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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제1야당에까지 종북 딱지…친박들의 충성경쟁

제1야당에까지 종북 딱지…천박들의 충성경쟁
원유철·서청원 근거없는 북지령설
김정훈 “야 거리투쟁땐 의혹 더해”
“눈도장 찍어 공천 담보” 해석 나와

[한겨레] 서보미 기자 | 등록 : 2015-10-29 19:59 | 수정 : 2015-10-29 22:35


새누리당 친박근혜계 의원 ‘색깔론’ 발언


“북한이 국내 종북세력에게 반정부 투쟁선동 지령문을 보낸 목적은 남남갈등을 유도하려는 전형적인 통일전선 전술이다. 현재 북한의 남남갈등 전술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제1야당, 새정치민주연합이다.”

‘신친박’을 자처하는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29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제1야당을 ‘친북,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며 포문을 열었다. ‘대북지령문’을 앞세웠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전날 ‘북한이 국내외 친북단체에 국정화 반대 총력투쟁 지령을 내렸다’고 보도한 <문화일보> 기사에 기댄 듯한 추론만 들끓었다.

친박계 좌장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보도가) 사실이라면 어느 친북 단체에 지령을 내렸고,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 이후 이 단체와 개인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에 대해서 사법당국이 적극적인 수사를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의 입’이라 불렸던 이정현 최고위원이 전날 ‘국정화 반대는 적화통일 대비용’이라고 주장을 했다가 야당의 거센 반발로 사과하는 상황이 벌어졌지만, 한발 더 나가 대북지령을 기정사실화하고, 제1야당과 시민사회단체의 국정화 반대를 친북행위로 낙인찍어 수사까지 요청한 셈이다.

주요 당직을 맡고 있는 다른 친박계 인사들도 ‘국정화 반대=북한 지령=종북, 친북 세력’이란 극단적 논리로 앞다퉈 야당을 향해 무차별적 ‘색깔 공세’를 펼쳤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반정부 투쟁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야당이 거리 투쟁에 나서 온 나라를 분열시킨다면 국민의 의혹만 더 키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진하 사무총장도 “야당이 공교롭게도 지금 이 시기에 장외투쟁을 하면서 정쟁을 이어나가며 국정을 발목 잡는다면 북한의 충동질에 놀아나는 꼴이 될 것”이라고 거들었다.

친박계 새누리당 지도부의 ‘종북 공세’는 교육부의 확정고시(11월 5일)를 앞두고 ‘막판 여론 뒤집기’를 하려면 ‘이념몰이’가 가장 효과적이란 셈법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마이웨이’를 선언한 박근혜의 시정연설 이후 보수세력이 결집하고 있고, 10·28 재보선에서 새누리당이 압승한 것도 친박 지도부가 과감해진 배경이 됐다는 관측도 있다. 유창선 정치평론가는 “여권에선 반대 여론이 높아지니 ‘이념대결로 몰고 가면 승산이 있다’고 보고 무리를 하는 것 같다”며 “너무 과거식이라서 여러 색깔론 발언이 오히려 중도층이 등을 더 돌리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치열한 공천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려는 친박들의 ‘욕망’ 때문에 제1야당까지 종북으로 몰아가는 무리수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해석도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학)는 “(친박 의원들이) 충성 경쟁을 하다 보니 막말이 과도하게 나오는 것 같다”며 “(그들은) 이번 사안이 박근혜와 정서적 유대를 높일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박근혜에 대한 ‘충성 맹세’로 공천을 담보받으려는 욕심이 녹아 있다는 것이다.


출처  제1야당에까지 종북 딱지…친박들의 충성경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