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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제동걸린 경찰의 봉쇄...5일 도심 복면의 물결 이룰까

법원에 제동걸린 경찰의 봉쇄...5일 도심 복면의 물결 이룰까
[민중의소리] 강경훈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04 12:33:01


5일로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달 14일의 민중총궐기 이후 연일 강공을 이어오던 경찰과 검찰의 행보가 법원에 의해 제지되었기 때문이다.

3일 법원은 경찰이 오는 5일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금지한 처분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법원의 결정에 따라 5일 예고된 ‘2차 민중총궐기’에 대한 경찰의 금지 통고는 효력을 상실했고, 대책위는 정상적으로 집회를 진행할 수 있게 됐다.

▲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참가단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쏘며 진압한 경찰을 규탄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검경의 초법적 조치, 법원에 의해 제동

경찰은 지난달 14일의 민중총궐기에서 과잉진압 논란이 벌어지면서 다소 위축된 상태였다. 고령의 농민인 백남기 씨가 물대포의 조준사에 쓰러져 아직까지 의식을 회복하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강신명 경찰청장은 과잉진압이라는 사실이 확인된다면 사과를 하겠다는 수준까지 물러섰다.

그러나 경찰은 외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온 박근혜의 강경 발언과 연이은 새누리당 의원의 막말 수준의 공세, 그리고 보수언론의 지원을 받으면서 강경론으로 돌아섰다.

경찰이 전농 등의 집회신고는 물론이고 1차 총궐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의 집회신고까지 금지한 것은 이런 강경 드라이브의 연속선이었다. 경찰은 조계종 화쟁위원회의 중재 제안도 거절했고, 야권과 기독교계의 평화시위 보장 요청도 거부했었다.

시위 참가자들의 마스크를 ‘IS’에 비유한 박근혜의 발언은 이른바 복면금지법 논란을 낳기도 했다. 검찰은 법 제정 이전에라도 복면시위대를 가중 처벌할 수 있다며 초법적인 발언도 내놓았다. 전 사회적인 공포분위기를 조성해 5일의 집회를 위축시키고, 민주노총 등 반대세력을 초토화시키겠다는 발상이었다.

그러나 이런 검경의 초법적 공안탄압은 법원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법원은 “집회 신청인이 평화적으로 진행하겠다고 수회에 걸쳐 밝히고 있으며, 동일한 목적으로 열린 11월 28일의 집회 등을 볼 때 5일 집회가 공공의 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끼칠 것이라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경찰이 집회 금지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켰다. 우리 헌법이 집회 시위의 허가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볼 때 ‘당연한’ 결정이기도 했다.

서울시 역시 전농 등이 신청한 5일 '백남기 농민 쾌유 기원 문화제' 개최를 위한 광장 사용을 허가했다.


시민사회, 종교계, 야당도 5일 집회 참여할 듯

정권의 초법적 대응은 역효과를 낳았다.

지난 달 민중총궐기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종교계와 중도 성향의 시민단체, 그리고 야권까지 모두 반대편에 합류한 모양이 되었기 때문이다. 민중총궐기 전까지 정국의 핵심 쟁점이었던 교과서 국정화 문제에서 보여줬던 ‘독재적 통치’는 5일 집회 허용 여부에서 더 극명하게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집회‧결사의 자유가 기본권의 하나로서 보장되는 것은 집회 또는 시위가 인간 본래의 자연적인 행동양식이고, 정치문제에 대한 개개인의 사상·의견의 표현수단으로서 민주정치를 실현하기 위한 불가결의 조건이라는 헌법적 합의에 기반한다. 그러나 경찰이 연이어 집회를 불허함으로써 스스로 헌법적 가치를 부인한 결과를 낳았다. 헌법과는 무관하게 집권자를 보호하는 데만 몰두했던 군사독재 시절의 양상과 같아진 것이다.

경찰의 강경 대응이 외려 문제를 더 키운 셈이다. 애초 민중총궐기는 노동자, 농민, 빈민 등의 민생 요구가 중심이 되었는데, 보름여간의 논란을 거쳐 문제의 근원이 박근혜 정권의 ‘독재’에 있음이 분명해진 것이다. 자연스레 5일의 집회는 국정 교과서 문제나 복면금지법 논란 등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의 ‘독재정치’ 중단에 초점이 놓일 것으로 보인다.

▲ 민주노총 부산본부 소속 조합원과 시민사회단체 회원 등 주최 측 추산 1,600명(경찰 추산 700명)이 2일 오후 부산 서면 일대에서 박근혜 정부를 규탄하는 가면·복면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엄마와 함께 아이언맨 마크스를 쓰고 참가한 아이. ⓒ민중의소리 김보성기자


이미 여러 지역에서는 ‘복면금지법’에 반발하는 차원에서 ‘복면 시위’가 벌어졌고, 5일의 집회를 앞두고도 “복면이나 가면을 쓰고 나가자”는 제안이 SNS에서 봇물을 이루고 있다. 과거 ‘촛불’과 비견될 만한 ‘국민 저항의 행동 양식’이 생겨날 수도 있어 보인다.


5일 도심, 복면의 물결 이룰까

경찰은 일단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대해서는 ‘수용’의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광화문에서의 문화제, 행진 과정에서의 돌출적 충돌 등 모든 쟁점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달 30일 ‘불법시위에 대한 대응 방침’을 통해 “폭력을 수반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소위 ‘평화 집회‧시위임을 내세워 도로를 점거해 행진 및 연좌하는 행위는 준법 집회가 아니”라며 “해산 경고 등 절차를 거쳐 현장에서 검거하는 등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지난 ‘민중총궐기’ 때와 같이 사전 차벽 차단, 물대포 살수, 지하철 출입구 검문‧검색 강화 등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시위를 축소, 차단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그런 것들(차벽, 물대포, 검문검색 등)을 포함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고 있고, 조만간 방침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복면 시위 처벌을 둘러싼 쟁점도 여전하다.

5일 집회에 얼마나 많은 시민이 모여들지도 관심사다. 경찰에 의해 불법으로 규정된 집회에 참여하는 것은 아무래도 부담이 있다. 경찰과 검찰의 강경 드라이브에는 5일의 집회를 완전히 막지는 못하더라도 그 규모를 축소시키려는 속내도 깔려 있었다. 그러나 법원의 가처분에 따라 집회가 합법적으로 열림에 따라 참여규모는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다만 오랜 기간의 준비를 거친 14일 총궐기에 비해 노동, 농민 등 주요 민중조직 차원의 참가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주최측은 집회 참가 인원이 2만~2만5천명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출처  법원에 제동걸린 경찰의 봉쇄...5일 도심 복면의 물결 이룰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