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성완종 1억’ 배달사고로 몰아간 정황…짙어진 홍준표 의혹
홍 지사 측근들, 윤씨 회유 시도
[한겨레] 이경미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5-04-24 01:58 | 수정 : 2015-04-24 09:56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돈 전달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전달자’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홍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5~6월께 윤 전 부사장을 시켜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윤 전 부사장은 재무 담당인 한아무개 부사장한테서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당시 의원이던 홍 지사를 만나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 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을 대동하고 찾아왔을 때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복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내가 직접 받은 돈 없다” 애초부터 배달사고 가능성 언급
돈 전달자 진술 신빙성 높으면 물증 없이 유죄 인정될 수도
“홍 지사 쪽, 윤씨가 진술 바꾸면 기소 안 될 거라 판단한 듯”
홍 지사는 의혹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돈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10일에는 “정치자금을 받을 정도로 (성 전 회장과)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했고, 13일에는 경남도 실국장 회의에서 “큰 정치를 하다 보면 음양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지금 논란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측근들이 최근 윤 전 부사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당시 홍 지사를 못 만나 나아무개 보좌관에게 대신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진술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일에 홍 지사가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런 말 맞추기는 그의 기존 발언과도 맥락이 닿는다. 홍 지사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고인이 악의나 허위로 썼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돈 받은 게) 아니니까 나한테 줬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이 누군가에게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홍 지사 자신이 직접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배달 사고’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홍 지사가 검사 출신임을 짚으며 “배달 사고를 주장하고 실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조금만 흔들면 기소를 못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당사자들 가운데 홍 지사가 ‘사정권’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일하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사람이 존재하고,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검찰의 조처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지사가 측근들에게 말 맞추기를 지시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성 전 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이완구 총리 쪽 인사들도 불리한 증언을 하는 전직 운전기사 등을 회유한 정황이 드러나 증거인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자금·뇌물 사건에서 금품 전달자의 진술은 결정적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정에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유지되면 다른 물증이 없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전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돼 있다. 물론 입증은 검찰의 몫이다.
출처 [단독] ‘성완종 1억’ 배달사고로 몰아간 정황…짙어진 홍준표 의혹
홍 지사 측근들, 윤씨 회유 시도
[한겨레] 이경미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5-04-24 01:58 | 수정 : 2015-04-24 09:56
▲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23일 오전 뒷짐을 진 채 경남 창원시 사림동 도청사에 있는 자신의 집무실로 걸어가고 있다. 창원/연합뉴스 |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받은 의혹이 있는 홍준표 경남지사의 측근들이 돈 전달의 ‘연결고리’를 끊기 위해 ‘전달자’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홍 지사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 언론 인터뷰에서, 2011년 5~6월께 윤 전 부사장을 시켜 새누리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 홍 지사에게 1억원을 건넸다고 주장했다. 윤 전 부사장은 재무 담당인 한아무개 부사장한테서 돈이 든 쇼핑백을 받아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당시 의원이던 홍 지사를 만나 전달했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성 전 회장이 숨지기 이틀 전 측근인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을 대동하고 찾아왔을 때 윤 전 부사장은 홍 지사에게 돈을 건넬 당시의 상황을 상세히 ‘복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홍 “내가 직접 받은 돈 없다” 애초부터 배달사고 가능성 언급
돈 전달자 진술 신빙성 높으면 물증 없이 유죄 인정될 수도
“홍 지사 쪽, 윤씨가 진술 바꾸면 기소 안 될 거라 판단한 듯”
홍 지사는 의혹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돈 받은 사실을 부인했다. 의혹이 처음 불거진 10일에는 “정치자금을 받을 정도로 (성 전 회장과) 친밀한 사이가 아니었다”고 했고, 13일에는 경남도 실국장 회의에서 “큰 정치를 하다 보면 음양으로 도와주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 지금 논란이 사실인지 허위인지, 불법인지 합법인지는 수사과정에서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런 와중에 측근들이 최근 윤 전 부사장을 직접 찾아가거나 전화를 걸어 “당시 홍 지사를 못 만나 나아무개 보좌관에게 대신 봉투를 전달한 것으로 진술해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 일에 홍 지사가 개입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이런 말 맞추기는 그의 기존 발언과도 맥락이 닿는다. 홍 지사는 지난 10일 기자들에게 “고인이 악의나 허위로 썼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내가 (돈 받은 게) 아니니까 나한테 줬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라고 했다. 성 전 회장이 누군가에게 돈을 전달했을 수도 있지만 홍 지사 자신이 직접 받은 적은 없다는 취지로 ‘배달 사고’의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한 법조계 인사는 홍 지사가 검사 출신임을 짚으며 “배달 사고를 주장하고 실제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조금만 흔들면 기소를 못하게 되는데, 그런 상황을 생각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성완종 리스트 의혹 당사자들 가운데 홍 지사가 ‘사정권’에 가장 가까이 있다고 보고 있다. 유일하게 돈을 직접 전달했다는 사람이 존재하고, 돈을 건넸다는 진술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증거인멸을 막기 위한 검찰의 조처가 불가피해 보인다. 홍 지사가 측근들에게 말 맞추기를 지시했는지도 밝혀내야 할 대목이다. 성 전 회장한테서 3000만원을 받은 의혹을 사고 있는 이완구 총리 쪽 인사들도 불리한 증언을 하는 전직 운전기사 등을 회유한 정황이 드러나 증거인멸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자금·뇌물 사건에서 금품 전달자의 진술은 결정적 증거로 쓰이는 경우가 많다. 특히 법정에서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성이 유지되면 다른 물증이 없어도 유죄가 인정될 수 있다. 대법원 판례는 전달자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려면 “진술 내용 자체의 합리성, 객관적 상당성, 전후의 일관성 등뿐만 아니라 그의 인간됨,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유무 등도 아울러 살펴보아야 한다”고 돼 있다. 물론 입증은 검찰의 몫이다.
출처 [단독] ‘성완종 1억’ 배달사고로 몰아간 정황…짙어진 홍준표 의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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