류도 있지만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 한다"

간첩조작 사건 수사결과 발표, 대공수사국 처장까지만 불구속 기소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강당에서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의혹 재판 증거조작 사건과 관련해 수사 결과를 발표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 유성호

- 허룽시 출입경기록(출-입-출-입 문서) 위조 사실이 명백히 드러나지 않았다고 했는데.
"현재 수사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최종 결론이 위조됐다 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회신과 문서를 전달한 협조자 조사가 필요한 것이어서 현재는 성명불상자를 기소중지하는 걸로 했다."

- 허룽시 공안국의 발급 사실확인서를 국정원 인터넷 팩스로 발송했는데, 그때 송신된 문서가 확보됐나.
"주선양 총영사관에 도착한 팩스, 사실확인서 관련 리포트 기록을 토대로 해서 이 팩스가 어디에서 온 것인지 추적했고 영장 받아서 광범위한 추적을 했다. 모 팩스 회사에서 그게 갔다 입증됐고, 누구 의뢰로 발송됐는지 특정 아이피(IP) 나왔고, 설치된 장소가 특정 장소로 나왔고, 사용자가 나왔고, 그 컴퓨터 어떤 컴퓨터인지 확인했기 때문에 팩스 전달된 경위는 다 확인했다고 판단했다."

- 선양총영사관에서 발급사실 확인하는 팩스를 허룽시 공안국에 보냈는데, 이를 가로챈 사람에 대한 수사는?
"중국 내 협조자로 추정하지만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특정 안돼 공소사실에 불상의 방법이라고 기재했다."

- 이아무개 대공수사국 처장은 사실상 공모한 걸로 볼 수 있고 지위상으로 봐도 책임이 있다. 공모 방식이 회의를 해서 한 건지, 그냥 결재인 건지, 불구속 기소한 배경은?
"수사처장이 이 사건에 있어 총 책임자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주도적으로 범행한 것은 밑의 과장 이하다. 구체적인 방법 제안도 지시에 의한게 아니라 밑에서 방법 고안해서 보고하면 승인하는 정도였고, 전체가 모이거나 일부 의사 교환하는 논의를 통해 범행이 이뤄졌다."

- 국정원 전문에 결재한 것은 이 처장이고, 이 처장이 주도했다고 볼 수 있는데.
"이 처장이 결재했다. 검찰이 제출받은 전문 중 일부는 부국장 결재 한 경우도 있다. 국정원 내 결재선이 변화된 지 얼마 안됐고, 전자결재로 되다 보니 확인하지 않고 클릭해서 결재했다고 하고, 과장들도 구체적인 건 위에 보고 않했다고 진술했다. 이 처장 윗선으로는 별다른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

- 위조기록 만드는 데에 쓴 자금 집행 부분은 확인했는가.
"대공수사처장 전결로 돼 있다. 관련된 전문은 부국장 전결로 돼 있다."

- 부국장이 결재는 했지만 세부 내용은 인지하지 못했다?
"그렇다."

- 대공수사국장이 결재한 것도 있다고 했는데.
"극히 일부다. 범죄 관련되지 않은 부분. 국장은 '결재가 올라와도 부국장 결재가 됐기 때문에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고 했다."

- 이아무개 대공수사국 처장은 범행 부인하고 있나.
"그걸 부인한다 자백한다 간단하게 확정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 상선 역할을 한 이 처장을 구속하지 않은 것은 총 책임자가 아니라는 건가.
"총책임자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맞지만, 범행의 구체적 실행을 한 것은 아니고, 경위 등에서 참작할 점 있고, 구속된 김 과장과는 범죄 사실에 있어 많은 차이가 난다. 27년간 대공수사 업무 종사한 정상도 참작했다."

-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를 위조한 방법과 서울로 보낸 방법 등은 공소사실 확정이 안됐다.
"당사자들 진술에 의하면 중국 협조자가 많은 역할했고 전달 부분도 그랬을 거라 추정한다. 그 부분은 특정은 안됐지만 공소사실은 특정됐다고 자부한다."


"27년간 대공수사 업무 종사한 정상도 참작"

- 국보법상 날조가 적용되지 않은 것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국보법상 날조죄를 적용하지 않은 부분을 객관적으로 설명드리겠다. 날조의 사전적 의미는 남을 헐뜯기 위해 사실에 맞지 않거나 사실이 없는 일을 사실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는 것으로서, 국가보안법상 날조는 전혀 있지도 않은 허위사실을 마치 진실인 것처럼 조작하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겠다.

또한 국가보안법 12조는 형법상 날조와는 달리 이 법의 죄에 대한 증거날조라고 규정하고 있어 날조의 대상이 되는 증거는 죄의 성립 여부와 관련된 직접적인 증거로 한정된다고 할 것이다. 국가보안법상 날조죄는 각 죄의 형량을 적용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간첩죄라면 7년 이상 징역을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형사법의 엄격해석의 원칙이라든지 비례의 원칙을 기초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국가보안법상 날조죄가 적용되려면 범죄 성립여부에 관련된 증거가 허위인줄 알고 날조한다는 범의가 들어가야 한다.

입법 연혁을 보면 날조죄의 구성요건은, 1948년 직권을 남용해 범죄 사실을 날조하는 것, 1960년 죄에 대하여 유죄의 증거 조작, 1980년 죄에 대하여 증거를 날조하는 것이라고 개정돼, 날조는 단순 증거위조와는 확연히 구분되고 있다.

증거법적으로 보면 관련자 조사 결과, 국정원 수사팀은 류자강(유우성)이 2006년 5월 27일 북한으로 출경했다고 판단하고 이를 입증할 증거를 위조한 것으로, 북한으로 출경한 적이 없음을 알면서도 출경했다고 조작하기 위해 날조한 것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적용하지 않은 것이고, 결과적으로 법리해석에 기초한 것이다."

- 허룽시 공안국 명의로 위조한 출입경기록을 입수하기 전인 10월 2일에 검사가 출입경기록 입수 계획을 재판부에 얘기했는데, 뭘 근거로 그렇게 설명할 수 있었다고 보는가.
"검사는 국정원 직원들과 추가 증거 입수를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국정원 직원한테 출입경기록이 입수가능할지 모르겠다는 얘길 듣고 그런 것 같다. 추가증거 입수 방법에 대해 서로 논의했고, 그 과정에서 '잘하면 구할 수 있다'는 얘길 믿고 그렇게 설명한 것 같다."

- 검사들이 구체적인 입수방법을 논의하진 않았나.
"구체적인 방법을 논의했다고 보긴 힘들다."

- 검사들은 국정원 얘기만 일방적으로 믿었다는 것인가.
"사후에 위조된 문서이긴 하지만 사실확인서가 왔고, 형식적으로는 (국정원을) 믿고 한 것으로 보인다. 위조된 것이지만 문서가 왔으니 검사들이 믿고 한 것은 맞는 것 같다."

- 검사들도 '비공식적 입수'란 걸 알았다는 게 중국 정부 회신 이후의 대책문건에 나타나는데.
"검사들이 비공식적이란 개념을 포괄적으로 해석한 게 아닌가 한다. 불법이나 위법이다라는 것인지, 협조자 통한 보안을 유지하면서 한 것인지 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했음에도 검사들은 사실확인요청을 한 게 아닌가 한다.


"팩스번호가 서로 다른 문서란 것도 검사들은 몰랐다"

- 국정원 직원들이 국정원에서 팩스로 보낸 허룽시 공안국의 출입경기록 발급 사실확인서는 발신 팩스번호를 실수를 해서 두번 보냈는데, 이 중 하나는 의견서에 첨부하고 하나는 증거로 제출한 데 대해 검사들의 설명은?
"처음에 문서가 오니까 의견서에 첨부해서 보내고, 또 오니까 증거로 제출했다고 했다."

- 팩스번호가 서로 다른 문서란 걸 검사들이 몰랐다는 건가.
"그렇다."

- 담당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어느 정도 했나. 강제적인 수사 방법을 동원한 것인지, 그쪽 진술 중심으로 판단한 것인지.
"진술과 객관적인 자료를 다 보고 판단했다."

- 검찰 제출 증거 출입경기록 '출-입-출-입' 문서의 위조여부는 중국이 형사사법공조로 답변 안하면 영구미제사건이 되는가. 유우성씨 여권기록 등 검찰증거의 위조를 입증하는 다른 기록도 충분히 수사했는지.
"충분히 수사해서 내린 결론이고, 형사법적 증거법적으로 뒷받침되고 공소제기된다고 입증돼야 한다. 의심스럽고 의혹만 갖고 공소제기할 순 없다. 위조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 중국 정부가 과연 답변을 해줄 것인지.
"그렇게 기대하고 있고 진행중이다. 어느 정도 절차가 진행됐다는 건 확인된다."

- 검찰 제출 증거 출입경기록 문서를 위조한 협조자의 행방은?
"국정원도 연락 안되는걸로 알고 국내에 없는 걸로 안다."

- 결국 사건의 발단이 단 위조된 검찰 제출 증거 출입경 기록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못했다.
"중국으로부터 형사사법공조 결과가 온 다음에 대처할 것이다. 우리가 요청한 것은 중국의 외교적인 공식입장을 요청한 것이다."

- 남재준 국정원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안 했는가.
"국정원장은 직접 조사하지 않았다. 밑에서 이어지는 연결고리가 있어야 소환조사를 하는 것인데 그런 연결고리가 없었다."


"다른 누가 수사해도 똑같은 결론 나오리라 자신"

▲ 윤갑근 대검찰청 강력부장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 강당에서 들어서고 있다. ⓒ 유성호

- 관련 검사들에 대한 감찰 계획은?
"따로 발표를 할 것이다. 수사결과를 총장에게 보고드렸고 관련기록도 첨부했다."

- 이번 사건에 대한 총평을 해달라.
"수사팀 전체가 어려운 수사를 진행했고 열심히 했다고 자부할 수 있다. 형사법정에 제출된 증거 서류가 위조돼 사법체계의 근간을 해치고, 외국 국가기관의 공문서가 위조된 거여서, 국가의 신뢰도 문제와 외교문제가 된 사건이다. 또 공무원들에 의해 발생한 범죄여서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범죄라 생각해 최선을 다해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엄정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겠다는 기본적인 신념을 갖고 했다."

- 국정원이 수사에 잘 협조했나.
"수사라는 게 상대방이 있으면 어려움이 있다."

- 기소중지된 권아무개 국정원 과장은 자살을 기도했는데 현재 상태는 파악했나.
"검사가 대면해서 확인한 결과 상당히 호전됐다. 담당의사는 상당기간 입원해 치료와 관찰이 필요하다고 해서 치료할 기회를 주는게 맞다고 판단했다. 최근 환자 상태는 설명드리기 어렵다."

- 국정원이나 검찰은 증거위조하기 전에도 명백한 증거 없는 상황에서 유가려씨의 증언만 갖고 기소를 했다. 그 많은 출입경 기록 위조의 증거가 쏟아져나왔음에도, 유우성씨 여권기록이나, 유씨 친척들 출입경기록에 같은 오류가 기재돼 있는 것이나, 중국 정부 공식 확인 답변이 있음에도, 검찰 제출 증거가 위조라고 확인을 못하겠다는 태도는 유우성 기소할때와는 전혀 다른 태도 아닌가. 국민이 검찰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그 건 한쪽 측면의 생각이고, 반대로 이 쪽에도 근거가 있기 때문에 확실하지 않으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형사처벌의 기본 원칙에 입각해서 한 것이지, 어느 한쪽은 불리하게 하고 어느 쪽은 봐주기 위해 형평에 맞지 않게 처분했다고 보지 않는다. 다른 누가 수사해도 똑같은 결론이 나오리라 자신한다."



출처 : "굳게 믿고 위조하면 국보법상 날조 아니다"는 검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