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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통합진보당 탄압

‘숨겨진 목적’ VS ‘명백한 위협’

위헌정당해산 요건, ‘숨겨진 목적’ VS ‘명백한 위협’
[기획-진보당 해산심판 핵심쟁점 분석 ①]
[민중의소리] 최지현 기자 | 발행시간 2014-04-29 08:31:52 | 최종수정 2014-04-29 08:31:52


▲ 박한철 헌법재판소장과 통합진보당 정당해산청구 사건 주심 이정미 재판관 등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통합진보당이 정당해산청구와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관련 헌법재판소법 제40조 제1항 등에 대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 선고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통합진보당이 위헌정당이라는 정부 주장은 ‘숨겨진 목적’을 봐야한다는 논리가 핵심을 이룬다. 진보당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할 ‘숨겨진 목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해산을 해야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숨겨진 목적’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협’이 있어야 해산할 수 있다는 게 진보당의 주장이다. 대중정당에 어떻게 ‘숨겨진 목적’이 있을 수 있냐는 것이다. 정부 주장은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마녀사냥’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숨겨진 목적’만 입증되면 정당해산이 가능하다는 정부,
냉전시대 ‘독일공산당 해산’ 사례 근거로 제시


정부는 “위헌정당해산 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위헌적인 진정한 목적을 명시적으로 표현하는 경우는 사실상 없다”며 진보당의 ‘숨겨진 목적’을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의 이런 논리는 진보당 해산심판 사건 첫 변론기일에서 정부 측 대리인으로 나온 권성 변호사가 표현한 ‘양두구육(羊頭狗肉)’과 ‘정명가도(征明假道)’이란 단어로 요약된다. 그는 “(진보당은) 선량하고 성숙한 시민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상품을 진보와 민주주의로 포장해서 유인, 강요하고 있다”며 ‘양의 머리를 걸어놓고 개고기를 판다’는 뜻의 고사성어인 ‘양두구육’에 비유했다. 이는 진보당의 강령이 겉으로는 민주주의를 지향하는 것 같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다.

또한 권 변호사는 임진왜란 당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조선에 ‘명나라를 치려고 하니 길을 빌려달라고 요구했다’는 ‘정명가도’라는 말을 언급하며 “(진보당 주장은) 자유민주주의보고 길을 비키라는 것인데, 그렇게 길을 비키면 다음에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며 “자유민주주의를 내쫓고 대신 안방을 차지해서 북한식 사회주의 잔치를 벌이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재의 사실만 볼 게 아니라 ‘머릿속 생각’을 추정해 봐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숨겨진 목적’이 존재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면 위헌정당해산 요건이 충족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정당의 강령, 선언물, 대표 정당인의 정치적 이념 관련 글, 연설, 당원교육교재, 정책선전자료 등을 통해 '숨겨진 목적'이 있는지 추론할 수 있으며, 실제 활동과 강령을 비교해 강령이 ‘명목상 강령’에 불과한지 그렇지 않은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진보당이 강령을 통해 표방하고 있는 ‘진보적 민주주의’나 ‘민중주권’ 등을 위헌의 근거로 드는 논리가 바로 '숨겨진 목적'이다. 이 강령들은 밖으로 보이는 것과 달리 실제로는 북한의 대남혁명노선에 따라 사회주의 혁명을 추구하는 데 따라 나온 것이라는 논리다.

정부는 이같은 논리를 뒷받침하기 위해 과거 냉전시대인 1956년 독일연방헌법재판소에 의한 독일공산당(KPD) 해산 사례를 들고 있다. 독일연방헌법재판소는 독일공산당 해산 결정 당시 “단기적인 목적과 장기적인 목적 사이의 구별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오로지 그 목적상 현재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침해 또는 폐지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가 여부”라는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의도'의 존재 여부를 핵심 근거로 든 것이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협하려는 '의도'만 입증된다면 ‘과거의 행위에 대한 형사상 책임을 묻는 게 아니라 미래의 위험성에 대한 예방’ 차원에서 해산 요건을 충분히 갖췄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명백한 위협’이 정당해산 요건이 돼야 한다는 진보당,
‘베니스위원회·유럽인권재판소 판결’ 근거로 제시


진보당은 정당해산 요건을 갖추기 위해서는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위협’이 있어야 된다고 주장한다. 공개된 대중정당이 '숨겨진 목적'을 가질 수도 없거니와, '구체적 위협'으로 나타나지 않은 '의도'를 추정해 정당을 해산하는 것은 정치적 탄압을 위해 헌정 질서를 흔드는 행위라는 주장이다.

진보당은 우리나라도 정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유렵평의회 신하의 ‘베니스위원회’(법을 통한 민주주의 유럽위원회)의 지침과 유럽인권재판소의 판결에서 제시된 정당해산 기준이 세계적 추세이자 기준이라고 강조한다. 이들 지침과 판결은 ‘실질적 위험’, ‘급박한 위험’을 정당해산 요건으로 제시했다.

베니스위원회는 1999년 발표한 ‘정당의 금지와 해산 및 유사조치에 관한 지침’에서 “정당의 해산은 정당이 민주적 헌정질서를 전복하기 위한 정치적 수단으로 폭력의 행사를 옹호하거나 폭력을 사용함으로써 헌법에 의하여 보장된 권리와 자유를 위태롭게 하는 경우에만 정당화” 될 수 있고, “민주적 기본질서에 대한 실질적 위험을 초래하는 경우에만 고려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다.

또한 유럽인권재판소가 그동안 정당해산을 인정한 경우는 테러조직과의 연계성이 드러난 스페인 BATASUNA의 해산(2003년)과 정교분리원칙을 부정하고 이슬람 신정국가의 실현을 위해 폭력이나 성전도 불사하겠다는 터키 복지당의 해산(1993년) 정도에 불과하다.

과거 독일연방헌법재판소의 독일공산당에 대한 해산판결은 현재의 세계적 기준과는 동떨어져 있으며 냉전이 격화되던 당시의 특수한 사정에서 기인했다는 게 진보당 측의 주장이다.

아울러 독일공산당의 사례에 비춰본다고 하더라도 진보당에 대한 해산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구체적 행동의 여부를 떠나 독일공산당은 공개적으로 마르크스-레닌주의를 천명했지만, 이와 달리 진보당은 구체적 행동은 물론이고 북한식 사회주의를 표방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울러, 정당 목적의 민주적 기본질서의 위배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강령, 당헌과 당규, 당의 선언문, 강령해설서 등 당의 공식적인 의결 절차를 거쳐 작성된 문헌을 기준으로 해야 하며, 목적을 추구하기 위해 객관적으로 펼친 활동의 강도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진보당은 "정당해산제도는 민주주의의 기본전제인 다양성과 다원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소수정당을 다수정파의 권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수단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그 어떠한 정당이라도 폭력에 의하여 체제를 파괴하고자 하지 않는 한 헌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라며 “이 사건 청구는 세계적인 추세와 우리 헌법의 취지에도 반하는 부당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기획-진보당 해산심판 핵심쟁점 분석①] 위헌정당해산 요건, ‘숨겨진 목적’ VS ‘명백한 위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