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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세월호 참사... 결코 잊지 말아야할 것들

박 대통령 ‘실종 7시간’부터 망언 인사들까지…결코 잊지 말아야할 것들
정부·여당은 책임 회피에 급급, 야당은 무력하기만…
기억하기 싫지만, 끝끝내 잊지 말아야 할 그들

[한겨레] 송호진 기자 | 등록 : 2014.07.24 15:19 | 수정 : 2014.07.24 15:58


▲ 침몰사고 100일을 이틀 앞둔 22일 저녁 전남 진도군 임회면 팽목항에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실종자 10명의 이름이 적힌 노란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있다. 세월호 참사 100일인 24일 저녁 7시 서울지역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서울광장에서는 추모 문화제가 열린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세월호 유가족이 청와대로 향하며 울분을 쏟고, 세월호 생존 학생들이 경기도 안산에서 국회까지 걸어와 눈물을 뿌렸다. 정치는 이들에게 믿을 만한 구석을 보여주지 못했다. 정부·여당은 자신들에게 향하는 세월호 참사의 책임을 지우는 데 급급했다. 제1야당은 세월호 유가족들의 유능한 대변자가 되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치의 무책임·무능·몰염치를 보여준 이들을 다시 불러세운다. 누군가에게 이 기사는 복장 터지는 기억을 되살리는 고역이 될 수도 있겠으나.


직설한 장관은 면직, 책임진다던 총리는 재활용

박근혜

박근혜는 참사의 실상도 모르고 있었다. 아이들을 살릴 수 있는 시간을 8시간이나 흘려보낸 뒤인 4월 16일 오후 5시께 중앙재난대책본부를 방문한 박근혜는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다 입고 있는데 왜 발견하기 어렵냐?”고 물었다. 박근혜는 그때까지도 사태의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4월 29일 국무회의 의자에 앉아 장관들 앞에서 했다는 박근혜의 비공개 사과는 유족들의 가슴에 더 큰 상처만 냈다. 박근혜는 참사가 난 지 33일 만인 5월 19일이 돼서야 대국민 담화 형식으로 국민 앞에 나와 고개를 숙였다. 이 자리에서 박근혜는 ‘국가 개조’를 다짐했지만, 엉뚱하게도 ‘슈퍼 전관예우’의 당사자(안대희)와 극보수 인사(문창극)를 국무총리 후보자로 내세웠다가 개조의 대상은 ‘박근혜와 청와대의 불통과 인식’이란 비판만 자초했다. 세월호 참사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던 정홍원 총리를 유임시킨 것은 박근혜가 ‘4·16 이전’으로 돌아가겠다는 선언으로 비쳤다. 대신 세월호 참사 직후 박근혜 앞에서 내각 총사퇴의 ‘직설’을 제기했다가 박근혜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든 것으로 알려진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7월17일 면직 처분을 내려 내각에서 잘라냈다.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

이로써 예상이 빗나가고 있다. 여당에서조차 김기춘 실장이 총리 인선 문제가 마무리되면 세월호 참사 이후 ‘인사 파동’ 등의 책임을 지고 물러나지 않을까 짐작했으나, 그는 청와대에서 의자를 빼지 않았다. 오히려 김 실장은 7월 9일 청와대 비서실의 국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에 출석해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첫 서면보고를 받았다는 4월 16일 오전 10시 이후부터 중앙재난대책본부에 방문한 오후 5시까지 7시간 동안 어디에서 뭘 했느냐”는 야당 의원의 물음에 “(대통령의) 위치에 대해 내가 알지 못한다”고 적극적으로 방어막을 쳤다. 정말 모르는 것일까. 항간의 얘기처럼 박근혜가 일부 비선조직에 둘러싸여 비서실장조차 박근혜의 행적을 파악할 수 없는 시간대가 종종 있는 건가. 아님 국가적 참사를 지휘해야 할 박근혜의 ‘오리무중 7시간’을 둘러싼 말 못할 속사정을 알고도 숨기는 걸까.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

그의 ‘입’은 유족들의 가슴을 후비는 날카로운 가시가 됐다. 그는 참사 당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실종자 가족들이 모인 진도체육관의 탁자에서 의약품을 치우고 컵라면을 먹은 게 논란이 되자 “라면에 계란을 넣어서 먹은 것도 아니고, 끓여서 먹은 것도 아닌데”라며 실종자 가족의 심경을 고려하지 않는 인식을 보였다. 5월 9일 유족들이 청와대 항의 방문을 왔을 때는 기자들에게 “순수 유가족의 요청을 듣는 일이라면 누군가 나가서 말씀을 들어야 한다고 (청와대의) 입장을 정리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순수 유가족’ 발언은 “유족의 요구까지 정치적 선동으로 몰려는 대변인의 불순한 의도가 반영된 표현”이라는 반발을 불렀다.


조원진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으라” 망발

최경환 경제부총리

새누리당 원내대표를 지낸 그는 6·4 지방선거 공식 선거운동일인 5월 22일 세월호 유족들이 귀를 의심할 만한 발언을 내놓았다. 아무리 선거 승리가 다급해도 가려서 해야 할 말이 있을 텐데도. “얼마 전에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 눈물로써 세월호 사고에 대한 사과의 말씀을 했다. 정말 이제는 박 대통령의 눈물을 닦아드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유족의 눈물은 그렇게 뒷전으로 밀려났다. 박근혜의 심기를 헤아리던 친박(박근혜계) 핵심인 그는 지금 경제부총리로 영전했다.

윤상현 새누리당 사무총장

‘도와주세요.’ 6·4 지방선거 직전에 유권자들은 낯선 풍경과 마주했다. 학생들의 생명을 건져내지 못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 책임론이 거세지자, 여당 의원들이 도와달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가 ‘읍소 선거 전략’으로 맞대응한 것이다. 선거 전략의 주요 책임을 맡았던 윤 사무총장도 ‘도와주세요’란 피켓을 들고 거리에 섰다. 이런 상황에서 ‘도와달라’는 유가족의 외침이 집권 여당에 가닿을 리 없었다. 결과적으로 읍소 전략은 여권 지지층의 결집 효과를 냈지만, 이 전략은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 요구와 정부 책임론의 분출을 희석시키려는 여당의 무책임성을 드러낸 것이란 비판이 많았다.

조원진 새누리당 의원

‘세월호 침몰사고 국정조사 특별위원회’가 가동돼 22개 기관보고를 받는 1라운드가 7월 11일에 종료됐다. 특위는 8월에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사람들을 불러 청문회를 한다. 하지만 기관들의 보고가 성의 없거나, 일부 여당 의원들이 국정조사의 본질과 무관한 사안으로 특위를 파행시키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특히 조원진 새누리당 특위 간사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게 보인 행동은 새누리당이 세월호를 어떻게 대하는지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모습이란 지적이 거셌다. 그는 특위 회의에서 김광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발언을 문제 삼아 언성을 높였고, 이를 지켜보던 세월호 희생자 가족이 “싸우지 말라”고 말리자 삿대질을 하며 “당신 뭡니까? 유가족이면 좀 가만히 있으세요”라고 고성을 질렀다. 세월호 진상 규명에 힘을 쏟아도 모자랄 판에 유가족의 가슴에 대못까지 박는 볼썽사나운 행동이었다.


“야당 설득이 야당 몫인가 유족 몫인가?”

김한길·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김한길·안철수 대표가 이 지면에서 여권 인사들의 틈에 끼인 것이 못내 억울할 것이다. 김 대표는 7월 18일에도 “나라가 삼류 국가로 전락하고 있다. 무능과 무책임이 세월호 참사에서도 분명히 드러났다”며 박근혜 정부의 책임을 강하게 제기했다. 하지만 제1야당이 좀더 유능했다면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에 미적대는 여권에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으리란 지적이 많다. 참사 직후 바로 당 차원에서 참사 현장에 천막을 치고 유족들과 지내며 그들의 목소리를 대변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당내에서 나온다. 새정치민주연합의 한 의원은 “현장에서 유족들한테 멱살을 잡히면 어떠냐. 정치인은 욕을 먹는 사람이다. 처음엔 멱살이 잡혀도 그런 과정을 극복하고 당이 현장에서 유족들과 계속 있었다면 우리를 달리 평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7·30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새정치연합에서 벌어진 공천 파동도 세월호 참사 진상 규명을 위한 당력 집중을 어지럽히는 결과를 낳았다. 세월호 특별법 통과가 지연된 데는 여당의 책임이 상당하지만, 유족들은 7월 16일 김한길·안철수 대표를 찾아가 제1야당의 답답함도 토로했다.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 게 유족이냐 야당이냐? 김한길 대표에게 여쭤보고 싶다. 여당 설득이 야당 몫인가 유족 몫인가?” 다른 유가족이 두 대표를 향해 재차 물었다. “127석의 제1야당이 작아서 못 움직입니까? 야당 127명만 일어나도 이 일(특별법)은 얼마든지 해결할 수 있습니다. 왜 안 일어납니까?


출처 : 박 대통령 ‘실종 7시간’부터 망언 인사들까지…결코 잊지 말아야할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