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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를 구매해선 안 되는 몇 가지 이유

'사드'를 구매해선 안 되는 몇 가지 이유
[SBS] 김태훈 기자 | 입력 : 2015.03.28 14:23 | 수정 : 2015.03.28 14:40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요격 시스템인 사드(THAAD)가 한반도에 배치되면 우리 안보에 분명히 득(得)입니다. 우주공간을 거쳐 우리 영공 40~150km 지점으로 하강하는 북한의 미사일들을 요격할 수 있는 새로운 방어층이 구축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한미군이 미국 예산으로 한반도에 사드를 들여오겠다는 상황에서 구태여 사드를 우리 돈 들여 사야한다는 새누리당 유력 의원들의 주장은 득보다 실이 많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드 도입’으로 포장된 여당의 ‘사드 구매론’을 반대하면 마치 사드의 한반도 배치 자체를 반대하는 세력으로 몰아가려는 낌새도 감지되는데 무슨 숨은 뜻이 있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입니다.

주한미군의 한반도 사드 배치 카드는 받을 수 있지만 새누리당 주장처럼 사드를 구매하는 것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반대 주장도 있겠지만 사드를 사서는 안 되는 이유를 몇 가지만 들어보겠습니다.


사드의 요격 미사일 1발은 124억 원

사드의 1개 포대 가격은 1조 5천억 원 정도입니다. 포대의 가격도 가격이지만 요격 미사일의 가격도 퍽 부담스럽습니다. 사드 요격 미사일 1발의 가격은 무려 124억 원입니다. 앞서 썼던 취재파일에서 미국도 사드 요격 시험을 11번 밖에 못했다는 말씀을 드렸었는데, 미사일의 턱없이 높은 가격 탓도 작용했다는 것이 군의 설명입니다.

우리 군이 혈세로 사드를 들여온다고 칩시다. 아마 북한이 남쪽으로 미사일 발사하는 날이 우리 군이 처음으로 사드 시험 발사하는 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북한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을지는 둘째 치고 사드가 발사되는지 조차 장담 못하면서 사드의 발사 버튼을 누르게 될 공산이 크다는 말입니다. 사드보다 훨씬 값싼 패트리엇-2 미사일도 지금까지 두어번 밖에 쏘아보지 못했습니다.


못 믿을 사드

게다가 사드의 성능은 아직 불안정합니다. 엄밀히 말해 지금도 개발 중인 무기체계나 다름없습니다. 요격시험에 11번 성공했다고는 하지만 목표가 된 미사일에 부딪치는 단계까지만 성공했는지, 실제로 가상의 적 미사일을 공중 폭발시켰는지는 정확히 공개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 군은 사드의 요격 성공은 전자의 경우가 많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사드의 탄두 Kill-Vehicle은 스스로 폭발하지 않고 적 미사일을 때려 폭발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적 미사일이 폭발까지 해야 완전한 요격 성공입니다. 형식적으로만 보면 적 미사일을 때리기만 해도 요격에 성공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적 미사일이 터지지 않고 목표지점 근처에라도 떨어지면 여전히 재앙입니다. 도대체 사드의 11회 요격 성공이 어떤 요격 성공인지 록히드 마틴 측은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사드는 예약 판매하는 스마트폰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중동의 산유국들과 유럽이 잔뜩 사드를 산 뒤에 가격 낮아지고 성능도 안정화된 뒤에 사드 구매를 고려해도 늦지 않습니다. 공장 밖으로 나와 미군이 운용하거나 시험 중인 사드가 현재 4개 포대이고 생산 중인 사드는 3개 포대에 불과합니다. UAE, 사우디, 카타르 등이 사드 구매 계약을 체결했거나 계약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로 생산되는 사드는 산유국들과 미국 몫입니다. 우리나라가 사겠다고 해도 물건이 없습니다. 사드는 아이폰, 아이패드처럼 예약 구매하는 물건이 아닙니다. 요격시험을 11번 밖에 안 해 성능 검증도 안 된 불안정한 무기 체계를 조기 도입한다? 당도도 떨어지고 값도 비싼 수박을 굳이 한겨울에 사먹을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형 사드 L-SAM은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주한미군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 하고 있고 우리 군은 별도로 한국형 사드 L-SAM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2022년까지 개발을 마치고 2023년 양산한다는 계획입니다. 개발과 양산에 모두 2조 원을 들여 4개 포대 전력화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당 유력 의원들 같은 사드 ‘구매론자’들은 L-SAM을 천대합니다. 북한 미사일을 사드처럼 요격할 수 없다는 이유를 근거로 제시합니다. 근거도 박약하고 매몰차기까지 합니다. 이제 막 잉태가 됐는데 아비란 자가 “이 애는 보나마나 글렀다”며 내치는 모양새와 다를 게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유도 무기 개발 기술은 다른 무기 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난 편입니다. 사드만큼은 못하더라도 사드 비슷한 요격 미사일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124억 원짜리 요격 미사일의 버튼은 주한미군한테 누르라고 맡기고 우리 군은 요격 시험을 충분히 한 L-SAM 버튼을 누르면 북한 미사일에 대한 2중의 방어망이 구축되는 이점도 있습니다.


사드는 만능 보검이 아니다


새누리당 주장대로 사드가 도입되면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부터 한반도가 자유로워질까요? 절대 아닙니다. 북한의 신형 300mm 방사포 KN-09 1문이 유도 미사일이나 다름 없는 발사체를 1분에 10여 발 발사할 수 있는데 이것을 사드로 막을 수 있을까요? 불가능합니다.

방사포는 1문이 홀로 공격하는 것도 아니고 떼로 모여 강철 폭탄의 비를 쏟아 붓습니다. KN-09보다는 못하지만 가공할 방사포가 북한에는 수 천 문입니다. 결심만 하면 수도권 뿐 아니라 충청의 계룡대까지 불바다가 됩니다.

방사포의 로켓탄은 사드의 요격 고도 밑으로 날아옵니다. 북한의 신형 단거리 미사일 KN-10을 비롯해 사드의 요격 고도 밑으로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은 부지기수입니다. 복싱에서 가드를 잔뜩 올려 얼굴을 방어하다 보면 가슴과 배는 무방비가 됩니다. 사드보다 절실한 것은 방사포를 무력화시킬 대화력전력입니다.

“우리는 L-SAM을 만들고 있다”며 잠자코 기다리고 있으면 미국이 “주한미군에 사드를 배치해도 될까”라며 먼저 제안을 할 참이었습니다. 미국이 제안하면 못 이기는 척 큰 돈 안들이고 사드를 들여올 수 있는 청사진이 벌써 그려져 있었습니다. 여당 의원들이 앞장서 구매론에 불을 지피는 바람에 이런 구도가 다 깨져 버렸습니다. 북한, 중국, 러시아는 한 목소리로 “사드 반대”를 외치며 달려들고 있습니다. 돈도 버리고 이웃들 인심도 잃는 상황입니다. 이 분위기, 어떻게 돌려세울 겁니까.


출처  [취재파일] '사드'를 구매해선 안 되는 몇 가지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