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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 파괴’ 시나리오 썼다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 파괴’ 시나리오 썼다
[경향신문] 김지환 기자 | 입력 : 2016.01.28 11:05:33 | 수정 : 2016.01.28 14:00:26


▲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파괴에 개입한 정황을 보여주는 e메일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를 파괴하기 위해 협력업체인 유성기업, 노무법인 창조컨설팅과 공모한 사실이 확인됐다. 금속노조 조합원을 회유해 기업노조로 가입시키는 과정에서 현대차는 유성기업에 구체적 목표치까지 제시하는 등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11년부터 유성기업에서 진행된 노조 파괴의 주연 배우는 유성기업·창조컨설팅이 아니라 현대차라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또 유성기업은 기업노조에 금품과 향응을 제공하면서까지 금속노조를 파괴하려 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노조와 은수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유성기업 노조파괴 증거 추가 폭로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산업현장 폭력용역 관련 청문회’에서 창조컨설팅에 의한 직장폐쇄와 용역투입으로 노조파괴가 진행됐던 유성기업에 대한 현대차 개입 정황이 사실이라는 점을 증명하는 자료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당시 청문회에선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의 자문을 받아 금속노조 파괴 시나리오를 진행했으며 이 과정을 수시로 현대차에 보고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번에 공개된 자료는 검찰·고용노동부의 수사자료 등으로 유성기업과 금속노조의 소송 과정에서 입수됐다.


“현대차, 기업노조 신규가입자 70~80%까지 확보하라고 강요”

금속노조가 공개한 문건을 보면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강모 차장은 2011년 9월 20일 유성기업 최모 전무에게 ‘(중요) 유성기업 현안 협의’라는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전무님. 아래 안건 관련해 9월 22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하고자 합니다. 유시영 사장(유성기업)님과 창조(컨설팅) 측을 모시고 회의하고자 하오니 참고하셔서 참석 부탁드립니다”라는 내용이다. 현대차, 유성기업, 창조컨설팅이 유성기업 노사 현안에 대한 ‘3자 회의’를 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최모 이사대우는 같은 날 부하 직원인 황모 차장, 강모 차장, 권 모 대리 등에게 ‘유성동향 일일보고(9월 19일)’이라는 제목을 e메일을 보내 금속노조에서 탈퇴해 기업노조로 새로 가입하는 노동자가 적다고 지적했다. 최 이사대우는 “신규노조 가입 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라”며 “9월 20일까지 220명, 9월 30일 250명, 10월 10일 290명 목표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하라”고 적었다. 9월 20일부터 10일 간격으로 각 30명, 40명 추가 확보 목표를 유성기업에 줬는데 아직 1명도 없다는 점에 대해 추궁하라는 것이다. 그는 또 “매주 1회 회사(유성기업), 창조(컨설팅)를 불러서 주간 실적 및 차주 계획,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토요일 아침에 보고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차 강 차장은 자신이 받은 최 이사대우로부터 받은 이 e메일을 유성기업 최모 전무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최 전무가 2011년 11월 1일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보낸 e메일을 보면 유성기업의 노무관리에 대해 현대차가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최 전무는 “우리 회사의 노무 현황에 대해 현대차의 컴플레인(불만)이라고 할지 무리한 요구로 영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다”며 “(현대차) 요구사항 중 핵심은 유성노조(기업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는 강요”라고 적었다. 이어 “금주 내로 일정과 확보방안을 갖고 유성과 귀사가 함께 (현대차 본사가 있는) 서울 양재동 구매본부에서 회의를 갖고자 하오니 공사다망하시더라도 당사의 고충을 양찰하시어 협력해달라”고 부탁했다.

금속노조는 “현대차가 구체적으로 기업노조 조직화에 개입했다는 점이 압수된 e메일을 통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기업노조에 금품·향응 제공한 유성기업

‘유성기업 노동조합 지원비용 지출내용’ 문건을 보면 유성기업 영동공장 최모 이사는 2011년 7월 19일 기업노조인 유성노조 발기인 모임 식대 16만7000원을 계산했다. 회사가 특정 노조를 지원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영동공장 관리과의 유모 과장은 같은 해 10월 17일 유성노조 간부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만난 뒤 노래연습장을 함께 간 뒤 주대 27만1000원을 결제했다.

유성기업은 2011년 7월부터 2012년 5월까지 유성노조 간부들에게 식대 및 향응제공을 통해 금속노조를 파괴하려 한 것도 전표를 통해 확인됐다. 회사는 또 2011년 12월부터 2012년 1월까지 금속노조 탈퇴와 기업노조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현장 노동자들에게 가요주점 등에서 향응을 제공한 사실도 드러났다. 금속노조는 “이런 활동이 진행된 2011년 11월부터 2012년 1월 사이 금속노조 조합원 22명이 기업노조인 유성노조에 가입했다”고 밝혔다.

▲ 유성기업 최 전무가 2011년 11월 1일 심종두 창조컨설팅 대표에게 보낸 e메일



증거 확보하고도 봐주기로 일관한 검찰

검찰은 이런 증거를 확보하고도 2013년 말 유성기업의 노조 파괴 혐의 대부분을 사실 확인 불가, 증거 불충분 등의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다. 당시 노동부는 “기소의견 송치 지휘를 건의했으나, 검찰 지휘에 의거해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송치했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불기소 처분 뒤 대전고검에 항고하면서 “사용자의 노조 파괴 범죄에 면죄부를 쥐여준 전형적인 기업 봐주기 수사”라며 반발했다.

금속노조는 “검찰은 오늘 공개된 자료를 이미 확보하고 있었지만 유시영 유성기업 사장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렸고 현대차에 대해선 추가조사조차 하지 않았다”며 “직무를 유기한 검찰 역시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금속노조는 문건 확보를 통해 추가 확인된 사실을 토대로 추가로 현대차, 유성기업 등을 고소할 계획이다.

*현대차와 유성기업이 주고받은 e메일


발신 : 강OO 차장 (현대차)
수신 : 최OO 전무 (유성기업)
2011년 9월 20일
제목 : (중요) 유성기업 현안 협의


내용 : 전무님. 아래 안건 관련해 9월 22일 오전 10시에 회의를 하고자 합니다. 유OO 사장(유성기업)님과 창조(컨설팅) 측을 회의코자 하오니 참고하셔서 참석 부탁드립니다. 장소는 본사 10층 회의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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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 최OO 이사대우 (현대차 구동부품개발실)
수신 : 황OO 차장
참조 : 강OO 차장, 권OO 대리
2011년 9월 20일
제목 : 회신 : 유성동향 일일보고(9.19)

내용 : 황팀장. 신규노조 가입 인원이 최근 1주일간 1명도 없는데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점검하고, 9월 20일까지 220명, 9월 30일 250명, 10월 10일 290명 목표로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명도 없는 이유가 뭔지 강하게 전달할 것.

아울러 매주 1회 회사, 창조를 불러서 주간 실적 및 차주 계획, 동향을 면밀히 파악하고 본부장 출근하시는 토요일 아침에 보고될 수 있도록 주간 동향 및 향후 계획(징계 및 신노조 인원 증가, 향후 협상계획 일정 등) 보고 준비요(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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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신 : 최OO
수신 : 심OO
참조 : kOO(창조), lOO(창조), 유OO(유성기업)
2011년 11월 1일
제목 : 노조가입 확보방안 및 회의참석 요청


심(OO) 대표님 안녕하십니까!

유성 영업을 총괄하고 있는 최OO 전무입니다.

저희 회사 노무업무를 컨설팅, 서포트해주시느라 노고가 많으신 걸 잘 알고 있습니다.

분규가 발생한 지 벌써 6개월이 지났습니다.

덕분에 당사 최대 고객인 현대차에 결품 없이 공급되고 있어 격세지감이 듭니다.

하오나 우리회사의 노무현황에 대해 현대차의 컴플레인(불만)이라고 할지 무리한 요구로 영업이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습니다.

요구사항 중 핵심은 유성노조 신규가입자를 70~80% 선까지 확보하라는 강요입니다.

금주 내로 일정과 확보방안을 갖고 유성(대표이사, 최전무)과 귀사(김전무) 함께 서울 양재동 구매본부에서 회의를 갖고자 하오니 공사다망하시더라도 당사의 고충을 양찰하시어 협력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유성기업 최OO


출처  현대차가 ‘유성기업 노조 파괴’ 시나리오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