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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언딘’을 둘러싼 6가지 의문

왜 UDT 아닌 민간? ‘언딘’을 둘러싼 6가지 의문
자원봉사자-정부 충돌배경으로 민간기업 언딘 떠올라
‘수난 구조마저 민영화 체계로 전환시켰나’ 지적 나와

[한겨레] 허승 기자 | 등록 : 2014.04.24 23:15 | 수정 : 2014.04.25 18:10


▲ 21일 오전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군 사고 해역에 다이빙벨을 실은 바지선이 떠 있다. 다이빙벨은 수중에서 잠수부들이 교대로 작업을 할 수 있는 수중 대기소로 이 장치가 있을 경우 20시간까지 작업이 가능하다. 진도/박종식 기자

세월호 실종자 구조작업 과정에서 민간 잠수부와 정부 사이의 충돌이 발생한 배경에는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주도해온 민간기업 ‘언딘 마린 인더스트리’(언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수난 구조마저 정부가 책임지는 민·관·군 협력체계에서 민간 기업에 위탁하는 민영화 체계로 전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겨레>가 언딘을 둘러싼 문제점을 6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짚어봤다.


1 언딘이 독점한 구조 작업

<한겨레> 취재 결과 민·관·군이 협력하는 범정부 사고대책본부가 세월호 침몰 사고에 대한 수색·구조 작업을 민간 업체인 언딘 위주로 운영해왔다는 진술이 다양하게 나왔다.

해군특수전전단(UDT·유디티) 동지회의 김명기(36)씨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신속한 구조를 위해 생업을 포기하고 현장을 찾았지만, 해경이 막아 아예 물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 천안함 사고가 발생했을 때는 정부 쪽과 핫라인이 구축되어서 긴밀하게 협력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민간업체가 끼어 우리는 구조 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상태”라고 말했다.

민간 잠수부들의 단체인 황대영(61) 수중환경협회 대표의 진술도 마찬가지였다. “자원봉사를 하러 왔는데 해경 쪽에서 아예 상대를 안해줬어요. 언딘이 구조 작업의 모든 주도권을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의 고명석 대변인은 이런 진술들에 대해 고개를 저었다. 고 대변인은 “자원봉사자들은 대부분 거센 물살과 제한된 시야로 물 속에서 10분도 채 안 돼 출수했다”며 “심지어는 입수도 안 한채 사진만 찍고 돌아가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언딘은 이곳에 상주하며 합동구조팀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원봉사자들이 구조작업에 오히려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해명이다.


2 왜 UDT나 해경이 아니라 언딘인가

하지만 왜 현역 유디티의 잘 훈련된 해군이나 해양 경찰 등과 같은 공공의 전문가들이 아니라 언딘이라는 민간 업체를 중심으로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해결해주진 못한다. 세월호 구조 작업은 참사 초기부터 줄곧 언딘이 주도해서 이뤄졌다. 특히 구조 작업 초기 주요 구조 및 시신 인양이 민간 잠수부가 한 일로 발표됐는데, 이들이 바로 언딘 소속 잠수부들이었다.

고 대변인은 지난 19일 이뤄진 언론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여기서 말하는 민간 잠수부란 구난업체인 언딘을 의미한다”며 민간기업이 선체 수색 등 특수분야에서 더 전문성이 있다“고 밝혔다. 정부 관계자 입에서 군·경보다 민간 잠수부가 시민 구조에 더 우수하다는 말이 나온 것이다.


3 정부는 수난 구조마저 ‘민영화’했다

애초 정부와 계약한 업체로 알려졌던 언딘은 사실 세월호의 소유주인 청해진해운과 계약을 맺은 업체로 드러났다.

고 대변인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언딘은 정부가 아닌 청해진해운과 계약했다. 정부가 수색 작업을 총괄하지만 구체적인 계약은 선사와 맺는다“며 ”피해를 보상하고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여객선 주인인 선사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언딘 쪽도 ”침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구난업체는 일반적으로 선사와 계약을 한다“고 확인했다.

정부와 직접 계약 관계가 아님에도 언딘이 합동구조팀에 들어올 수 있었던 근거는 2012년 8월 전면개정된 수난구호법이다. 2012년 수난구호법이 개정되면서 “수난구호협력기관 및 수난구호민간단체와 협조체제를 구축”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그리고 이때 법이 개정되면서 수난구호협력기관의 하나로 한국해양구조협회가 설립됐다. 한국해양구조협회는 수난구조활동에서 정부의 가장 중요한 파트너가 됐다.

한국해양구조협회에는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6개 조선사, 한진해운 등 7개 해운사를 비롯해 10여개의 민간 구난업체가 속해 있고, 이 가운데 언딘이 있다. 수난구호법에 근거해 한국해양구조협회는 수난 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해경과 함께 수색구조에 나서게 되는데, 이런 조처의 일환으로 청해진해운이 사고 발생 이튿날인 지난 17일 언딘과 계약을 맺고 구조에 나섰다.

결국 해경의 장비와 인력만으로 기존 해양사고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게 법의 취지인데, 여기서 공공의 장비와 훈련된 인력을 더 보충하지 않고 민간에 손을 벌리는 사실상의 ‘민영화’ 쪽으로 방향을 잡은 셈이다. 그리고 김윤상 언딘 대표이사는 최상환 해양경찰청 경비안전국장, 김용환 전 남해지방해양경찰청장과 함께 해양구조협회 부총재직을 맡고 있다.

▲ 언딘의 홈페이지. 언딘의 여러 사업 부문을 소개하고 있다.


4 언딘은 정말 전문성이 있는 업체인가

문제는 언딘이 정말 수난 구조작업에 전문성이 있는 업체인가라는 데 있다.

언딘의 주요사업 내용을 보면 선체 인양, 기름 유출 방제 등이 기록돼 있을 뿐 인명구조에 관한 내용은 없다. 언딘이 공개한 기존 사업 내역에서도 언딘이 인명구조 작업을 한 기록은 없다. 정부는 언딘이 국내 유일한 국제구난협회(ISU) 정회원이라고 홍보하고 있지만, 정작 언딘에는 전문 구조인력이 없어 필요할 때마다 단기로 계약해 인력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2004년 설립돼 2008년부터 구난업무를 시작한 언딘이 역대 최악의 해양 사고라고 불리는 세월호 사고에 대한 구난업체로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게 적절한 지 의문이 제기된다.


5 언딘이 주도한 수색 구조 작업은 혼선 투성이였다

전문 구조인력이 없는 언딘이 주도한 수색 구조 작업은 혼선 투성이일 수밖에 없었다.

언딘은 이종인 알파잠수기술공사 대표가 사재를 들여 가져왔지만 해경에 의해 투입이 거부된 다이빙벨을 23일 밤에야 급히 한국폴리텍대학 강릉캠퍼스에서 빌려오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컷뉴스>의 보도를 보면, 기존 선내 수색작업을 지원했던 기존 ‘2003 금호 바지선’을 23일 언딘이 운영하고 있는 ‘리베로 바지선’으로 교체하면서 23일과 24일 수색작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때는 나흘 밖에 안 되는 조금기(조류가 느려지는 시기)라 수색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기대했던 시기였다.

유디티 동지회가 가져온 머구리배도 사용하지 않았다. 유디티 동지회의 김명기씨는 ”17일 잠수시간을 늘려주는 잠수장비 머구리배 4척을 사고 현장에 가져왔지만 해경이 막아 사용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책본부는 나흘이 지난 21일 머구리배를 급히 다시 투입했다“고 말했다.


6 남는 의문점-언딘은 구조가 아니라 인양 계약을 맺었나?

언딘이 구조 작업에 무능함을 드러내면서 언딘이 청해진해운과 맺은 계약이 실종자 구조작업에 대한 계약이 아닌 인양 작업에 대한 계약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황대영 한국수중환경협회 대표는 ”왜 구조단체가 아닌 인양업체가 왔느냐“며 ”애초에 인명 구조에는 큰 관심이 없었던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하지만 <한겨레>가 확인한 결과, 정부는 언딘이 청해진해운과 맺은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언딘 쪽 역시 ”구체적으로 어떤 계약을 맺었는지 현재로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출처 : 왜 UDT 아닌 민간? ‘언딘’을 둘러싼 6가지 의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