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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정치인들 친일 행적 조상 ‘미화’-‘사죄’ 엇갈린 행보

정치인들 친일 행적 조상 ‘미화’-‘사죄’ 엇갈린 행보
김무성 부친 김용주 평전 펴내
‘극일로 이겨낸 망국의 한’이란 소제목
‘친일’ 감추고 ‘항일’로 포장 논란
홍영표 조부친일 공개 사과문 발표

[한겨레] 임석규 기자 | 등록 : 2015-08-16 20:26 | 수정 : 2015-08-17 09:53



윗대의 친일 행적을 대하는 정치인들의 엇갈린 태도가 입길에 오르고 있다. 광복 70돌을 맞아 친일 행위자들의 행적이 집중 조명되면서 정치인 후손에게까지 파문이 미치고 있는 것이다.

친일파를 다룬 영화 <암살>의 흥행 돌풍과 친일파 후손의 현재를 추적한 ‘뉴스타파’의 ‘해방 70년 특집기획 4부작’도 친일 문제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있다.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친일 후손으로서 사죄드린다”며 지난 10일 공개 사과문을 발표한 바 있다. “부끄러움을 아는 후손, 용서를 구하는 후손으로 사는 것이 그나마 죄를 갚는 길이라 생각하고 용기를 냈다”며 조부의 친일 행적에 고개를 숙였다. 뉴스타파가 ‘친일과 망각’ 편에서 홍 의원 조부의 친일 행적을 다룬 이후였다.

진성호 전 새누리당 의원도 “할아버지의 일제 강점기 아래의 행위들에 대해 국민들께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는 이메일을 보내왔다고 뉴스타파는 밝혔다. 뉴스타파는 진 전 의원 조부의 친일 행적도 다뤘다.

이들과 달리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최근 친일 행적이 있는 부친을 애국지사로 미화했다는 논란에 휩싸여 있다. 김 대표의 부친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의 평전 <강을 건너는 산>은 ‘광복 70주년 기획, 새로운 역사인물 찾기 ① 해촌 김용주’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김용주의 일제강점기’ 항목엔 ‘극일(克日)로 이겨낸 망국의 한(恨)’이란 제목을 붙였다. 출판일을 ‘2015년 8월 15일’로 맞추는 등 광복 70돌을 맞아 김용주를 애국항일투사로 포장하기 위해 치밀하게 기획한 흔적이 엿보인다. 김 대표는 이 책을 의원회관에 쌓아놓고 주변에 배포하고 있다.

하지만 김용주는 1943년 경북도회 의원으로서 전선공직자대회(全鮮公職者大會)에 참석해 ‘조선의 부모들이 천황폐하를 위해 기꺼이 자식들의 목숨을 바칠 수 있도록 면 단위마다 신사를 세워 신앙심을 고취하자’는 내용의 연설을 했고, 조선임전보국단 간부로서 ‘황군에게 위문편지를 보내자’는 운동을 펼치는 등 뚜렷한 친일 행적이 <대한매일> 등에 기록돼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김 대표의 ‘부친 친일 행적 미화’를 비판하는 논평을 내면서 정치 논쟁으로 번졌지만 김 대표는 “대응하고 싶은 생각이 없다. (평전에 대한) 평가는 여러분들이 알아서 하시라”라고 말하며 대응을 피하고 있다. 김 대표의 태도는 2004년 부친의 친일 행적이 언론에 보도되자 곧바로 여당 대표직을 사퇴했던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비교된다.

박근혜도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의 친일 행적을 사과한 적은 없다.

조상을 선택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후손에게 조상의 친일 행적에 대한 책임을 묻기는 어려우며, 후손이 사과한다고 해서 조상의 친일 행적이 면죄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권의 유력 대선 주자인 김 대표가 부친의 친일 행적은 외면한 채 애국자로만 미화하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 많다.

국가 중대사인 친일문제에 대한 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박근혜 부친의 친일 행적에 침묵하는 것도 논란이 될 수 있다.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는 “조상의 친일 행위에 대해 후손에게 책임을 요구하고 사과를 강요하긴 어렵지만 친일 행적을 감추거나 왜곡하고 미화하는 건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


출처  정치인들 친일 행적 조상 ‘미화’-‘사죄’ 엇갈린 행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