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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당일 광주 있던 종교시설 근무자에 민중총궐기 수사 ‘출석요구’

경찰, 당일 광주 있던 종교시설 근무자에 민중총궐기 수사 ‘출석요구’
당일 법회준비한 원불교 교당 근무자...경찰 “채증에 의해 대상자 판독 됐다”
[민중의소리] 김주형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5-12-10 21:05:43


▲ 배아무개씨는 경찰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때 집회에 참석해 ‘일반교통방해’ 조사를 위한 출석요구서를 보냈지만, 이날 배씨는 낮부터 폐쇄회로(CC)TV를 통해 원불교 광주교당에 있었음이 여러 차례 목격됐다. ⓒ제보자


경찰이 집회에 참석하지 않은 시민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채증을 바탕으로 한 판독시스템을 통해 특정했다고 밝혔지만, 그 시간 정작 당사자는 광주 종교시설에서 종일 법회를 준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남 완도경찰서는 지난 7일 광주에서 종교시설 간사로 근무하고 있는 배아무개(21)씨에게 지난달 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며, ‘일반교통방해 등’ 건으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발신은 완도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출석요구일은 11일 오전 10시로 돼 있었다.

그러나 <민중의소리>가 입수한 해당 시설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배씨는 이날 오후 1시께부터 오후 10시께까지 여러 차례 모습이 찍혔다.

9일 오후 배씨를 직접 만나 사실관계를 들었다. 배씨는 9일 완도의 집에서 전화 와서 알게 됐다고 했다. 배씨는 “11월 14일 민중총궐기 갔던 걸로 나왔다며, 출석해서 진술해야 된다고 작은 아버지에게 들었다”고 말했다.

배씨는 광주 ㅈ대학 2학년에 다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원불교 광주교당에서 간사로 일하고 있다. 배씨는 “사무실에서 주로 사무를 보는데, 그날(11월 14일)은 학생법회라서 법회 준비도 하고, 일요일에 예회(일반 법회)가 있어서 예회를 준비하고 있었다”면서 “학생회원들도 다 만나고 일반 교도들도 여러분이 왔다갔다 해서 다 알고 있다”고 했다.

이미 배씨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에 전화를 걸어 법률적인 조언을 듣고, 완도경찰서에도 전화해서 사실 관계를 따졌다.

▲ 경찰이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 않는 시민에게까지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광주에서 1년 전부터 종교시설 간사를 맡아 종교활동에만 열중하고 있는 배아무개(21)씨는 9일 오후 완도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황당함을 밝혔다. ⓒ제보자


엉뚱하게 날아온 출석요구서에 대해 배씨는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면서 황당하다고 너털웃음을 터뜨리면서 “가지도 않은 일에 왜 이렇게 하는지 화가 많이 났다. 그래도 지은 죄가 없으니까 어머니에게 전화드려 안심시켜드렸다”고 했다.

배씨는 “무혐의 처리 받는 게 우선이라서 교당 CCTV를 돌려보고 확인했다”면서 “만약 조사를 받게 되면 채증장면을 요구해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고 밝혔다. 민변 상담을 토대로 증거물을 보내서 무혐의 처리되면 조사받을 필요가 없다는 걸 알았다면서도, 경찰이 끝내 조사를 고집해 완도에 직접 가야 할 것 같으면 관할을 광주로 하는 이관신청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배씨는 4~5년 전 고등학생시절,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책을 읽고 그 내용이나 통일, 민주주의 관련 글을 적은 적이 있었다. 그때 완도경찰서에서 집을 찾아온 일이 있었을 뿐, 다른 일로 채증 당할 일은 없었다고 했다.

다만, 합법적인 집회에 참석한 경우도 있어 만일 경찰이 합법집회의 채증사진 또는 영상으로 판독한 것이라면, 불법 채증일 수도 있어 이 또한 논란의 여지가 있다.


경찰 “채증에 의해 대상자 판독 됐다”

그는 종교시설에 근무하는 처지라 마음대로 외출할 수 없도 없는 처지였다. 그는 “행자 신분이라 지도교무님 허락을 받거나 손님이 오시면 대접을 위해 나가는 일뿐”이라고 강조했다.

배씨는 출석요구서가 나오기 며칠 전에도 완도 거주 지인으로부터 완도경찰서에서 배씨에 대해 수소문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고도 했다.

그는 이날 밤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실을 알리며 “법적 조치로 대응할 것이다. 권력이 어떻든, 경찰이 어떻든”이라며 “나는 수도자다, 진리만이 두려울뿐. 정당한 일이거든 죽기로써 실행하라는 대종사님 말씀대로 나는 묵묵히 살아갈 것”이라 밝혔다.

완도경찰서 관계자는 “사안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고 채증에 의해서 대상자가 거기에 판독이 됐기 때문에 그 사실관계를 조사하기 위한 것”이라며 “못 온다고 하면 출장조사를 하든 의논해서 결정해서 할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달 인천남부경찰서에서도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 않은 시민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내 ‘일반교통방해 등’에 대해 조사받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민중총궐기에 대한 폭력성만 부각시켜 정확하지도 않은 채증사진과 판독시스템만으로 출석요구서를 남발해 시민들에게 불안과 공포심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지, 아울러 당사자에게 기초적인 사실관계도 확인하지 않고 주먹구구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닌지 경찰 스스로 돌아봐야 할 것이다.

경찰은 10일 현재 민중총궐기와 관련해 715명을 조사하고 있다. 구속 10명, 구속영장신청 1명, 체포영장 4명, 체포영장 신청 1명, 불구속 176명, 훈방 1명, 출석요구 522명이다. 광주지역에서는 1명이 구속됐고, 배씨를 포함해 5명이 경찰로부터 출석요구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출처  [단독] 경찰, 당일 광주 있던 종교시설 근무자에 민중총궐기 수사 ‘출석요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