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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사편찬위, 국정작업 법적자격 논란

국사편찬위, 국정작업 법적자격 논란
‘위임 규정 22조’ 검·인정만 규정
국정 집필진 구성 등 권한 없어
“정부 속도전 탓 대통령령 안고쳐”
교육부는 “현행법상 문제 없다”

[한겨레] 진명선 기자 | 등록 : 2015-11-04 19:35 | 수정 : 2015-11-04 22:29


이승환 씨 등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가수들이 4일 저녁 7시 서울 마포구 홍대 앞 롤링홀에서 ‘한쪽 눈을 가리지 마세요.’ 콘서트를 열었다. 국정화 반대 내용이 적힌 화이트보드를 든 관객들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이날 이른 오후부터 시작된 관객 줄은 공연 시간이 가까워지자 200m까지 늘어났다. 뉴시스


4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가 국정 역사 교과서 개발 계획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편찬 기관으로서의 공식 활동을 시작했다. 하지만 각 기관의 권한을 규정한 현행 법령에는 국편이 여전히 ‘검정기관’으로만 지정돼 있어 국정 교과서 편찬 책임을 맡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대통령령인 ‘행정권한의 위임 및 위탁에 관한 규정’(이하 ‘위임 규정’) 22조를 보면, 7항에서 ‘교육부 장관은 ‘초·중등교육법’ 제29조에 따른 역사 교과용 도서의 검정·인정에 관한 권한을 국사편찬위원회에 위임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편에 대해 국정 교과서 개발에 대한 위임 사항은 명시돼 있지 않다. 이 규정에는 교육부로부터 국·검·인정 교과서 발행과 관련한 업무를 위임 또는 위탁받은 기관들이 명시돼 있다. 예를 들어 ‘특수학교에서 사용되는 국정 교과서의 경우, 편찬 및 수정 권한을 국립특수교육원장에게 위임한다’고 규정돼 있다.

※ 그림을 누르면 큰 그림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국정 도서의 경우 교육부 장관이 연구기관이나 대학에 위탁할 수 있게 돼 있으므로, 별도 규정이나 명문화 없이도 국정 교과서 편찬을 위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 부처가 권한을 넘길 때 소속기관에 대해서는 ‘위임’을, 외부기관에 대해서는 ‘위탁’을 해야 하는데 국편은 소속기관이기 때문에 ‘위임’을 해야 한다. 해당 법령의 소관 부서인 행정자치부 관계자는 “국편이 국정 도서와 관련한 권한을 위임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 교육부 장관이 권한을 가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국편이 교육부 소속 기관이므로 권한을 위임하지 않고 일부 업무를 맡기는 건 법령 개정 없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4일 국편의 발표를 보면 집필진 구성부터 편찬 준거 마련, 실제 집필 및 감수까지 과정 전반을 국편이 총괄하게 된다. 국정 역사 교과서 개발의 뇌관이 될 ‘집필진 공개’에 대해서도 황 장관은 ‘국편과 논의해야 한다’며 권한 위임을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12일 국정화 행정예고 당시에도 교육부는 “역사 교육과 관련한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갖춘 국편을 책임 편찬 기관으로 지정·위탁한다”고 밝혔다. 교육부가 사실상 국정 교과서 편찬 권한을 국편으로 넘긴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정부가 국정화를 불과 20여 일 만에 졸속으로 결정한 데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적으로 대통령령을 개정하기 위해서는 입법예고(40~60일)와 법제처 심사(20~30일) 등 5~7개월이 소요된다. 반면 역사 교과서 국정화를 확정한 근거인 ‘중·고등학교 교과용 도서의 국·검·인정 구분’은 장관이 고시 권한을 가진 행정규칙이어서 행정예고 20일만 지나면 확정할 수 있다.


출처  국사편찬위, 국정작업 법적자격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