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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법 논리로 일관한 황 총리 담화

국보법 논리로 일관한 황 총리 담화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5-11-04 07:23:14


최민의 시사만평 - 거꾸로 가는 세상 ⓒ최민 논설위원·시사만화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앞서 진행한 황교안 총리의 3일 담화는 무리한 트집잡기와 억지로 가득찼다. 마치 온 국민을 국가보안법 재판의 방청석에 억지로 앉혀놓고 죄 없는 피고를 윽박지르는 공안검사 같았다. 능숙한 진행으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읽어 내려갔지만 사전 배포된 담화문에 "오른쪽 화면 응시" 같은 동작지휘를 그대로 따라가, 보는 이들로 하여금 헛웃음을 낳게 했다.

형식만 세련되고 진행만 화려했지, 내용은 ‘네 죄를 알렸다’만 남발된 원님재판 수준이었다. 14번이나 사용한 ‘편향’이라는 단어는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이롭게 할’수도 있다는 국가보안법적 시각에 맞추어졌다. 논리도 없고 근거도 없다. 현행 교과서가 북한에 증오심을 부추기는 언어를 덜 사용했다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였다.

황당한 것은 2300여곳 이나 되는 전국의 고등학교 중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곳이 3곳밖에 되지 않는다며 99.9%가 편향된 교과서를 사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점이다. 교학사 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미화로 심각한 논란을 빚었고 역사서술에도 심각한 오류들이 무더기로 발견돼 교육계의 외면을 받은 것이다. 그럼에도 교학사 교과서의 편에 서서 기존의 모든 교과서를 편향된 교과서라고 지적했다.

0.1%의 찬성으로 99.9%의 반대를 누르고 싶다니 기가 찰 노릇이다. 박정희 소장 이하 3천여명, 불과 1개 연대 급 규모의 군인들이 온 국민의 염원인 민주주의를 송두리째 뒤집어 엎은 5.16군사쿠데타라면 모를까 현대 민주주의에서는 불가능한 발상이다. 황 총리의 발상은 그 자체로 독재다.


출처  [사설] 국보법 논리로 일관한 황 총리 담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