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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선’의 위안부 집회 수사지시, OO하면 무조건 처벌?

‘윗선’의 위안부 집회 수사지시, OO하면 무조건 처벌?
[민중의소리] 옥기원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12 10:49:26


경찰이 한·일 위안부 협상 반대 문화제 등을 주최한 대학생들을 상대로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문화제에서 ‘정부 비판’ 구호를 외치고, 손피켓을 드는 등 미신고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입니다.

최근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경찰의 움직임은 이례적입니다. 지난 24년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등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주최자가 수사 선상에 오르거나 입건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경찰은 11일 현재 8명의 대학생에게 ‘미신고 불법 집회를 했다’는 이유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상태입니다.

▲ 11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앞에서 대학생들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 파기 소녀상 지키기 농성을 13일째 하고 있다.(자료사진) ⓒ김철수 기자


강신명 경찰청장은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위안부 문제 관련 집회에 대해 “지난 24년간 준법 집회를 잘 이끌어온 점을 높게 평가한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인 6일 경찰은 지난달 31일과 지난 2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문화제를 ‘미신고 불법집회’라며 주최자들에게 출석요구서를 보냈습니다. 급기야 이상원 서울지방경찰청장은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생들이 경찰에 자진 출석하지 않으면 강제 수사를 검토할 것”이라며 위안부 집회에 대해 강경한 대응을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습니다.

경찰청장까지 ‘준법집회’라고 평가한 위안부 집회가 하루아침에 ‘불법집회’가 돼버린 이유가 뭘까요?


‘윗선’의 위안부 집회 수사 지시…
일본 비판하면 합법, 한국 정부 규탄하면 불법?

한 경찰 관계자는 “지난 수년동안 위안부 집회와 관련해 수사 의뢰가 없었지만, 최근 수사지시가 내려와 위안부 집회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위안부 집회를) 미신고 불법집회로 가닥을 잡아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습니다. 윗선의 지시’는 지난 24년 동안 준법집회였던 위안부 집회가 왜 최근 불법집회가 됐는지 궁금증을 풀어주는 실마리였습니다.

지난달 28일 ‘한일 위안부 협상’ 전까지는 위안부 집회 과정에서 비판의 대상은 일본 정부였습니다. ‘일본 정부가 한일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사과하고, 법적 배상을 하라’는 게 집회 참가자들의 요구사항이었습니다. 하지만 위안부 협상 이후 비판의 대상은 한국 정부가 됩니다. 집회 참가자들은 한국 정부의 ‘굴욕 협상’을 규탄하며 위안부 협상 폐기를 촉구했고, 자연스럽게 위안부 집회 수사 지시가 내려옵니다. 비판의 대상이 일본 정부에서 한국 정부로 바뀌면서 경찰의 위안부 수사 확대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 지난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제1212차 정기수요집회에 많은 시민들이 함께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일각에서는 경찰 수사확대 움직임이 정부가 추진하려던 ‘위안부 협상’과 관련해 반대 여론을 위축시키려는 조치라고 평가합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평화적인 집회에 대한 자유를 보호하기 위해서 마련된 게 집시법인데, 최근에는 정권의 필요에 따라서 집시법을 해석해 악용하고 있다”면서 “평화적으로 진행된 위안부 집회 참가자를 미신고 집회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탄압하려는 것은 정권과 수사당국의 불순한 의도가 있는 자의적 해석”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수연 평화나비네트워크 간사는 “수십년동안 합법이던 집회가 하루아침에 불법이 된 것은 정부가 하자는 데로 따르지 않는 국민들의 모습을 철저히 탄압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사회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는 게 민주주의 기본 정신인데 ‘위안부’ 피해자의 목소리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반대 의견 조차 듣지 않는 독단적인 정부의 모습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들만 아니라 위안부 피해자들도 반대한 위안부 협상입니다. 피해 할머니들도 ‘굴욕적’이라는 협상을 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국민을 수사하고 입건하겠다는 경찰은 과연 누구를 위한 경찰일까요? 그리고 이런 지시를 내린 ‘윗선’은 도대체 어느나라 ‘윗선’인가요?


출처  [기자수첩] ‘윗선’의 위안부 집회 수사지시, OO하면 무조건 처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