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의 일본’ 군사 역할 확대…한국엔 두고두고 골칫거리
미-일 지역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원유수송로 확보·엠디 협력의 한축
자위대 활동범위·군사력 급팽창
크게 보면 중국 포위 모양새
잘못 휩쓸리면 게·구럭 다 잃을판
[한겨레] 도쿄 워싱턴/길윤형 박현 특파원 | 등록 : 2015-04-26 21:31 | 수정 : 2015-04-27 09:59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의 노력을 환영한다!”
2년 전인 2013년 10월3일 한국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이 이날 개최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비해 미-일 동맹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겠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한국에선 ‘전후체제의 탈각’을 내세우며 역사 수정주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미국이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미·일 양국은 이날 ‘미-일 동맹의 능력 향상’의 구체 내용으로, 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그것을 넘는 지역에 대한 안보 및 방위협력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미-일 동맹을 한반도·대만 유사사태 등에 대비한 지역 동맹에서 ‘아태 지역과 그것을 넘어선’ 글로벌한 동맹으로 격상한다는 선언이었다. 미국은 1년 뒤엔 “미-일 동맹의 전략적 목표와 이익은 완전히 일치한다. 가이드라인의 개정은 미국의 아태 지역에 대한 재균형(리밸런스) 정책과 정합한다”고도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구체 내용이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사실이 공식화됐다.
미·일 양국은 동맹의 강화를 통해 크게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1차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보를 지낸 야나기사와 교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가장 큰 목표는 자위대가 미국을 도와 중동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원유수송로’의 안전 확보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7일 예정대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한국, 때에 따라선 아세안(ASEAN) 등 타국군을 ‘후방지원’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본에 남중국해의 정찰 업무도 떠맡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활동의 지역적 범위뿐 아니라 내용도 급격히 확장된다. 그동안 일본은 후방지원의 범위를 급유·급수·의료지원 등 비전투적인 내용으로 제한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탄약 보급, 발진 준비 중인 전투기에 대한 급유 등도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미 해병대의 수직 이착륙 수송기 오스프리(MV-22)나 2017년 일본에 배치되는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수직이착륙용)가 일본의 초대형 호위함 이즈모(배수량 1만9500t) 등에서 탄약·연료를 보급받고 출격할 수 있게 된다. 이때 표적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에서 ‘힘에 의한 현상 변경’을 하고 있다고 비난을 받고 있는 중국이다. 미·일 양국이 군사적으로 일체화되면서 주변국들과 함께 중국을 포위하는 모양새를 갖춰가는 것이다.
또 하나는 미사일방어(MD·엠디)의 협력 강화다. 현재 미·일은 엠디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중국의 미사일 공격 역량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발전시켜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은 패트리엇 미사일-3(PAC-3) 17기와 미사일방어 장비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 4척을 구입했고, 주일미군은 이미 첨단 탐지·추적 장비인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2기를 아오모리와 교토에 배치했다. 미·일은 요코타 공군기지에 미사일방어 통합운영센터를 만들어 적으로부터 발사되는 미사일의 탐지·추적·요격까지 합동 작전이 가능한 태세를 갖춘 상태다.
일부의 우려처럼 미국의 강한 통제를 받는 일본이 예전과 같은 군국주의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미-일 동맹의 강화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정 부분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한국에게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 나라 군대에 대한 전시작전권도 갖지 못한 한국이 후방지원을 명분으로 내건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정말로 막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미-일 동맹의 다음 목표는 한·미·일 또는 한·미·호 등을 포괄하는 ‘삼각’ 또는 ‘다각’ 동맹의 강화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관철해냈고 다음 단계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성찰 없이 삼각동맹에 휩쓸려 가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라는 한국 외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뿌리째 날리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는 회복할 수 없는 국익의 손실이다.
출처 ‘아베의 일본’ 군사 역할 확대…한국엔 두고두고 골칫거리
미-일 지역 넘어 글로벌 동맹으로
원유수송로 확보·엠디 협력의 한축
자위대 활동범위·군사력 급팽창
크게 보면 중국 포위 모양새
잘못 휩쓸리면 게·구럭 다 잃을판
[한겨레] 도쿄 워싱턴/길윤형 박현 특파원 | 등록 : 2015-04-26 21:31 | 수정 : 2015-04-27 09:59
▲ 1987년 이후 미-일 미사일방어 기술 공동연구: SM-3 요격미사일(왼쪽) 2003년 일본,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구입 결정해 현재 세계 2위 미사일방어 역량 구축: 패트리엇 미사일(PAC-3) 17기(오른쪽) |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등의 노력을 환영한다!”
2년 전인 2013년 10월3일 한국에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이 이날 개최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회의)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변화하는 안보환경에 대비해 미-일 동맹의 능력을 크게 향상”시키겠다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공개 지지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 한국에선 ‘전후체제의 탈각’을 내세우며 역사 수정주의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를 미국이 그다지 반기지 않을 것이란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미·일 양국은 이날 ‘미-일 동맹의 능력 향상’의 구체 내용으로, 미-일 안보협력지침(가이드라인)의 개정과 아시아·태평양 지역 및 그것을 넘는 지역에 대한 안보 및 방위협력의 확대 등을 제시했다. 미-일 동맹을 한반도·대만 유사사태 등에 대비한 지역 동맹에서 ‘아태 지역과 그것을 넘어선’ 글로벌한 동맹으로 격상한다는 선언이었다. 미국은 1년 뒤엔 “미-일 동맹의 전략적 목표와 이익은 완전히 일치한다. 가이드라인의 개정은 미국의 아태 지역에 대한 재균형(리밸런스) 정책과 정합한다”고도 선언했다. 이로써 미국의 ‘아시아 재균형’ 정책의 구체 내용이 미-일 동맹의 강화라는 사실이 공식화됐다.
미·일 양국은 동맹의 강화를 통해 크게 두가지 목적을 달성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 1차 내각에서 관방 부장관보를 지낸 야나기사와 교지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가이드라인 개정의 가장 큰 목표는 자위대가 미국을 도와 중동에서 동아시아에 이르는 ‘원유수송로’의 안전 확보에 기여한다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27일 예정대로 가이드라인이 개정되면 일본은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나, 이 지역에서 활동하는 미국·오스트레일리아·한국, 때에 따라선 아세안(ASEAN) 등 타국군을 ‘후방지원’할 수도 있다. 미국은 일본에 남중국해의 정찰 업무도 떠맡을 것을 요구하는 중이다.
또 하나는 미사일방어(MD·엠디)의 협력 강화다. 현재 미·일은 엠디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방어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점차 중국의 미사일 공격 역량을 무력화하는 쪽으로 발전시켜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일본은 패트리엇 미사일-3(PAC-3) 17기와 미사일방어 장비를 탑재한 이지스 구축함 4척을 구입했고, 주일미군은 이미 첨단 탐지·추적 장비인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2기를 아오모리와 교토에 배치했다. 미·일은 요코타 공군기지에 미사일방어 통합운영센터를 만들어 적으로부터 발사되는 미사일의 탐지·추적·요격까지 합동 작전이 가능한 태세를 갖춘 상태다.
▲ 미국, 일본에 엑스밴드 레이더(AN/TPY-2) 2기 배치 (2006년 아오모리현 쓰가루, 2014년 교토 교탄고) |
▲ 2003년 일본, 미국 미사일방어 체계 구입 결정해 현재 세계 2위 미사일방어 역량 구축: 이지스 미사일방어 구축함 4척(4척 추가 구입 예정) |
일부의 우려처럼 미국의 강한 통제를 받는 일본이 예전과 같은 군국주의의 길을 선택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또 미-일 동맹의 강화는 북한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한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전략적 이해와 일정 부분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본의 군사적 역할 확대는 한국에게 두고두고 골칫거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제 나라 군대에 대한 전시작전권도 갖지 못한 한국이 후방지원을 명분으로 내건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정말로 막을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미-일 동맹의 다음 목표는 한·미·일 또는 한·미·호 등을 포괄하는 ‘삼각’ 또는 ‘다각’ 동맹의 강화다. 미국은 이미 지난해 12월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을 관철해냈고 다음 단계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한반도에 배치하라며 압력을 가하고 있다. 한국이 성찰 없이 삼각동맹에 휩쓸려 가면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 중국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의 심화라는 한국 외교의 또 다른 가능성을 뿌리째 날리게 될 수도 있다. 한국에는 회복할 수 없는 국익의 손실이다.
출처 ‘아베의 일본’ 군사 역할 확대…한국엔 두고두고 골칫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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