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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는 사건 만드는 청부검사들, 검찰 떠나야”

“없는 사건 만드는 청부검사들, 검찰 떠나야”
‘광우병 쇠고기 무죄’ 선창규씨, 수사검사들 상대로 재정신청
[오마이뉴스] 글: 구영식, 편집: 장지혜 | 16.03.05 16:21 | 최종 업데이트 16.03.05 23:01


오랫동안 축산물 유통분야에서 일해온 선창규 씨는 지난 2013년 8월 30일 항소심('광우병 우려 미국산 쇠고기 유통 혐의')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뒤 기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를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 혐의로 구속한 검사를 정말 용서할 수 없다. 수사검사 등을 상대로 법이 허락하는 한도에서 책임을 묻겠다."

1심과 2심에서 무죄 판결을 얻어낸 선씨가 '검사를 상대로 한 싸움'을 예고한 것이다. 먼저 그는 사건 당시 수사를 맡았던 김석우 전 서울남부지검 형사5부장(현 서울고검 검사)과 이상억 검사(현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1부장)를 '피의사실 공표죄'로 고소했다(2004년 1월). 이들이 자신을 기소하기도 전에 '광우병 의심 LA갈비를 호주산으로 둔갑해 판매했다'는 피의사실을 언론에 흘려서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것이다. 피의사실 공표죄는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기 전에 피의자의 혐의를 언론 등에 공표하는 범죄를 가리킨다.

하지만 검찰이 검사를 상대로 한 고소사건을 제대로 처리할 리 없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서울남부지검은 피의사실 공표 고소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이에 선 씨는 김석우 전 부장과 이상억 검사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다시 고소했다(2014년 4월). 지난 2009년 2월 12개 장소를 대상으로 한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 집행이 위법했고, 그를 체포한 뒤 검사실로 넘기거나 구금하지 않고 불법적인 압수수색 현장을 데리고 다녔다는 이유에서였다.

직권남용 고소건은 서울중앙지검에서 군산지청으로, 군산지청에서 서울중앙지검으로 사건 처리 주체가 '왔다 갔다.' 하면서 1년 이상을 끌었다. 검찰은 직권남용 고소건도 무혐의 처분했다(2015년 6월). "증거가 불충분하다"라며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것이다. 대검에 넣었던 두 번의 진정도 소용없었고, 두 검사를 상대로 한 국가배상소송도 기각됐다.


“두 검사, 권리행사 방해, 체포, 감금 등 직권남용”

▲ 서울남부지검 청사 앞에 선 선창규씨. ⓒ 구영식
그렇다고 자신을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유통한 악덕업자'로 둔갑시킨 두 검사를 그냥 둘 수는 없었다. 검찰의 무혐의 처분에 불복해 직권남용 고소건을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했다(2015년 7월). 항고는 법원이나 검찰의 결정·명령에 불복해 이의를 신청하는 절차를 가리킨다.

하지만 이번에도 검찰은 항고를 기각했다(2월 15일). 결국, 선 씨는 대검에 재항고하는 절차를 밟지 않고 직접 법원의 판단을 구하기 위해 재정신청을 제기했다(2월 29일).

재정신청은 검사의 불기소 처분에 불복해 그 처분의 타당성을 가려 달라고 법원에 직접 신청하는 절차다. 고소사건의 경우 모든 죄에 재정신청이 가능하다. 법원이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인용') 검찰은 무조건 해당 사건의 공소를 제기해야 한다.

선 씨는 재정신청서에서 두 검사가 권리행사 방해, 체포, 감금 등 직권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먼저 그는 "두 검사는 1차 압수영장 대상 장소도 아닌 곳에서, 압수대상 물건도 아닌 물건을 압수 수색을 했고, 압수 수색한 후에는 압수물 목록을 교부하지 않았다"라며 "나를 체포할 당시 변호인과 연락하겠다고 했지만, 검찰 수사관이 내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변호인과 연락도 하지 못하게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선 씨는 "위법하게 압수한 조세포탈 관련 압수물을 내 동생 등으로 하여금 서울지방국세청 조사관 등에게 제공하게 해 직권을 남용했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검찰은 수사 당시 위법하게 수집한 세무 관련 자료들을 바탕으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에 세무조사를 의뢰했다(2009년 4월). 서울지방국세청의 세무조사와 검찰 고발, 검찰의 기소 등을 거쳐 선 씨는 추징금 '120억 원'(벌금 40억 원 포함)을 선고받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조세포탈 증거의 압수는 헌법과 형사소송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추징액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오점을 남겼다.

또한, 선씨는 재정신청서에서 "두 검사는 피의자를 체포 즉시 영장에 기재된 인치·구금 장소로 호송해야 함에도 나를 체포한 날 오후 2시까지 강남구의 (주)고객사랑마트와 (주)제이앤씨그린푸드 사무실로 끌고 다녔다"라고 말했다.

선 씨는 "사실은 농림부 장관은 SRM(소의 뇌 및 눈을 포함한 두개골, 척수를 포함한 척추, 편도, 십이지장에서 직장까지의 내장, 강간막)의 판매중단 조치만 취했고, 국립수의과학검역원도 SRM이 아닌 기타 살코기에는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았다"라며 "그런데 농림부와 국립수의과학검역원이 미국산 LA갈비를 포함해 폐기를 지시한 것처럼 내 구속영장을 허위로 기재했다"라고 주장했다.

▲ 2009년 4월 13일자 <한겨레> 기사. 당시 모든 언론들이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사건을 검찰발로 보도했다. ⓒ 구영식


“없는 사건을 만드는 청부검사들은 검찰을 떠나야”

이어 선 씨는 이상억 검사의 플리바기닝(유죄협상제도 혹은 자백감형제도) 의혹을 제기했다. 그는 "2009년 2월 10일부터 4월 3일까지 서울남부지검 710호실에서 나를 수사하면서 '자백하지 않으면 가족들의 씨를 말려버리고, 재산을 모두 빼앗아버리겠다, 당신이 자백하고 2·3년만 고생하면 가족들과 재산은 손대지 않겠다, 그리고 세무조사도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상억 검사가 "광우병 쇠고기 유통 사실을 자백하면 세무조사는 면제해주겠다"라며 한국에서는 불법인 플리바기닝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 씨는 당시 "나는 광우병 우려 쇠고기를 유통한 일이 전혀 없다"라며 수사검사의 위험한 제안을 거부했다.

특히 선 씨는 "이상억 검사는 (나를 배임수재, 축산물 가공처리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소한) 한 아무개에게 합의금으로 8억 원을 지급하라고 강요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3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도 "사실 내 사건의 핵심주제는 광우병 쇠고기가 아니라 7억 원과 50억 원 사이를 오간 합의금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선 씨는 무죄판결(1심과 2심)을 받은 광우병 우려 쇠고기 유통사건이 전북지역 최대 축산물 가공·유통업자인 박아무개씨와 서울남부지검 형사3부장을 지낸 '전관예우 변호사' 유아무개씨, 현역 검사들의 유착관계로 만들어졌다고 보고 있다. 그 유착 과정에서 최소 7억 원부터 최대 50억 원의 합의금이 거론됐고, 그가 이를 거부하자 검찰이 조세포탈 혐의로 추가로 기소해 결국 '120억 원의 세금폭탄'을 맞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런데 선씨가 마지막으로 선택한 재정신청이 법원에서 인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지난 2014년 재정신청 가운데 인용된 사건 비율은 0.98%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100건의 재정신청 가운데 1건만 인용된 것이다.

선 씨는 "인용될 가능성이 거의 없겠지만, 출세에 눈이 멀어 없는 사건을 만드는 '청부검사'들을 널리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재정신청을 냈다"라며 "검찰을 욕 먹이는 그런 검사들은 검찰조직에서 떠나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만간 서울고검과 부천지청 앞에서 1인시위를 벌일 계획이다.

한편 김석우 전 부장은 서울남부지검과 전주지검 부부장검사, 광주지검 공판부장, 남원지청장, 부산지검 형사1부장, 목포지청장, 법무연수원 교수 등을 거쳐 현재 서울고검 검사로 있고, 이상억 검사는 의정부지검 부부장검사, 광주지검 강력부장, 서울 서부지검과 동부지검 형사4부장을 거쳐 현재 인천지검 부천지청 형사1부장으로 있다.


출처  "없는 사건 만드는 청부검사들, 검찰 떠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