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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방지법 이후’ 걱정하는 시민들

‘테러방지법 이후’ 걱정하는 시민들
“카톡 대신 외국메신저, 이메일은 구글로”
“정부 비판 트위트 많았는데 계정 지울 것”

[한겨레] 허승 기자 | 등록 : 2016-03-01 19:24 | 수정 : 2016-03-01 21:03


▲ 텔레그램(Telegram) 누리집 갈무리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야당이 8일간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선 ‘테러방지법 통과 이후’를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쏟아져 나왔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테러방지법 통과되면 트위터 계정(을) 폭파시키려고 한다”고 했다. 그동안 트위터를 통해 정부에 비판적인 트윗을 날려왔다는 것을 빌미로 자신이 ‘테러위험 인물’로 감시 대상에 오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다. “앞으로는 (일본의 인기 라이트노벨 시리즈인) 인피니트 스트라토스를 아이 에스(IS)라고 줄여 부르지 말아야겠다”는 농담 섞인 비판도 뒤를 이었다.

또 이날 미국 뉴욕 브루클린 연방지방법원이 ‘마약상의 아이폰 잠금장치를 해제해달라’는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연방수사국(FBI)의 요청이 과도하고 타당하지 않다고 판결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아이폰으로 갈아타야 되냐”는 질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테러방지법 대응법’도 공유되고 있다. 안드로이드폰 대신 아이폰을 사용하거나, 카카오톡 대신 해외 메신저를 사용하고, 전자우편은 구글의 지메일을 이용하라는 내용들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테러방지법이 통과된다면 개인들이 완벽하게 사생활의 자유와 통신 비밀을 누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개발자이자 보안전문가인 이준행 씨는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일단 자기 휴대전화 전화번호부 목록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씨는 “아이폰을 사용해도 통신사나 서비스사업자를 통해 얼마든지 감청이 된다”고 말했다. 이 씨는 “카카오톡보다 텔레그램 같은 해외 메신저가 더 안전하겠지만, 상대방이 카카오톡을 사용하면 나도 그걸 쓸 수밖에 없다. 확실한 것은 사람들과 연락을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개발자인 김종득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면 국정원은 길거리나 상점의 폐회로텔레비전(CCTV) 혹은 자동차의 블랙박스 카메라에도 접근할 권한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부의 공안 분야 업무를 잘 아는 한 보안전문가는 “테러방지법 아래에서 개인이 자신의 사생활의 비밀을 지킬 방법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앞으로는 입 닫고, 눈 감고, 귀 막고, 찍소리 안 하고 사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것”이라고 그는 한숨 섞인 소리로 말했다.

정보인권연구소의 이은우 변호사는 “현실적으로 법안 폐기가 어렵다면 최소한 법안이 규정하는 테러의 범위를 더 명확하게 규정해 국내 정치활동이나 시민들의 일상생활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수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출처  ‘테러방지법 이후’ 걱정하는 시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