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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고려대에 부는 대자보 열풍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12 16:14:12


▲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를 인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의미의 풍자 대자보가 붙어있다. ⓒ옥기원 기자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한국의 표현의 자유의 출발은
이것을 인정하는데 있는데,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한국 정치의 자유라고
경찰과 검찰이 우겨대니,

나는 잠이 올 수밖에”

지난 11일 오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 후문에는 스무 장의 대자보가 줄지어 붙었다. 고(故) 김수영 시인의 시 <김일성 만세> 중 일부를 옮겨 적은 대자보와 ‘전두환 만세’,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로 패러디한 문구들이 적힌 대자보들이 벽을 가득 채우고 있다. ‘김일성’과 ‘박정희’를 번갈아 써놓고 “김일성만 세(Count 김일성 Only)”라고 적힌 대자보도 등장했다. 지난달 30일 경희대학교에 이어 10일 고려대학교에서 <김일성 만세>를 적은 대자보가 부착된 지 하루만에 철거되는 일이 발생하자 이를 비판하는 대자보들이 등장한 것이다.


<김일성 만세> 시의 의미도 모르는 경찰…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로 진화하는 대자보

‘고려대학교 김수영들’이 작성한 <‘독재자의 딸’과 ‘김일성 만세’를 위하여>라는 대자보에는 “금기라 하여 입을 잠그고 손을 묶는, 이 ‘김수영을 죽이는 사회’에서는 수많은 ‘김수영’들이 필요하다”면서 대자보를 붙인 이유가 적혀있다. 처음 붙인 대자보가 철거되면서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이라는 내용으로 대자보가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를 인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의미의 풍자 대자보가 붙어있다. ⓒ옥기원 기자


▲ 12일 오전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경대학 후문에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를 인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지 말라는 의미의 풍자 대자보가 붙어있다. ⓒ옥기원 기자


대자보를 통해 이들은 “지난달 30일 경희대학교 경영학과 학생이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를 게시하자 하루만에 학교 행정실에 의해 철거당했다”면서 “당시 대자보가 논란이 됐고, 학교가 본인을 경찰이라고 밝힌 사람으로부터 ‘게시한 학생들의 신변이 위험할 것 같아 우려된다’는 전화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10일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도 <김일성 만세>가 게시됐지만 하루만에 두 중년 남성에 의해 철거됐다”면서 “경찰까지 부른 이들은 ‘여기가 김일성 종합대학이냐’, ‘오늘 하루종일 이걸 아무도 문제 삼지 않은게 말이되냐’는 말을 쏟아냈고 경찰은 이를 말리기는커녕 대자보를 가지고 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김일성 만세>는 언론과 정치의 자유를 강조하면서 도리어 자유를 억압하는 당대 세태를 직격하는 작품으로 높은 평가를 받은 시”라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시사하는 바는 ‘그들’이 떼어버리고자 했던 김수영 시인의 <김일성 만세>가 더 널리 읽혀야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대자보들 한켠에는 “자진철거 하게 해주십시오”, “이것도 한번 찢어보시지”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대자보가 철거된 상황을 꼬집고 있다. 대자보 하단에는 고양이, 막걸리, 닭 등이 그려져 있고 ‘찢지 말아오’, ‘주인님 잡아가지 마라오’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온라인에서 정부 비판 게시글을 공유하거나 댓글을 쓸 때 사용되는 문체를 통해 대자보 철거 상황을 풍자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대자보를 통해 큰 관심을 받게 된 <김일성 만세>는 고(故) 김수영 시인이 1960년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발표되지 못하고 시인이 사망한지 40년이 흐른 후인 지난 2008년 세상에 알려졌다.


출처  “박근혜는 독재자의 딸 이것만 인정하면 되는데” 고려대에 부는 대자보 열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