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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추악한 자본

삼성, 유산 소송 지면 ‘이재용 승계’ 타격

삼성, 유산 소송 지면 ‘이재용 승계’ 타격
유산소송 직후 ‘미행’ 삼성가 추한 뒷모습
“삼성직원이 CJ 이재현 회장 미행” 파문
CJ,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

[한겨레] 김진철 기자 | 등록 : 2012.02.23 18:56 | 수정 : 2012.02.24 08:32


삼성과 씨제이(CJ)그룹은 담담했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 개인의 일’이라고 했고, 씨제이는 ‘이맹희씨는 이재현 회장의 아버지일 뿐 그룹과 무관하다’는 태도였다. 지난 14일 이병철 전 삼성 회장의 장남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7000억원대 상속재산 반환 소송을 냈을 때다.

그러나 물밑에선 격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씨제이가 23일 “이재현 회장을 삼성이 미행했다”고 폭로하면서 유산 상속과 적통을 둘러싼 재벌가의 감춰진 이전투구의 실상이 포착됐다. 씨제이는 이날 “삼성물산 감사팀 김아무개 차장이 이재현 회장을 미행했다”고 밝히고, 김씨를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소했다.

두 그룹의 최상층부는 소송이 알려지기 전부터 분주하게 움직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4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회장이나 회장 선친의 일은 곧 그룹의 일”이라고 말했다. 삼성은 이맹희씨의 소송을 무산시키는 데 주력해온 것으로 보인다. 씨제이그룹과 가까운 한 재계 인사는 “씨제이가 이맹희씨 소송을 지원하려다 삼성의 압박에 못 이겨 중도 포기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지난해 6월 씨제이가 주도하던 대한통운 인수전에 삼성에스디에스(SDS)가 갑자기 뛰어든 것도 이맹희씨의 소송과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이맹희씨의 소송은 지난해 6월 삼성이 씨제이에 ‘상속지분 문제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에 서명하라고 요구한 게 발단이 됐다. 삼성 쪽은 지금도 씨제이가 이맹희씨 소송을 은밀히 지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삼성 관계자는 “20억원이 넘는 소송 인지대를 이맹희씨가 냈을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삼성이 이맹희씨 외에 상속과 관련된 다른 형제들의 동향 파악에도 나섰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또다른 재벌그룹 관계자는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여러 인맥을 활용해 이맹희·재현 부자는 물론이고 아워홈의 이숙희(차녀), 한솔그룹의 이인희(장녀) 고문, 새한그룹 전 회장인 고 이창희(차남) 일가는 물론 다른 형제들의 동향도 두루 살피고 있다”고 말했다. 이맹희씨가 승소하고 나머지 형제들까지 가세한다면 삼성은 지배구조 유지와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으로의 3세 승계에서 돌이킬 수 없는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번에 불거진 삼성의 미행 의혹 역시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씨제이의 ‘미행 의혹 폭로’는 상당한 강공책이다. 한 4대 그룹 관계자는 “사진까지 여러장 미리 찍어 준비하고 여러 씨제이 직원들이 동원된 것을 보라”고 말했다. 씨제이는 소송과 무관하다는 입장이지만 이맹희씨가 전부 승소해 2조원대가 넘는 삼성생명·삼성전자 주식을 돌려받는다면 이는 향후 이재현 회장의 차지가 될 수 있다. 동시에 이재용 사장 쪽으로의 승계 계획이 무산된다면 삼성그룹의 적통 논란도 다시 벌어질 수 있다. 이재현 회장은 이병철 선대 회장의 맏손자다. 삼성 쪽에선 이 때문에 이재현 회장이 아버지의 형제들을 접촉해왔다고 의심하고 있다. 씨제이 사정을 잘 아는 재계 인사는 “이재현 회장이 이맹희씨 형제들과 만나고 소송 전에 이미 연락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 역시 “이맹희씨는 함께 상속을 받지 못한 동생들과 긴밀히 연락해온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출처 : 삼성, 유산 소송 지면 ‘이재용 승계’ 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