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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지폐 폐지? 기본소득? 황당공약 아니다

지폐 폐지? 기본소득? 황당공약 아니다
민중연합당 지폐발행 중단통한 지하경제 양성화
[민중의소리] 이상민 전문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1 11:25:30


총선이 며칠 안 남았다. 총선관련 뉴스가 홍수처럼 넘친다. 그런데 홍수가 나면 가장 부족한 것은 물이라고 한다. 깨끗한 물이 가장 부족하다. 정당의 정책은 언론의 관심꺼리가 아니다. 주로 ‘경마식 보도’에 그친다. 1번 말이 앞서다가 2번 말이 앞선다는 보도 말이다.

그리고 소수당 보다는 거대당에 치우친다. 국민들이 거대당에 관심을 가지니 어쩔 수 없다고? ‘프로듀스101’을 생각해보자. 최종 선정된 11명은 처음부터 카메라에 많이 잡힌 후보였다고 한다. 언론이 거대정당만 보도를 해서 더 거대화 된 건지, 그 반대인지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인 무의미한 논쟁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가장 언론에서 소외를 받는 것은 ‘소수정당의 정책’이라는 점은 부인 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총선에서 주목해야 할 원외정당의 정책 중, 기존 정당에서는 나오기 힘든 정책이지만 진지하게 생각해야 할 공약을 다뤄보도록 하겠다.

▲ 소수 정당의 의미있는 공약들. 민중연합당은 지폐발행 중단을 통한 지하경제 양성화(왼쪽)를, 노동당은 모든 구성원들에게 무조건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기본소득(오른쪽)을 제안했다. ⓒ민중의소리


민중연합당의 ‘지폐 폐지’ 공약

민중연합당은 창당된 지 몇 달 안 된 신생정당이다. 그래도 이번 선거에 정의당보다도 더 많은 총 56명의 후보를 지역구에 냈다. 민중연합당의 공약 중, ‘지폐 폐지’ 공약은 주목할 만하다.

기존언론은 지폐 폐지 공약 내용을 거의 다루지 않는다, 오마이뉴스에서는 ‘만우절 황당 공약’ 정도로 소개되었다.

그러나 지폐 폐지는 그냥 만우절 황당 공약으로 다루기에는 중요하고 현실적인 과제다. 이미 ‘현금 없는 사회’는 세계적으로 큰 이슈다.

네이버에서 “현금 없는 사회”로 언론검색을 하면 올해 들어서만 총 253건의 기사가 검색된다. 경향신문 (‘한국에서 현금이 사라진다면’), 중앙일보 (‘스웨덴은행, 덴마크 상점에선 현금 안 받아요’), 연합뉴스 (‘세계는 이미 현금 없는 사회’) 등등 보수신문, 진보신문 모두 크게 다루고 있다.

방송뉴스도 마찬가지다. KBS, SBS 모두 올해 ‘현금 없는 사회’ 소재의 기사가 나왔다. MBC가 올해 다루지 않은 이유는 이미 작년 10월에 ‘현금 없는 사회로 가는 유럽’이라는 기사를 방송했기 때문이다. ‘현금 없는 사회’라는 세계적 이슈에 국내 언론도 뜨겁게 호응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민중연합당은 현금 없는 사회를 이룩할 수 있도록 오만원권부터 단계적으로 지폐를 폐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우리나라는 ‘지하경제’ 규모가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면 ‘지상경제’는 현금사용 비율이 매우 낮다. 즉, 지폐를 폐지했을 때, 이익은 가장 큰 나라이면서 그 부작용은 가장 적게 된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덴마크는 올해부터 소매점이 현금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추진한다고 한다. 중앙일보는 스웨덴 대부분의 은행은 이미 현금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한다.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등은 일정이상의 현금거래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고 한다. 경향신문은 100달러 지폐를 폐지하자는 전 미국 재무장관의 말을 소개하면서 유럽 중심의 현금 없는 사회가 미국에도 상륙했음을 알리고 있다.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큰 쟁점이 되는 ‘지폐 폐지’에 우리나라 정치권이 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 정치권의 정책능력 부재를 방증한다.

물론, 현금 없는 사회는 부작용 없는 장밋빛 미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SBS는 현금 없는 사회는 이제 세계적인 대세라면서도 빅 브러더 출연이라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기사를 내보낸다. 맞는 말이다. 현금 없는 사회를 비판하자고 한다면 ‘빅 브러더’와 같은 진지하게 고민하는 것이 옳다.

만일 지폐를 폐지한다면 ‘빅 브러더’는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고 본다. 국세청의 권한은 일정 부분 강화하되 검찰, 금융당국의 칸막이는 지금보다도 높여야 한다. 물론 국정원의 국내 계좌추적권은 전면금지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지하경제 규모가 450조 원에 달하고 탈루 규모만 30조 원에 달한다는 연구가 있다. 이제 더는 피할 수 없는 주제인 ‘지폐 폐지’를 어떻게 현실에 적용하고 그 부작용은 어떻게 감소시킬 수 있는지 건설적인 논의를 시작했으면 좋겠다.


노동당, 녹색당의 ‘기본소득’

노동당, 녹색당의 ‘기본소득’은 그래도 ‘한겨레’,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등에는 그 내용이 간간이 소개되었다. 물론 보수 언론에는 거의 다뤄지지 않고 있다. 기본소득 내용이 다뤄진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진지하게 다뤄진다기보다는 먼 미래에 올 수도 있는 ‘꿈같은 이상향’ 정도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기본소득은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현실에서도 그리 멀리 있지 않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핀란드는 당장 내년부터 2년간 기본소득 도입 실험을 시작한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위트레흐트라는 지방 도시에서 기본소득 도입실험을 준비 중이라고 하며 스위스는 올해 6월 기본소득 도입 국민투표를 하는데, 국민투표에서 통과되면 모든 성인에게 약 매월 약 3백만 원을 지급하게 된다.

유럽만이 아니다. 뉴질랜드 제1야당인 노동당은 다양한 복지 수당을 없애는 대신 모든 성인에게 연간 약 900만 원의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 두뇌집단 브루킹스연구소조차 ‘기본소득을 진지하게 고려해볼 때’라는 글을 게재했다고 한다.

그래도 한 달에 30만 원 또는 40만 원 씩 준다는 노동당, 또는 녹색당의 공약은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기본소득이라고 모두 같은 기본소득은 아니다. 노동당의 기본소득은 모든 국민에게 월 3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다. 반면 녹색당의 기본소득은 노인, 장애인, 청년, 농어민 등에 월 40만 원을 지급하는 형태다. 기본소득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안이 있다는 얘기다. 그래도 여전히 그냥 몽상가들의 생각 같다고?

그럼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어떤가. 성남시의 청년 배당은 소득과 상관없이 특정 연령대의 모든 시민에게 연 100만 원을 지급하는 사실상의 기본소득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 현재는 24세의 청년을 우선 적용 하지만 23세, 22세, 등 계속 낮아져서 19~24세 청년에게 확대 적용될 계획이라고 한다. 우리나라도 이미 부분적으로 기본소득이 시행되고 있다는 의미다.

성남시도 이재명이라는 무언가 진보정당스러운(?) 시장이 있으니까 가능한 것으로 생각한다면 박근혜는 어떤가. 박근혜도 사실상 기본소득을 주장했다. 박근혜는 후보 시절에 소득과 재산이 적은 하위 70% 노인에게 약 9만 원 지원하던 기초노령연금을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 원을 준다는 공약으로 대통령이 당선되었다. 잘하면 이미 2013년에 65세 노인부터 기본소득이 지급될 수도 있었다.

물론, 기본소득은 만능도 아니며, 복지가 꼭 기본소득 형태로 이뤄져야 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기본적인 복지 시스템 형식은 충분히 갖춰져 있다.

최저생계는 기초생활수급으로 해결하고, 실직자는 고용보험, 근로 빈곤층은 EITC(근로장려세제), 의료비는 국가 의료보험으로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형식과는 달리 실제 운용에는 허점(루프홀)이 많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있는 제도를 고쳐 쓰면 어떨까? 예를 들어 기초생활수급자의 의무부양제를 폐지하고 최저보장수준을 중위소득의 약 50%까지(현재 29%) 올리면 누구나 최저생계는 가능해진다.

근로 빈곤층에게 일정한 금액을 보조해주는 EITC 제도를 청년 단독가구까지 확대하고 보조금 액수를 올리면 근로 빈곤층 문제도 해결된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의료보험의 미가입자를 없애고 보장성을 강화하면 생활고 문제로 자살하는 사람은 대부분 없앨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기본소득 없이도 충분한 복지를 갖출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민중연합당을 제외하고 다른 두 진보정당에 EITC 확대가 공약으로 들어 있지 않은 부분은 아쉽다. 두 진보정당은 기본소득이나 최저생계비 인상과 EITC 제도와 상충한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그러나 기본소득과 EITC 같은 기존 복지제도는 상충적인 제도가 아니다. 서로 상보적인 제도다. 기존복지제도 강화를 좋아하는 시민들도 기본소득의 이상과 제도를 배척하지 않았으면 하고 녹색당과 노동당도 기본소득을 공약으로 내세웠다고 해서 EITC 같은 제도를 무시하지 않았으면 한다.

정책대결을 통해 정책논쟁이 축제처럼 벌어지는 총선은 언제나 올 수 있을까.


출처  지폐 폐지? 기본소득? 황당공약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