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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 다시 ‘선거의 여왕’으로?

박근혜, 다시 ‘선거의 여왕’으로?
국정보다 총선에 몰두
박근혜 연일 ‘국회 탓’

[한겨레] 김남일 기자 | 등록 : 2015-12-08 21:31


▲ 박근혜가 8일 오전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선거의 여왕이 국정운영보다 내년 총선만 생각한다는 것을 국민들도 알아버렸다.”

8일 국회에는 박근혜의 “(테러방지법이 없다는 것을) 아이에스(IS)도 알아버렸다”는 국무회의 발언을 빗댄 말들이 돌았다. 박근혜가 내년 총선에서 국회 심판, 특히 야당 심판으로 해석되는 직·간접적 발언들을 연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최근 3차례 국무회의서
“선거에서 심판” 윽박지르기

야당 반발 “후안무치”
전문가들 “삼권분립서 부적절”


박근혜가 주재한 최근 3차례 국무회의에서는 어김없이 ‘국민들이 선거에서 심판해 줄 것’이라는 윽박이 넘쳐났다. 박근혜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제가 우리 외교력 강화를 위해 노력하는 이유”, “제가 경제정책의 중심을 창조경제에 두고 많은 나라들이 이에 공감” 등 최근 순방 성과에 대한 ‘셀프 공치사’를 한 뒤, 곧바로 노동시장 개편 법안 등 그동안 각별한 관심을 내보인 법안 처리에 미온적인 정치권을 싸잡아 비판하기 시작했다.

“국회가 명분과 이념의 프레임에 갇힌 채 기득권 집단의 대리인이 되어 청년들의 희망을 볼모로 잡고 있다”, “국민의 열망은 실망과 분노가 되어 되돌아 올 것이다”, “우리 정치권의 이런 모습을 지켜보면서 선거에서 선택을 하는 것도 국민이다”, “이 국회가 대체 누구를 위한 국회인가”라며 ‘당리당략에 빠진 국회’와 ‘국정에 헌신하는 박근혜’ 프레임을 굳히려 애썼다.


박근혜는 지난달 국무회에서도 “(국회가) 맨날 앉아서 립서비스만 하고, 자기 할 일은 안 한다. 위선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에 대한 도전이다”(24일), “국민 여러분도 국민을 위해서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10일)고 대놓고 주문했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총선을 앞두고 헌법이 규정한 국정운영의 최고심의기구인 국무회의 자리를 이용해 노골적인 선거 개입 발언을 이처럼 반복한 경우는 없었다. 박근혜는 전날에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만 청와대로 불러 “내년에 국민을 대하면서 선거를 치러야 되는데 얼굴을 들 수 있겠느냐”고 다그쳤다.

야당은 반발했다.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박근혜의 주특기가 국정운영이 아닌 선거인 나라에서 국민은 몹시 불안해 하고 있다. 틈만 나면 선거 얘기를 하는 박근혜는 선거에 살고 선거에 죽는 ‘선생선사’가 박근혜 직무의 중심이 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성수 새정치연합 대변인은 “박근혜는 국정 실패 책임을 야당에 전가하며 거듭 야당 심판론을 주장하는데 참으로 후안무치하다. 야당과 국민의 비판을 수용하기는커녕 마치 훈시하듯 자신이 할 말만 하는 청와대야 말로 불통의 원인”이라고 했다.

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박근혜이 민주적 리더십의 그림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퇴영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청와대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야당을 많이 만났다고 하는데, 그 만남이라는 것이 민주주의에서 말하는 대화와 토론, 설득이 아닌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는 박근혜의 일방적 홍보자리였다. 그게 무슨 만남이고 대화인가”라고 꼬집었다.

그는 “‘국가와 결혼했다’는 박근혜의 자의식과 헌신, 의무감을 의심하지 않지만, 박근혜의 의무에는 자기가 하기 싫은 일도 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잦은 선거 심판 발언에 대해서도 “야권이 지리멸렬한 상황이어서 커다란 파장을 일으키지 않고 있을 뿐이다. 삼권분립 차원에서도, 국민에 대한 예의차원에서도 적절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더 이상 야당을 상대하지 않겠다, 여당을 계속 압박하겠다, 그래도 안 되면 국민을 직접 상대하겠다는 것을 계속 말하며 자신이 내릴 결정에 대한 명분쌓기를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출처  대통령서 다시 ‘선거의 여왕’으로?…국정보다 총선에 몰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