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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재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박근혜

재벌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박근혜
법원 불법 파견 제동 → 전경련 파견 전면 허용 요구 → 현대차 헌법소원 → 법 개정 추진
[민중의소리] 정웅재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1-19 15:20:22


파견법 개정안은 정말 중장년 일자리 법일까? 어려운 중소기업을 위한 법일까? 박근혜는 13일 대국민담화에서 그렇게 강조했다. 그러나 파견법 개정안은 그 출발도, 그 내용도 재벌 대기업을 위한 법안이다. 재벌 대기업의 더 많은 이윤을 위해 노동자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법안이다.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주범, 재벌 대기업

근로기준법에서는 중간착취를 금지하고 있다.(근로기준법 9조 중간착취의 배제 : 누구든지 법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영리로 다른 사람의 취업에 개입하거나 중간인으로서 이득을 취하지 못한다.) 그러나 노동현장에서는 버젓이 중간착취가 일어나고 있다.

간접고용이라는 구조 아래에서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불법파견이 대표적이다. 파견은 파견사업주에 소속된 노동자가 사용사업주의 지휘와 명령을 받아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법상 32개 업종(컴퓨터 전문가, 행정, 사서, 통신 기술공, 음식 조리원, 자동차 운전 등)에 한해 노동자 파견이 가능하다. 제조업 직접생산공정에는 파견이 금지돼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사내하도급'으로 위장한 제조업 파견이 이뤄지고 있다. 도급은 민법상 계약으로, 일의 완성을 목적으로 한 원청과 하청간의 계약이다. 원청과 계약한 하청업체가 소속 노동자들을 지휘해 일을 완성한 뒤 보수를 받는 게 정상적 도급관계다.

▲ 현대자동차 공장. ⓒ뉴시스


사내하도급은 회사내 하도급이라는 특성상 하청업체 소속 노동자들이 원청 사업장에서 일하게 되는데, 원청의 지휘와 감독을 받으면서 일을 하면 불법 파견이 된다. 자동차 생산 컨베이어벨트에서 왼쪽 바퀴는 정규직이, 오른쪽 바퀴는 비정규직이 조립한다는 표현으로 잘 알려진 현대자동차가 불법파견의 대표 케이스다.

대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은 현대차 외에도 기아자동차, 금호타이어, 남해화학 등의 제조업체들이 법원에서 불법 파견 판결을 받은 바 있다. 삼성전자서비스, 코레일(KTX), 인천공항공사 등도 불법 파견 논란으로 몸살을 앓았다.

노동 전문가들은 "사내하도급은 형식적으로는 원하청간의 도급거래지만, 실질적으로는 현행법상 금지돼 있는 제조업 부문의 파견"이라고 지적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사내하도급은 대부분 상시 지속적 일자리이자 불법파견"이라고 짚기도 했다.

기업들이 파견, 도급, 용역 등의 간접고용을 선호하는 것은 노동법상 각종 사용자의 책임, 예컨대 해고규제조항, 단체교섭 응낙 의무 등을 피하면서 구조조정을 용이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노동자들의 요구는 쉽게 무시하면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자를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절감은 노동자에겐 '낮은 임금'의 다른 말이고, 유연한 노동은 '고용 불안'의 다른 말이다. 이러한 간접고용은 기업규모가 클수록 더 많이 사용한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난해 7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2015 고용형태 공시제'를 분석해 "거대기업이 간접고용 비정규직의 온상이자 주범"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10대 재벌의 경우, 전체 고용에서 비정규직이 차지하는 비중이 37.7%인데, 간접고용 비정규직(30.7%)이 직접고용 비정규직(7.0%)보다 4배 많았다. 현대중공업, GS, 포스코그룹은 전체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비정규직이었다.


법원 판결로 불법적 착취에 제동
그러자 전경련 "파견 전면 허용" 요구

더 많은 이윤을 위한 간접고용(외주화)도 법의 테두리를 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재벌 대기업들은 제조업엔 금지된 파견을 '사내하청'이라는 이름으로 버젓이 사용했다. 착취 당하던 노동자들은 법원에 "나의 사용자는 하청업체인가? 원청인가?" 가려달라며 '근로자지위소송'을 제기했다.

지리한 법정공방 끝에 2010년 현대자동차 사내하청에 대해 대법원은 "불법파견"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노동자는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이 아니라 원청인 현대자동차 소속 정규직이라는 판결이었다.

▲ 박근혜가 2015년 1월 27일 광주과학기술원에서 열린 광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식에 참석해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과 함께 센터를 시찰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뉴시스


그 뒤 많은 사업장의 하청 노동자들이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불법적 착취'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재벌들은 어떻게 반응했을까? 법원의 판결을 존중해 불법을 바로 잡았을까? 전혀 아니다. 법을 무시했고, 오히려 파견을 전면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사내하도급 문제, 근본적 해결방안은 근로자 파견제 전면 허용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현대차 대법원 판결 후인 2010년 12월 초에 낸 보도자료 제목이다. 전경련은 이 자료에서 "최근 사내하도급 판결이 기업 경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사내하도급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로자 파견제 전면 허용 등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는 헌법소원까지 제기했다. 불법파견으로 2년 이상 사용한 노동자는 원청에서 직접 고용한 것으로 간주한다는 구 파견법(2007년 개정 전 파견법)의 '고용의제' 조항이 기업의 기본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불법적 착취로 이윤을 늘려온 재벌의 욕심은 브레이크를 원하지 않았다. 직접고용으로 불법 파견을 해소하기는 커녕, 아예 '제조업 파견 금지'를 풀어서 파견을 전면 허용해달라고 주장한 것이다.


"뿌리산업 파견 허용, 제조업 파견 허용 효과"

'제조업 파견 허용'이라는 재벌 대기업들의 오랜 숙원은 이뤄질 수 있을까? 중요한 변곡점 앞에 와 있다. 박근혜가 강력하게 밀어붙이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는 소위 노동개혁 패키지 5법 중 기간제법 개정안은 미루더라도 파견법 개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해달라고 요청하면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한파가 몰아친 18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까지 가서 전경련·대한상의 등 경제단체가 진행하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에 직접 서명까지 했다.

▲ 박근혜가 18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을 찾아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파견법 개정안이 얼마나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길래 박근혜가 직접 나서서 국회를 압박하면서까지 밀어붙이는걸까?

재벌의 이해와 요구에 부합하는 내용이 법안에 들어있다. 우선, 그동안 금지돼있던 제조업 파견 허용의 물꼬가 트인다. 제조업 전반에 걸쳐 활용되는 주조, 금형, 소성가공, 용접, 표면처리, 열처리 등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제조업 파견을 허용하는 직접적 조치는 아니지만, 노동계와 전문가들은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결국 제조업 파견 허용과 다름없다고 본다.

노상헌 서울시립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노사정 합의안과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법 대응 노동시민학계 긴급토론회'에서 "뿌리산업 6개 공정은 제조업의 근간을 이루는 기초 공정으로 자동차, 조선, 기계금속 등 제조업 주요 업종의 대부분 공정에 걸쳐 있어 뿌리산업에 파견을 허용할 경우 사실상 제조업 전반으로 파견을 확대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은 뿌리산업 파견 허용은 중소·중견기업에만 적용되기 때문에 대기업을 위한 특혜가 아니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대기업이 활용할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노동계에서는 "대기업이 뿌리산업 업체에 특정 공정을 외주화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실시한 2013 뿌리산업 통계조사를 보면 뿌리산업 기업 대부분은 대기업의 1~4차 협력사다.

박정미 전국금속노동조합 정책실장은 "뿌리산업 파견 허용에 대기업은 제외된다고 하지만, 파견이 허용되는 중견기업이 작은 규모가 아니다.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대부분의 제조업 부품사들이 포함된다고 보면 된다. 두원정공, 만도, 다스 등도 포함된다. 대기업 주요 계열사들이 들어오는 건 시간문제다. 사실상 제조업 파견이 허용되는 조치다"라고 지적했다.

박 실장은 "불법 파견을 합법 파견으로 만드는 게 현대기아차의 최대 요구사항이었다. 재판 비용, 소송 비용, 임금 비용을 털어버리고 마음껏 날개를 달고 싶은 건데, 파견법 개정안은 이를 허용해주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파견 도급 기준 정리 명분으로 대기업 불법파견 합법화"

파견법 개정안은 사내하청 또는 불법파견을 사용하는 대기업을 위한 또 다른 내용도 담고 있다. 바로 파견과 도급 기준 명확화다. 개정안은 도급과 파견의 판단 기준을 명확하게 한다는 명분으로 파견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은데, 도급계약이라고 해도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작업 배치 및 변경을 결정하는 경우 △업무상 지휘·명령을 하는 경우 △근로시간·휴가 등의 관리 및 징계에 관한 권한을 행사하는 경우에는 파견으로 본다는 것이다.

이에대해 민주노총 법률원장인 권두섭 변호사는 "법원 판례로 축적돼 온 여러 징표들 중 원청이 변경하기가 쉽지 않은 계약의 내용, 계약 당사자의 적격성, 직무교육 등과 관련한 징표들은 모두 제외하고, 원청인 재벌대기업이 도급으로 가장하기 용이한 기준들 중심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라며 "이 기준대로면 현재 재벌대기업 사내하청은 모두 합법도급의 지위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파견법 개정안은 뿌리산업 파견 허용으로 그동안 금지돼 있던 제조업 파견의 물꼬를 트고, 도급과 파견 기준을 법에 명확하게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재벌 대기업의 불법 파견을 합법화 시켜주는 길을 여는 입법이라는 지적이다.

파견 도급 등 간접고용이 중간에서 수수료를 떼먹는 중간착취 등으로 인해 노동자에겐 낮은 임금을 강요하고, 노동3권도 무력화시킬 수 있는 구조임을 감안하면 파견법 개정안이 '민생구하기 입법'이라는 주장은 황당하다. 열악한 작업환경 등으로 인력난을 겪는 뿌리산업을 살리는 게 목적이라면, 이미 2011년 7월 '뿌리산업 진흥과 첨단화에 관한 법률'을 제정해 지원 근거를 마련해 놓고 있다.

그러니 파견법 개정안은 중소기업 살리기도 아니고, 민생 살리기는 더더욱 아닌 셈이다.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파견법 개정안은 불법파견,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려 있는 재벌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출처  재벌 회장들에게 날개를 달아주고 싶은 박근혜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