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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진보여성정책연구회] 2014-04-23 13:22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 세월호 사고로 실종된 단원고 아이들의 엄마가 아이들 생각만 할 수 있게 '무사생환'을 염원하는, '무능정권'을 비판하는 촛불은 다섯 살 아이 엄마인 제가 들겠습니다. 이 땅의 엄마들, 같이 촛불을 들어주세요. 매일 저녁 7시, ○○○

저희는 오늘부터 저녁 7시 서울을 비롯한 전국각지에서 촛불을 들겠습니다.

단원고 엄마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아이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사고 5일째,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이 나섰습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안되는 갑갑한 상황에서 천리길을 걸어서라도 청와대로 가겠다고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길을 나섰습니다. 변변한 옷도 걸치지 못했습니다. 슬리퍼를 신고 달려 나온 엄마의 발이 한참을 걷자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옆을 따르던 딸은 자신의 운동화를 벗어 엄마에게 신겨줬습니다. 딸은 맨발이 돼 버렸습니다. 그리고 울부짖습니다.

내 꺼내온 내 아이 얼굴도 알아볼 수 없으면 평생 못 산다. 조금이라도 멀쩡할 때 꺼내줘라. 한번이라도 얼굴 알아볼 때 안아보고 떠내 보내야 해.

총리가 말합니다. “10시에 봅시다.” 그 10시에 총리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언론 앞에 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 대변인은 “외부민간인의 불필요한 소동 유발 행위나 거액의 인양자금 요구 등 악덕행위를 근절”, “실내 공기 환기, 샤워실, 화장실 추가설치, 의료지원을 실시, 셔틀버스 운행단축” 같은 얘기만 했습니다. 천금 보다 귀한 아이가 물속에 잠겨있는 엄마들이, 맨발로 천리길을 가겠다는 엄마들이 샤워실이 절실할까요?

외부 민간인들의 불필요한 소동 유발행위라니요? 거액의 인양자금 요구행위라니요? 언론인 여러분, 기자 여러분! 진짜 이런 일이 있기는 했나요?

정부는 재난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분노한 민심을 억누르는 데만 골몰하고 있습니다.

한 엄마는 말합니다.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그냥 애들 부패만 안됐으면 했다. 띵띵 시신불고 그러지 않게 빨리 꺼내줬으면 했다. 딱 한번이라도 내새끼 품어주고 보내줘야지. 엄마가 어떻게 그냥 보내

안전한 대한민국은 없습니다. 안전을 위한 규제마저 암덩어리라며, 쳐부숴야야 할 적으로 취급한 대통령 덕분에 돈벌이를 위해서는 온갖 안전장치도 다 무시한 악덕기업 때문에 세월호는 침몰했습니다. 침몰한 세월호를 두고, 아이들이 갇혀있는 그 세월호의 뱃머리를 온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 정부는 세월만 보내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재난관리도 침몰했습니다. 뱃머리가 떠 있을 때는 못했던 선내진입을 완전히 물에 잠긴 후에는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원고 엄마들의 절규에 잠이 오지 않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오죽하면 비를 맞으며 맨발로 길을 나섰을까요? 저라도 그렇게 했을 겁니다.

우리가 촛불을 듭시다. 단원고 엄마들이 실낱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도록, 한 엄마의 말처럼 딱 한 번이라도 내새끼 품어주고 보내줄 수 있도록... 현장을 지킬 수 있도록 서울의 엄마들이 부산의 엄마들이 광주의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저희는 오늘부터 저녁 7시 서울을 비롯한 전국각지에서 촛불을 들겠습니다.

단원고 엄마들이 다른 것 신경 쓰지 않고 아이만을 생각할 수 있도록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


출처 : [전국여성연대 호소문] 우리 엄마들이 촛불을 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