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경찰이 밀양 음독주민 사인 왜곡"

"경찰이 밀양 음독주민 사인 왜곡"…녹취록 공개
[노컷뉴스] 경남CBS 이상현 기자 | 2014-05-08 18:57



지난해 12월 음독자살한 밀양주민 고 유한숙 씨가 송전탑 때문에 음독했다고 말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그동안 유씨가 복합적인 이유로 음독을 해왔다고 밝혀온 경찰이 사인을 왜곡하고 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밀양 송전탑 반대대책위원호은 8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음독 뒤 병원으로 옮겨진 유씨와 경찰 간의 녹취록을 전문을 공개했다.

경남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이 녹취록에는 밀양경찰서 형사가 음독 이유를 묻자 유씨는 "송전탑 때문에"라고 답한다.

뿐만 아니라, "송전탑 때문에 내가 돼지도 못 먹이고, 하나 옮기면 되는데"라는 등 송전탑을 언급하는 답이 4차례나 이어진다.

그러나 형사는 유씨의 진술 이후에도 계속해서 "오늘 뭐 (사모님하고) 싸우신 일"이 있느냐, "특별히 마음이 움직였다든가 다른 원인이 있나"라며 재차 이유를 물었다.

이에 대해, "실제로 녹취록에서 담당 형사는 '송전탑 때문'이라는 유 씨의 대답에 황급히 '오늘 뭐 싸우신 일이 있었느냐'고 되물어 의도적으로 음독 이유를 고인의 사생활로 덮고자 한 의혹이 녹취록을 통해 확인됐다"는 유족 증언도 있었다.

이후 밀양경찰서는 유씨의 죽음에 대한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유족의 최초 진술만을 들어 "고인이 '송전탑 때문에 죽는다'고 말하는 것을 들은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유씨와 그 부인이 송전탑 반대 집회 때문에 갈등이 있었고, 돼지값 하락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고 밝혀 송전탑 외 다른 이유를 들기까지 했다.

장하나 의원은 이에 대해 "밀양서에서 스스로 보도자료에 적시해놓은 대로 '(고인의 죽음이) 지역안정의 저해가 될 것'을 우려한 경찰이 고인의 사망원인을 의도적으로 축소·왜곡했다"고 주장했다.

또 밀양경찰서와 경남경찰청의 송전탑으로 인한 자살·부상 사건에 대해 원인을 왜곡·호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왔다.

2012년 1월 스스로 몸에 불을 질러 숨진 고 이치우 씨에 대해 경찰은 '부주의에 의한 실화'로 발표했다가, 이후 밀양서장이 직접 '분신자살'로 정정 기자회견을 한 적이 있다.

2013년 12월 음독한 권모씨에 대해서도 고인 주변에 약봉지가 있었음에도 가족들에게 "약봉지를 발견치 못했다"라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응급환자를 장시간 방치했다.

장하나 의원은 "고인이 죽음 직전 마지막 힘을 다해 하신 말씀까지 왜곡하고 은폐하려고 하는 경찰행태를 보면 분노를 넘어 깊은 비애감을 느낀다"라며 "경남청과 밀양서는 담당 수사관 징계를 통해 왜곡된 수사결과를 바로잡고, 유족들에게 즉시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까지 유 씨의 장례식까지 치르지 못한 유씨의 큰 아들인 동환 씨는 "경찰이 왜곡하는 바람에 선친은 송전탑 건설에 저항하며 음독했는데도 국민들은 송전탑과 관련된 일이라고 보지 않고 있다"며 "지금이라도 바로 잡지 않고 덮으려고 한다면 또 다른 잘못된 일이 날수 있다"고 말했다.


출처 : "경찰이 밀양 음독주민 사인 왜곡"…녹취록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