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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노동과 삶

노동권리지수 세계 최하위 한국

[사설] 노동권리지수 세계 최하위 한국
[민중의소리] 발행시간 2014-05-23 07:37:35 | 최종수정 2014-05-23 07:37:35


세월호 참사가 따로 없다. 한국이 '노동권 최하위 등급 나라‘라는 부끄러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155개국 1억7500만명의 노동자가 가입해 있는 세계 최대 노동조합 단체 국제노총(ITUC)이 세계 139개국의 노동권 현황을 조사해 지난 19일 발표한 노동권리지수(GRI)에서 한국은 최하위인 5등급으로 분류됐다.

노동권리지수란 국제노동기구(ILO)가 발표하는 97개 노동 지표를 바탕으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이 얼마나 잘 보장되는지 분석해 5개 등급으로 나눈 것이다. 국제노총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조사 결과를 토대로 점수를 매겼는데, 5등급이란 “노동법은 있으나 노동자들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동권 최하위 등급”을 뜻한다. 국제노총은 한국에 5등급을 부여한 이유로 정부의 공무원 노조 설립신고 반려, 교직원 노조의 법외노조 결정, 철도파업 노조원에 대한 대량 해고 등을 적시했다.

부끄러운 일이다. 한국은 긴 노동시간과 함께 산재가 많은 나라라는 오명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2012년 한해에만 일하다가 사고로 숨진 노동자수가 무려 2,165명에 달한다. 노동자의 일터가 한해 평균 2,000여 명에 달하는 산재사망자와 8,000여 명에 달하는 업무상 재해자를 양산하는 전쟁터에 다름 아니다. 하기야 노조 탄압에 항의해 자결한 노동자의 시신을 경찰이 영안실을 짓밟고 들어와 탈취해가는 만행이 벌어지는 지경이니 어쩌면 노동권리지수 등급을 논하는 것 자체가 부질없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세월호 참사뿐이 아니다. 송파 세 모녀의 죽음, 활동보조 지원을 받지 못해 사망한 장애인,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노동자 8명의 산재 사망, 그리고 삶의 벼랑 끝에 내몰려 세상을 등지는 서민들의 연이은 죽음 역시 안타까운 사회적 참사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최대의 화두는 생명과 안전이다. ‘돈보다 생명’ ‘효율보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지고 있다. 6.4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은 저마다 ‘생명중시’ ‘안전제일’을 강조하고 있다. 서울시장에 출마한 정몽준 새누리당 후보 역시 연일 안전을 역설하며, 선거운동 첫날 22일 오전 용산 시범중산아파트를 방문해 노후 건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실시하는 등 '안전' 행보를 했다.

같은 날 현대중공업노조는 여의도 정몽준 후보 캠프 앞에서 후보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상경투쟁에 돌입했다. 현대중공업노조 신동준 부위원장은 "1974년 현대중공업 창사 이래 388명의 노동자가 재해로 사망했다"며 "세계 1등 기업이란 이름 뒤에는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죽어간 노동자들과 그 가족의 눈물이 있었다"고 성토했다. 금속노조 서울지부 서다인 지부장도 "현대는 지난 5년간 산재은폐를 통해 955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며 "이는 죽어가는 노동자의 피 값으로 기업의 배를 불린 것"이라고 규탄했다. 현대중공업의 최대 주주인 정몽준 후보가 이런 현실을 외면하고 서울 시민의 ‘안전’을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임을 고발한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이은 노동권리지수 세계 최하위 나라라는 오명이 우리에게 던져준 과제는, 사회적 재난에 대비한 사회적 안전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국제노총이 노동권리지수 1등급으로 분류한 나라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노동권 침해에 대해 노동자들이 집단적으로 대응함으로써 노동자의 지위와 노동조건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동기본권의 철저한 보장이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주는 가장 좋은 사회적 대책임을 확인시켜준다.

이번 6.4 지방선거에서도 추상적인 ‘생명중시’ ‘안전제일’ 공약이 아니라 노동자의 권익 향상을 위한 구체적인 공약이 필요하다. 가령 노동자 생활임금 154만원 지급 조례 제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출처 : [사설] 노동권리지수 세계 최하위 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