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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시행되면…‘무소불위 국정원’ 된다

테러방지법 시행되면…‘무소불위 국정원’ 된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 논란
‘테러 의심’만으로 감청…영장 없이 계좌추적도
견제장치 없는 무소불위 국정원
테러 용의자 조사·추적권...개인 사생활까지 수집 가능
국회도 못했던 ‘국정원 통제’ 인권보호관 1명에 맡겨
총리실 대테러센터는 일반 기획·조정업무만 담당

[한겨레] 김남일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6-02-23 21:15 | 수정 : 2016-02-24 11:11


▲ 이태호 참여연대 사무처장이 23일 저녁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반대하며 무기한 연설을 하는 ‘시민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국가정보원의 ‘15년 숙원’인 테러방지법안이 결국 23일 ‘국회의장 직권상정’이란 방식을 통해 본회의에 상정됐다.

2001년 11월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발의된 뒤 참여정부에서는 한나라당의 반대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는 야당의 반대로 공전하다 이슬람국가(IS)의 동시다발 테러와 북한 핵실험, 로켓 발사에 ‘힘입어’ 본회의 통과를 눈앞에 두게 됐다.

국정원 출신인 이철우 새누리당 의원은 이 법안 제안 설명을 하며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2012년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하도록 여론조작 댓글 공작을 벌였던 국가정보원은, 2013년 국정원 개혁을 좌초시킨 데 이어,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테러위험 의심자에 대한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정보 추적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강력한 권한을 갖게 된다.


국무총리실 대테러센터는 유명무실

테러방지법안 제6조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대테러센터’를 두도록 했다. 그러나 이 센터는 일반적인 기획·조정 업무만을 담당한다.

이 법안의 핵심인 정보수집권한은 제9조에 따라 국정원장이 갖게 된다.

국정원은 대공·방첩 분야가 아닌 테러 의심자에 대해서도 통신비밀 보호법에 의한 감청(영장 필요), 특정 금융거래 정보 보고·이용법(FIU법)에 따른 금융정보 수집(영장 불필요)이 가능해진다.

후자의 경우 국정원이 요구하면 영장 없이도 금융위원장이 금융정보를 내줘야 하는데, 이는 대공·방첩 수사에도 국정원이 가져보지 못한 권한이다.

또 테러위험 인물의 개인정보와 위치정보를 관련 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는데, 여기에는 개인정보보호법이 보호하는 민감 정보(신념, 노조·정당 가입, 정치적 견해, 성생활 등)까지 모두 포함한다.


정보위도 못하는 견제, 인권보호관 1명이?

테러방지법안은 이 법의 자의적 확대 적용을 막아야 한다는 야당의 요구로 ‘테러단체’는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로 명확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테러위험인물’은 테러단체 조직원 외에 ‘테러 예비·음모·선전·선동을 했다고 의심할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로 해석의 범위가 비교적 넓다.

여당은 국정원 권한 남용을 막을 장치로 ‘대테러 인권보호관’(제7조) 1명을 둬 ‘관계기관의 대테러활동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를 방지’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보안을 앞세운 국정원을 상대로 실질적인 감독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령 국정원은 그동안 통신비밀 보호법에 따라 대공·방첩 수사를 이유로 해마다 수천 건에 이르는 통신제한조치(감청)를 해왔다.

내국인일 때는 고등법원 수석부장판사의 허가를, 외국인일 때는 대통령 승인을 받아야 한다.

지난해 아르시에스(RCS) 불법 해킹 의혹이 벌어졌을 때 국정원은 “해킹 대상은 모두 외국인이었다”고 주장하면서, 국회 정보위원회에서는 “해킹은 감청이 아니기 때문에 대통령 승인을 받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내국인인지, 해킹이 아닌 감청을 했는지 등은 국정원이 ‘실토’를 해야만 알 수 있는 구조다.

국회 정보위의 국정원 감독 기능도 실효성이 없는 상황에서 단 1명의 인권보호관은 유명무실화할 가능성이 크다.


‘만능 통치법’ 우려

과거 테러방지법안을 검토했던 한 법조인은 “국정원이 정보수집을 하게 된다는 점에서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센터’는 눈 가리고 아웅 격”이라고 했다.

특히 통신비밀 보호법과 금융정보분석원(FIU)법의 핵심 절차와 내용을 개정하면서도 해당 상임위원회(정무위·법사위) 심사를 거치지 않고, 테러방지법 부칙을 통해 바꾸겠다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그는 “테러 개념이 넓기는 하지만 테러단체 등의 규정이 비교적 명확해 자의적 운용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면서도 “부칙으로 다른 법의 핵심 내용을 침해할 경우 테러방지법이 만능 통치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테러 정보의 수집·작성·배포 기능이 국정원 한곳에 집중되면서 주요 국가 기능들이 ‘테러’를 이유로 국정원 중심으로 재편될 수 있다.

하지만 안보 불안을 빌미로 시민 기본권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안 제정에 필수적인 여러 검토 절차들이 무시됐다.

기존 법과 제도가 테러 대응에 효과적이었는지, 문제가 있다면 어느 지점인지, 테러방지법이 생기면 실제 효과는 어느 정도인지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는 없다.

정부는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따른 테러 대응 기능도 방치하고 있다.

황교안 국무총리는 국가테러대책회의 의장이 자신인지도 몰랐다.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금도 국정원, 경찰, 검찰 등 각 기관이 테러대응 업무를 하고 있다. 이들 업무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으면서 모든 정보와 권한을 국정원에 모으고 있다”고 비판했다.


출처  테러방지법 시행되면…‘무소불위 국정원’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