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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인원 300명 안되니 행진 못한다?

집회인원 300명 안되니 행진 못한다?
‘신고’된 행진도 ‘불법’이라 막아선 경찰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12 23:00:55


▲ 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규탄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신고된 300명 이하라고 도로행진을 불허 광교 앞에서 막고 있다. ⓒ김철수 기자


경찰이 신고된 행진까지 억지 법조항을 근거로 금지해 시민들의 집회 및 시위의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했다.

12일 오후 4시 30분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 규탄 시민대회’를 마친 300명(경찰추산 250명)의 시민들이 백남기 농민이 입원해 있는 혜화동 서울대병원까지 거리행진을 시작했다.

잠시 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을 출발해 광교를 지나던 참가자들을 경찰 수백명이 “불법으로 거리를 행진하고 있다”며 막아섰고, 참가자와 경찰 간에 1시간가량의 대치가 벌어졌다.

서울 남대문경찰서 경비과장은 방송을 통해 “집시법 12조에 따라 인원이 300명 미만일 때 도로교통에 방해를 초래할 수 있으니 인도로 행진해야 한다”면서 “참가자들의 불법행위로 시민들의 통행이 방해받고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12조에는 ‘교통 소통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면 (집회 및 시위를) 금지하거나 교통질서 유지를 위한 조건을 붙여 제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제한인원 300명’ 임의적으로 정해 행진 금지한 경비과장
시민단체들, “허가받은 행진도 금지하는 집회·시위 방해 책임 물을 것”

▲ 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규탄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자 경찰이 신고된 300명 이하라고 도로행진을 불허 광교 앞에서 막고 있다. ⓒ김철수 기자


경찰의 행진 금지 통보에 집회 주최 측은 “경찰이 억지 법조항을 근거로 신고된 합법적인 거리행진을 방해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현장에 있던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공동대표는 “시민대회 이후 1개 차로를 이용해 파이낸스 빌딩부터 서울대병원까지 거리행진이 신고돼 있다”면서 “억지 이유를 들이대며 정당한 집회시위를 방해하는 경찰의 행위에 대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인원수 제한을 통해 경찰이 거리행진을 금지한 것에 대해 절차적, 법적 문제도 제기됐다.

현장에 있던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합법적으로 신고된 행진에 대해 집회 시작 이후 인원 제한을 이유로 금지했던 전례가 없었다”면서 “집회 신고에 대한 효력이 유효한 상황에서 인원 조건을 들이대며 갑자기 행진을 막는 것은 집회를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박주민 변호사는 “경찰은 집회 성립이 불가능할 정도로 집회 제한 통보를 하지 않아야 한다”면서 “주말 오후 인도에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행진 참가자들을 인도로 행진하게 하는 상황은 시민들의 통행을 방해하고 사실상 행진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치”라고 지적했다. 이어 “법 조항에도 없는 제한 인원을 마음대로 정해 행진을 금지한 상황 또한 시민들의 집회 및 시위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집회를 주최한 ‘백남기 대책위’, ‘민중총궐기 투쟁본부’ 등은 이날 경비과장의 행진 금지 통보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예정이다.


경찰 방해에도 울려퍼진 ‘노동개악 저지’, ‘공안탄압 규탄’ 목소리

▲ 12일 오후 서울 중구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규탄 시민대회를 마친 참가자들이 손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철수 기자


‘백남기 대책위’와 ‘민중총궐기 투쟁본부’는 이날 오후 3시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쾌유기원, 한상균 구속 규탄 시민대회’를 진행했다. 추운날씨에도 수백명의 참가자들이 함께 정권의 공안탄압 정국과 ‘노동개악’ 강행 시도를 규탄했다.

대회에 참가한 최종진 민주노총 수석부위원장 “한 위원장이 체포된 상황이 참담하고 억울하지만 슬퍼할 겨를이 없다”면서 “정권이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는 현재 노동자와 민주노총의 운명이 벼랑끝에 서있다. 오는 16일 총파업과 19일 3차 민중총궐기를 통해 노동개악을 저지해 노동자 생존권을 지켜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백남기 씨의 쾌유를 기원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정현찬 가톨릭농민회장은 “350만 농민이 농사짓고 살게 해달라며 민중총궐기에 나간 백남기 농민은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고 있고, 2,000만 노동자의 권리를 요구하던 한상균 위원장은 경찰서에 수감돼 있다”면서 “노동자 농민의 말에 귀를 막고 탄압하는 박근혜 정권에 맞서 이 땅의 주인인 국민이 똘똘 뭉쳐서 우리 문제를 해결해 나가자”고 호소했다.

경찰의 행진 금지 통보에도 참가자들은 각자 인도를 행진해 서울대병원에 집결했다. 병원 앞에 집결한 참가자들은 백남기 농민의 쾌유를 기원하는 바람개비 퍼포먼스를 끝으로 시민대회를 마쳤다.



출처  집회인원 300명 안되니 행진 못한다? ‘신고’된 행진도 ‘불법’이라 막아선 경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