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권력에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사법부

권력에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사법부
거꾸로 가는 민주주의 인물로 본 2015년
헌재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민주주의 최악의 걸림돌
대법원, KTX·쌍용차 소송 뒤집기...“긴급조치 피해 국가책임 없다”
검찰, 남북정상 회의록 ‘줄타기’...참여정부 인사 기소·김무성 무혐의

[한겨레] 정환봉 기자 | 등록 : 2015-12-21 19:38 | 수정 : 2015-12-22 08:36


지난해 연말 헌법재판소(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은 참여연대 등으로 구성된 ‘2015년 디딤돌·걸림돌 판결 선정위원회’에 의해 최악의 ‘걸림돌’ 판결로 꼽혔다. “민주주의의 요체인 사상·표현의 자유, 집회·결사의 자유, 정당의 자유를 훼손했다”는 이유다. 특히 재판관 8:1로 해산 결정이 내려진 것은 해산을 지지하는 쪽도 우려할 만한 결과였다. 그만큼 우리 사회가 다양한 의견을 포용하지 못할 정도로 경직됐음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최고 법원인 대법원도 민주주의 퇴행에 일조했다. 대법원은 지난 7월 국정원 댓글 사건 재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를 유죄로 인정한 2심을 파기환송했다. 2심이 증거로 인정한 27만여개 트위트 글의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았다. 양승태 대법원장 등 대법관 13명 중 단 1명의 반대의견도 없는 ‘만장일치’ 판결이었다. 대법원은 국정원 직원들이 이명박 정부의 국정을 홍보하고 야권 대선 후보 등을 비방하는 인터넷 게시글·댓글 등을 작성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원 전 원장 등이 정치에 관여했거나 선거운동을 한 것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현 정권에 힘을 실어주고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면죄부를 준 셈이 됐다.


대법원은 지난 3월 긴급조치 9호 피해자인 최아무개씨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긴급조치 9호가 사후적으로 법원에서 위헌·무효로 선언되었다 하더라도, 유신헌법에 근거한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라는 궤변에 가까운 논리로 국가의 불법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판결했다. 사회적 약자에게도 가혹했다. 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의 근로자지위인정소송과 쌍용차 해고노동자의 해고무효소송이 대표적이다. 두 사건 모두 1·2심은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지만, 대법원은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검찰의 정치적 편향 논란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상대에 따라 법 적용의 잣대가 달라지는 일이 최근 잦아지고 있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관련 수사가 대표적이다. 검찰은 2013년 11월 정상회담 회의록 초안을 삭제해 대통령기록물 관리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로 참여정부 인사들을 기소했다. 이 사건은 최근 항소심까지 모두 무죄가 나왔다. 반면 2012년 대선 당시 부산 유세에서 법으로 공개가 금지된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읽어내려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무혐의 처분했다.


출처  권력에 약하고 약자에게 가혹한 사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