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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점입가경 ‘테러 마케팅’

점입가경 ‘테러 마케팅’
[민중의소리] 사설 | 최종업데이트 2016-01-21 07:17:55



야당과 국민의 거센 반대에 부딪혀 물 건너간 것이나 다름없던 테러방지법을 되살리기 위한 집권세력의 노력이 참으로 집요하다. 새누리당은 20일 테러 위기 상황 대처를 주제로 당정협의회까지 열고 테러방지법 논란을 확산시키는 데 부심하고 있다.

비판과 반대가 있으면 폐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원안은 손 보는 게 상식이다. 그러나 당정협의회에서는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무슬림 57개국 출신 15만 5천 명이 국내에 들어와 있어 우리나라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까지 펼쳤다. 유럽 극우파나 하는 몰상식한 말을 당정협의회에서 버젓이 꺼내다니, 과연 제정신인가.

김수민 국정원 2차장은 ‘국정원 힘빼기’라며 야당을 맹비난했다. 뭘 믿고 일개 차관급 공직자가 이렇게 고압적으로 나오나. 자신들의 ‘충정’을 믿어달라는 대목에서는 실소가 나온다. 종북 세력을 척결하겠다며 대선 때 야당과 국민을 비난하는 댓글이나 단 게 ‘충정’인가. 옮기기도 힘든 막말을 일 삼은 대공수사국 직원 ‘좌익효수’를 징계하지 않고 감싼 것도 충정이라고 말할텐가.

외교부도 테러 위협의 사전 감지와 예방을 강조하며 가세했다. 고 김선일씨 피살 사건 때 보인 무능과 무사안일은 논외로 치더라도, 지금도 해외 교민 안전에 소홀해 지탄받기 일쑤인 외교부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지난 해 10월 필리핀에서 우리 국민의 범죄피해가 잇따르자 현지 안전점검을 실시했지만, 불과 한 달 뒤 2명의 한국인이 또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제 앞가림도 못하면서 테러방지법 통과에 역성들고 나서니 한심할 뿐이다.

어이없기로는 테러방지법 논란을 거들고 나선 경찰이 압권이다. 경찰은 14만 경찰을 테러방지 요원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치안 유지가 경찰의 원래 임무 아닌가. 하나마나한 얘기고, 속 보이는 전시행정이다. 경찰은 또 경기북부지방경찰청 신설을 테러방지 대책으로 들고 나왔다. 현재 경기2청의 북부청 승격은 민생 치안 수요나 경찰행정체계의 효율성을 따져 합리적으로 판단하면 충분한 문제다. 테러 방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백남기 농민에 대한 살인적 진압 책임자들 대상으로 승진 잔치를 벌이더니, 이번엔 테러 방지를 앞세워 경찰 고위직 자리나 챙기려는가.

고압적이고 몰상식한 발언을 내뱉거나 부처 숙원이나 챙기는 행정부도 한심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새누리당이다. 국회에서 테러방지법이 원안대로 통과될 가능성이 없는데도 새누리당이 이리 나오는 까닭은 분명하다. 총선을 앞두고 이념공세색깔몰이 수단으로 테러방지법을 이용하려는 속셈이다. 테러에 대한 불안마저 당리당략의 수단으로 삼을 텐가. 새누리당은 이제라도 소모적인 테러방지법 논란은 그만 일으키고 심각한 민생 문제로 관심을 돌리기 바란다. 옳건 그르건 간에 굵직한 민생 정책을 집권당이 낸 게 언제였는지조차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출처  [사설] 점입가경 ‘테러 마케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