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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천태만상] “집에 있는 몸 사진 찍어서 보내라

[경찰의 천태만상] “집에 있는 몸 사진 찍어서 보내라”
[민중의소리] 오민애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13 17:30:50


대한민국 국민에게 사생활이란 없다

▲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연 '공안탄압 분쇄 노동개악 저지 소환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경찰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양지웅 기자

지난해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이후 참가자를 찾기 위한 경찰의 무분별한 수사가 도를 넘어서고 있다. 이날 집회 참가자를 수사하기 위해 99명으로 구성된 수사본부가 설치됐고, 총 수사 대상자는 1,600명에 임박한다. 집회 참가자를 ‘색출’해내기 위한 사생활 침해는 일상이 되어버렸고, 무분별한 수사 앞에 대한민국 국민의 사생활은 사라지고 있다.


“집에 있는 몸 사진 찍어서 보내라”

▲ 경찰이 지난 11월 14일 민중총궐기에 참석하지 않는 시민에게까지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광주에서 1년 전부터 종교시설 간사를 맡아 종교활동에만 열중하고 있는 배아무개(21)씨는 지난 12월 9일 오후 완도경찰서에서 출석요구서를 보냈다는 사실을 전달받고 황당함을 밝혔다. ⓒ제보자

안 모 씨는 11월 13일 대전 집에 내려갔고 14일 민중총궐기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그런데 경찰은 안 씨에게 출석을 요구하더니 대전에 내려갔다는 말을 못 믿겠다며 집 주소를 부르고 몸 사진을 다 찍어서 보내라고 했다. 안씨가 기차표 끊은 명세서를 보내도 믿지 않고, 일정 잡히면 연락하고 집으로 찾아오겠다고 했다. 안 씨는 “이러다 집으로 기습할지도 모르겠다. 시위가 그날에 있는 줄도 모르는 국민이 매일 언제 경찰이 올지도 모르는 불안감에 사는 게 옳은 것이냐”고 반문했다. 안 씨 외에도 당일 집회 참가를 하지 않은 사람들에 대한 출석요구가 계속되고 있다.


통화기록 조회해 무작위로 전화 “친구 연락처를 알려달라”

▲ 민주노총 김경자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간부들, 조합원들이 지난달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공안탄압 규탄 및 살인진압 강신명 파면 촉구 기자회견을 열어 민중총궐기에 탄압은 박근혜 정부비판을 억압할 의도로 공권력을 남용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철수 기자

A 씨는 지난 12월 1일 울산경찰서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B 씨의 전화가 아니냐고 물은 경찰은, B 씨와 연락하고 싶은데 연락처를 아느냐고 물었다. 어떻게 알고 전화했느냐는 A 씨의 질문에 경찰은 “B씨가 예전에 응급실에 갔을 때 보호자로 갔던 A 씨 연락처가 남아있어서 전화했다”고 답했다. 소식을 들은 B씨가 경찰에 전화해서 자초지종을 묻자, 경찰은 “B 씨의 통화기록을 조회했고 그중에서 무작위로 전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B 씨는 한차례 출석요구를 받은 상태였다. 민중총궐기 대회와 관련해 출석요구를 보내면서, 당사자의 통화기록을 비롯한 사적인 기록들을 무분별하게 살핀 것이다.


영국 유학생 집까지 찾아가 “집회 참석했지”

▲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중총궐기 투쟁본부가 연 '공안탄압 분쇄 노동개악 저지 소환자대회'에서 전농 김영호 의장이 발언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경찰은 민중총궐기 대회 당시 영국에 유학 중이던 학생의 부모님 집에 찾아가 집회 참석 여부를 확인했다. 물리적으로 집회 참가가 불가능한 상태였지만, 경찰의 조사 대상이 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당일 출장 중이거나 체험학습을 하고 있던 교사들에게도 출석을 요구해 ‘묻지 마’ 소환통보라는 비판이 계속됐다. (▶“영국 유학생 집까지 찾아가”…경찰 민중총궐기 ‘막무가내 수사’)


“여기 XX 다니고 있죠?” 사진 들이미는 경찰

경찰은 백 모 씨가 다니는 대학교 학생처로 찾아와 백씨의 채증사진과 백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 학교 홈페이지 사진 등을 근거로 채증사진이 백씨가 맞는지 확인했다. 다른 참가자의 경우 하숙집 아주머니 번호나 친구 번호를 알려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친구로 속여 가족에게 전화해 집회 참석 여부를 확인하기도 했다.


기자회견 발언했다고 출석요구?

▲ 헬조선 뒤집는 청년총궐기 참가단이 23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총궐기 당시 물대포를 쏘며 진압한 경찰을 규탄하며 강신명 경찰청장의 파면을 요구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알바노조 인천지부 준비위원장 이경호 씨는 민중총궐기대회 당일 인천지역 김장 나누기 행사에 참여했다. 이 씨는 11월 19일 인천지방경찰청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경찰의 폭력진압을 규탄하는 발언을 했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이 씨는 인천 남부경찰서로부터 민중총궐기 대회 관련 출석요구서를 받았다. 이 씨는 당일 집회에 참석하지 않았지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자 집회 참가를 추측, 이 씨의 신상을 조사해 ‘아니면 말고’ 식의 출석요구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민중총궐기 참석도 안했는데 조사 받아라? 경찰의 황당한 출석요구)


페이스북 사진이 채증사진으로 둔갑해 증거로, 페이스북 사찰=신종 사찰?

▲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

집회에 참가했다는 채증사진에 개인이 페이스북에 올린 사진도 다수 포함돼있었다. 유 모 씨의 경우 다른 사람 페이스북 계정에 올라온 집회 당일 사진과 자기 계정에 있던 과거 기자회견 사진도 채증사진에 포함돼있었다. 집회 현장에서 경찰이 채증한 사진이 아닌, 개인들이 올린 사진이 채증사진으로 둔갑해 증거로 제출돼있다.

경찰은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른 페이지까지 확인하고 있었고,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등의 프로필 사진도 확보하고 있었다. SNS와 메신저가 경찰의 사찰과 조사에 무분별하게 노출돼있었다.


“민중총궐기 수사 협조 위해 노조원 명단 내놔라”

▲ 지난달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노동개악 저지! 백남기 농민 쾌유기원! 3차 민중총궐기 소요문화제에서 가면을 쓴 참가자들이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양지웅 기자

안상 상록서는 홈플러스 안산점, 한국가스기술공사 경기지사, 한국가스공사 가스기술연구원, 한국가스공사 경기지역본부 등 네 곳에 수사협조 공문을 보내 “11월 14일 민중총궐기대회 불법·폭력 시위와 관련해 수사업무 자료를 요청한다”면서 노동조합원 명단을 요구했다. 노조원들이 집회에 참석했을 것이라는 전제로, 일단 조사하고 보겠다는 경찰의 ‘의지’가 담긴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아님 말고’ 식 경찰 수사, 국민의 사생활과 인권은 어디에

▲ 22일 전남 완도경찰서 경제팀은 지난달 민중총궐기대회에 참석해 ‘일반교통방해’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낸 배아무개씨에게 문자메시지로 ‘혐의없음’을 통보했다. ⓒ제보자

경찰은 집회에 참가하지 않은 사람에게 집회 참가 혐의로 출석요구서를 보내고, 통화기록과 메신저, SNS 등을 무분별하게 살피고 증거로 사용하고 있다. ‘불법 폭력 집회’로 규정한 11월 14일 집회 참가자를 찾아내기 위해 벌이는 ‘아니면 말고’ 식 경찰 수사에 국민의 사생활과 인권은 어디에도 없다. (▶ 민중총궐기 사진 ‘좋아요’ 누르니 ‘소환’··· 경찰 수사권 남용 논란)


출처  [카드뉴스-집회참가자 찾기 위한 경찰의 천태만상] “집에 있는 몸 사진 찍어서 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