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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선거 '개입' 여왕, 재·보궐 선거에 '전면등장'

선거 '개입' 여왕, 재·보궐 선거에 '전면등장'
중립 의무 외면한 채 여 편들기
“지지층 결집” “선거개입 응징”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미지수

[경향신문] 박영환 기자 | 입력 : 2015-04-28 19:22:53 | 수정 : 2015-04-28 22:24:54


4·29 재·보궐선거를 하루 앞두고 박근혜가 여야 간 대결의 전면에 등장했다.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신 읽은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측근들이 줄줄이 연루된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사과는 외면한 채 오히려 노무현 정권 말기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 특별사면을 비판하고 나섰다. 대통령으로서 중립 의무를 외면한 채 사실상 여당을 편들며 다시 ‘선거의 여왕’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다.

박근혜는 28일 김성우 홍보수석을 통해 밝힌 메시지에서 “고 성완종씨에 대한 연이은 사면이 오늘같이 있어서는 안될 일들이 일어나는 계기를 만들어주게 되었다”면서 “제대로 진실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대통령이 아프다”고 공개 브리핑을 하면서 ‘와병정치’를 한다는 의심을 받더니, 이번에는 아예 성완종 리스트 파장을 줄이기 위해 새누리당이 제기해온 특별사면 문제를 정면 거론하며 여당 지원에 나선 것이다.

시점도 선거 전날이어서 정치적 효과를 노린 사실상의 선거개입이란 의혹을 사기 충분하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재·보선을 코앞에 두고 성완종 리스트와 관련없는 특사 문제를 길게 언급한 것은 분명한 변칙 선거개입”이라고 비판했다.

2004년 탄핵 정국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도 121석을 얻는 등 잇따른 선거 승리를 견인하면서 박근혜에게는 ‘선거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었다. 2006년 지방선거 당시 테러를 당한 후 “대전은요”라는 발언으로 대전시장 선거 판세를 뒤집은 것도 유명한 일화다.

대통령이 된 후에도 선거를 겨냥한 발언이나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7·30 재·보선 때도 박근혜의 선거개입이 논란이 됐다. 박근혜는 여야의 치열한 선거전 와중에 뜬금없이 재·보선 지역인 경기 김포의 로컬푸드 직판장을 방문했다. 당시 새정치연합 안철수 공동대표는 “박근혜는 선거의 여왕이 아닌 대한민국 대통령이다. 지금이라도 국민과 소통하고 민심을 존중하라”는 쓴소리를 했다. 선거 전날에는 휴가 중이었음에도 페이스북에 ‘여유로움이 찾아들지 않는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올렸고, 새정치연합 한정애 대변인은 “우회적 선거개입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 정도면 ‘선거의 여왕’에서 이제 ‘선거개입의 여왕’으로 평가가 바뀔 판이다.

박근혜가 이처럼 선거개입 논란을 달고다니는 것은 대통령이란 자각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스스로를 중립적 입장에서 선거를 관리해야 할 대통령이 아니라 아직도 정당 대표 정도로 여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미다.

박근혜의 이번 메시지가 어떤 효과를 발휘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새누리당 입장에서는 박근혜의 특별사면 비판은 여권 지지층에게 투표의 명분을 제공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오히려 관망하던 야당 지지층이 정권의 부정부패와 박근혜의 선거개입에 대한 응징투표에 나서게 하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평가도 적지 않다. 결과가 어느 쪽이든 결국 4·29 재·보선의 마지막 변수로 박근혜가 등장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출처  ‘선거의 여왕’ 다급한 한수… 박 대통령, 선거 하루 전날 전면 등장





“대통령이 난국에 ‘선거 주판알’ 튀기니 기막힐 따름”
[경향신문] 입력 : 2015-04-28 21:15:16 | 수정 : 2015-04-28 21:15:59


박근혜가 어제 청와대 홍보수석을 통해 ‘성완종 리스트’ 파문에 대한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했다. 박근혜의 ‘대독 메시지’는 책임회피와 적반하장, 치졸한 정치공세로 점철되어 있다. 박근혜는 자기 측근들의 부패, 대선자금 의혹에 대해 어떤 사과도 유감 표명도 하지 않은 채 “금품 의혹 등이 과거부터 어떻게 만연해 오고 있는지 등을 낱낱이 밝혀 정치개혁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성완종 리스트’ 사건을 ‘원래부터 있었던 문제’라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적반하장이다. 누가 뭐래도 이번 사건의 본질은 국무총리와 전·현직 비서실장 등 정권 실세들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의혹이다. 이들 자금의 용처도 박근혜가 직접 치른 선거에 닿아 있다. 자신과 자신의 측근들이 연루된 데 대해 국민에게 고개부터 숙였어야 하는데도 끝내 입을 다물었다. 이완구 총리의 사퇴에 따른 면피용 유감 표명만 했다. “국민이 수긍할 수 있는 진솔한 말씀”(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과는 거리가 멀다.

박근혜는 “사건의 진위는 엄정한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한다”면서도 독립적인 수사를 위한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 검찰이 정권 실세들의 불법 정치자금과 ‘살아 있는 권력’의 대선자금 문제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국민의 우려가 깊다. 우려를 해소하려면 박근혜가 청와대 민정수석을 비롯해 정권의 누구도 수사에 간여하지 못하도록 하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하는 게 필요하다. 한데 박근혜는 ‘과거부터 내려온 부패의 척결’이라며 정치권 전반에 대한 물타기 수사로 몰아갔다.

박근혜가 대국민 메시지에서 방점을 둔 것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특별사면’ 문제다. 박근혜는 “성완종씨의 연이은 사면은 법치를 훼손하고 나라 경제를 어지럽히며 오늘같이 있어서는 안될 일이 일어날 계기를 만들었다”고 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을 노무현 정부의 ‘연이은 사면’으로 규정하고 나선 것이다. 견강부회이고 치졸한 정치공세다. 박근혜가 직접 특별사면 문제를 들고 나선 이유를 짐작 못할 바 아니다. 곁가지인 ‘성완종 사면’ 논란을 키워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것이다. 게다가 박근혜는 ‘성완종 사면’을 해소해야 할 의혹이라며 수사 대상으로 지목했다.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사면권 행사를 수사 대상으로 삼겠다는 발상이 어이없다. 결국 속셈은 따로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부의 ‘특별사면’을 이슈화해 목전에 닥친 재·보선에 영향을 미쳐보겠다는 것 아닌가. 국민이 듣고 싶어 하고 걱정하는 일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대통령이 이 난국에 ‘선거 주판알’이나 튀기고 있으니 기막힐 따름이다.


출처  [사설] 박 대통령의 책임회피와 적반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