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이다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이다
[민중의소리] 발행시간 2014-09-06 10:40:25 | 최종수정 2014-09-06 15:03:09


추석을 코앞에 둔 시점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느닷없이 담뱃값 인상을 언급했다. 성인 남성 흡연율을 낮추기 위해 담뱃값을 현재의 2500원에서 최소 4500원 정도까지는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담뱃값 인상은 대다수 국민들이 관심을 갖는 첨예한 논란거리이다. 그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문 장관이 민감한 시점에 담뱃값 인상을 언급한 이유는 그가 그 주제를 추석 밥상머리 화제로 올리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가 논란을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정공법을 택한 것은 이 정부에게 그만큼 담뱃값 인상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지난 해 부자 감세와 경기 침체 탓으로 큰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올해도 세수 결손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세금을 더 걷어야 하는 처지인데, 담뱃세는 걷기도 쉽고 세수 규모도 매우 크다. 담배소비세를 1000원만 올려도 세수가 2~3조가 늘어난다. 주식시장에서는 이미 내년 초 담뱃값 인상이 정설로 굳어져 있다고 한다. 증권회사들은 담배와 관련된 주식을 담뱃값 인상의 수혜주라고 간주하여 관련 주식을 매수 추천 종목 리스트에 올려놓기도 했다.

눈여겨보아야 할 대목은 정부의 꼼수이다. 문형표 장관은 담뱃세 인상이라는 표현 대신에 줄곧 담뱃값 인상이라는 표현을 쓴다. 담뱃세를 올리기 때문이 담뱃값이 오르는 것인데도 그는 굳이 담뱃세 인상이라는 표현을 피한다. 담뱃값 인상이 증세로 비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것을 반증한다. 또한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한 언론이 문형표 장관이 흡연율 감소와 세수확충을 위해 담뱃값 인상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했다고 전하자 그는 세금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즉각 보도자료를 내어 반박했다.

여러 장관들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이 담뱃값 인상을 언급한 것도 계산된 플레이의 흔적으로 읽힌다. 담뱃값을 올리려면 안전행정부, 복지부, 기획재정부, 환경부의 협의가 필요하다. 담배에는 안전행정부가 관리하는 담배소비세와 지방교육세, 복지부가 관리하는 국민건강증진부담금,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는 연초안정화부담금, 환경부가 관리하는 폐기물부담금이 붙는다. 2500원짜리 담뱃값의 62.6%인 1564.5원이 세금과 부담금이다. 따라서 세금 소관부서인 기획재정부가 담뱃값 인상을 언급하는 것이 사리에 맞지만 정부는 복지부를 내세웠다. 담뱃값 인상의 목적이 세금인상이 아니라 흡연율을 낮추는데 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다.

정부가 어떤 식으로 꼼수를 부리더라도 담뱃값 인상은 명백한 증세이다. 그것도 간접세 증세이다. 우리는 증세를 반대하지 않는다. 지금 지방정부들은 복지 디폴트에 내몰려 있다. 양극화가 최대의 화두가 되어 있는 현실에서 세금을 좀 더 걷어서 복지를 확충한다면 이에 대해 반대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꼼수를 부린 간접세 인상에 찬성하긴 어렵다. 이명박 정부 이래 세금에 대한 대원칙은 재산세, 소득세, 법인세 등 직접세는 인하하고 담뱃세나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는 인상한다는 것이다. 보수 정부들이 이런 조세 원칙을 수립한 이유는 그렇게 하는 것이 부유층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정부 들어서도 재산세나 임대소득세는 깎아주었다. 그러면서도 간접세는 올리겠단 것이다.

정부는 국민 건강을 생각하는 척하면서 담뱃세 인상을 꾀하고 있다. 이는 결국 부자감세로 축난 나라 곳간을 서민 호주머니 털어서 메우겠다는 속셈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부자증세이지 서민증세가 아니다.


출처 : [사설] 담뱃값 인상이 아니라 담뱃세 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