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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20대 국회가 6개월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할 2대 경제 개혁 과제

20대 국회가 6개월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할 2대 경제 개혁 과제
[민중의소리] 이완배 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4-17 17:43:37


“시장이 만능”이라는 철학을 가졌던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가 있다. 이 사람이 한 말 가운데 공감했던 것이 거의 없는데, 유일하게 고개가 끄덕여진 대목이 바로 이것 하나였다.

“어느 권력이건 새 권력이 성공하려면 반년 안에 개혁을 끝내야 한다.”

20대 총선이 여소야대로 마무리됐다. 비록 ‘아직은’ 의회 권력의 교체 단계일 뿐이지만, 의회 권력만으로도 우리의 경제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것이 너무도 많다. 하지만 시간이 4년이나 남았다고 한가해, 할 겨를이 없다. 한국은 여전히 재벌이 지배하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먼의 지적대로 ‘새 권력이 성공하려면 반년 안에 개혁을 끝내야’ 한다.

수많은 과제가 있지만 시급한 경제 개혁 과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 시절 ‘비즈니스 프렌들리’ 한답시고 깎았던 최고 법인세율을 시급히 원위치하는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더민주의 총선 공약이기도 한데) 공익재단을 이용해 편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해왔던 재벌의 관행을 법으로 제어하는 것이다.


만만찮은 재벌의 반격과 참여 정부 때의 아픈 기억

의회 권력은 교체됐지만, 재벌은 굴복할 기세가 아니다. 총선이 끝나자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상위 0.1% 기업이 전체 법인세 65%를 내고 있고, 신고 대상 기업 중 절반은 세금을 안 내고 있다. 세율을 올려 경기 불씨를 꺼뜨리기보다는 세원을 확대하는 작업부터 해야 한다”면서 법인세 인상 조짐에 벌써 거부감을 드러냈다.

17일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아예 양대지침(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회원사들에 내려보냈다. 노동악법의 국회통과가 불투명해지자 박근혜 정부가 앞세운 양대지침을 현장에서부터 밀어붙이겠다는 속내를 드러낸 셈이다.

▲ 재계가 주도한 이른바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천만 서명운동’ 행사장에서 서명하는 박근혜 ⓒ뉴시스


재벌은 언제나 이렇게 행동했다. 그래서 신속한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억을 되감아 보면, 심지어 가장 개혁적이었다는 참여정부 시절에도 개혁적 경제정책은 번번이 이들 재벌의 반발에 후퇴했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에서 국민경제 비서관을 지낸 정태인 칼 폴라니 연구소장은 당시 상황을 이렇게 회고한다.

“우리는 대통령의 마음을 사로잡을 정도의 실력도 없었고, 바깥의 시민사회와 청와대 안의 참모들을 조직해서 대통령을 설득할 정도의 정치력은 더더구나 부족했다. 임기 초 정책목표를 국민 소득 2만 달러로 잡아야 한다는 삼성과 이광재의 주장을 놓고 논쟁을 벌였던 것에 이어 또 한 번 정책 기조를 놓고 정면 대결을 벌인 셈이었다. 그런데 대통령은 시장의 길을 택했고 결국 그 기조가 한미 FTA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 《리셋 코리아_18대 대통령이 꼭 해야 할 16가지 개혁과제》 서문 중 -


국가 재정 거덜 나기 직전…법인세율 원위치가 시급한 이유

한국 경제는 여전히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수출 부문의 부진은 처참하다. 한국은 지난달까지 무려 15개월 연속 수출 감소세를 이어갔다. 4월 수출도 10일까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5.7%나 폭락했다.

결국, 해법은 내수에서 찾아야 한다. 수출은 국제경기에 반응하는 것이므로 더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따라서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재정 정책을 펼쳐야 한다. 문제는 재정정책을 펼칠만한 재원이다. 박근혜 정부는 여전히 “증세는 없다”며 완고하게 버틴다. 잘못하면 정부 재정이 정말로 거덜이 날 위기가 다가왔다. 방법은 하나다. 이명박 정부가 내렸던 최고 법인세율을 다시 원위치하는 것이다. 이것은 국회가 할 수 있는 일이다. 법인세법을 개정하면 된다.

▲ 박근혜의 "증세없는 복지" 발언 논란 속에 지난해 2월 참여연대와 경실련,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등 5개 단체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공평과세 원칙과 복지국가 건설을 위한 법인세 인상을 촉구했다. ⓒ김철수 기자


현재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중앙정부 기준)은 22%다. 원래 25%였던 것을 이명박 정부가 22%로 내렸다. 이 최고세율은 1년 순이익(과세표준)이 200억 원을 넘는 대기업들에만 해당한다. 법인세율을 높인다고 중소기업 경기가 절대 위축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대기업 경기가 위축될 우려는 없냐고? 전혀 없다. 30대 재벌이 깔고 앉은 현금성 자산만 700조 원이다. 지금 한국 경제의 문제는 재벌이 보유한 돈이 실물 경제로 안 흘러들어서 생긴 것이지, 이들이 돈을 덜 벌어서 생긴 것이 아니다.


공익재단의 돈은 재벌이 아니라 공익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시급히 의회가 해야 할 일은 성실공익법인 제도를 폐지하는 것이다. 더민주의 총선 공약도 이것이었다. 성실공익법인제도를 폐지해 공익재단이 계열사 지분을 5% 이상 보유하면 모두 상속·증여세의 과세 대상이 되는 방안을 공약에 제시한 것이다.

현행 상속·증여세법에 따르면 재벌들이 운영하는 공익재단은 계열사 지분 5% 미만을 인수할 때만 면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재단이 성실공익법인으로만 지정되면 계열사 지분 10%까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재벌들은 이 법의 허점을 교묘하게 파고든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5월 삼성문화재단과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이사장에 올랐다. 그리고 이 두 재단은 지난해 기획재정부로부터 성실공익법인으로 지정을 받았다. 계열사 지분 10%까지 상속세와 증여세를 내지 않을 권리를 법적으로 취득한 것이다.

공익재단에서 이사장이 누리는 권한이 상상을 초월한다. 공익재단은 주식회사가 아니므로 무조건 이사장이 전권을 휘두르는 구조다. 재벌들은 계열사 지분의 상당량을 공익재단에 몰아준 뒤 재벌 2, 3세를 이사장으로 앉힌다. 그래서 재벌 2, 3세들은 증여세나 상속세 없이 편안하게 이들 공익재단이 보유한 지분의 권한을 누린다.

일례로 지난해 삼성그룹은 통합 삼성물산의 출범 이후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강화된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이 때문에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 주를 매각해야 했다. 그런데 삼성SDI는 이 중 200만 주를 삼성생명공익재단에 팔아버렸다. 이때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이재용의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쓴 돈은 무려 3,000억 원이었다.

현재 재벌 산하 공익재단이 보유한 계열사 주식은 사실 그 출처부터 매우 비정상적인 것이었다. 예를 들어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은 2006년 현대글로비스에서 비자금 사태가 터진 직후 1조 원의 개인 재산을 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이 중 5,871억 원어치 주식을 정몽구재단에 기부했다. 그 주식은 당연히 정 회장 일가의 지배권 강화에 사용됐다. 죗값으로 기부한 돈을 자신의 지배권 강화에 쓰는 건 어느 나라 상식인가?

지난해 5월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30대 그룹 중 22개 그룹의 35개 공익재단이 118개 계열사의 지분을 가진 것으로 밝혀졌다. 공익재단을 이용한 부의 편법 승계가 일반화됐다는 이야기다.

삼성그룹의 경우 4대 공익재단이 보유한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 가치는 5조 원이 넘는다. 이 5조 원어치의 지배권은 고스란히 이재용 부회장이 갖는다. 게다가 이 주식에는 상속세와 증여세도 부과되지 않는다. 이 주식은 이재용을 넘어서서 4세, 5세까지 그들의 지배권을 강화하는 데에 사용될 것이다.

관련 법령을 시급하게 개정해야 한다. 성실공익법인제도만 폐지해도 앞으로 재벌들이 이런 편법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하게 제어할 수 있다. 일단 이 단계를 거치고 나면 공익재단을 통한 경영권의 편법 승계 자체를 근본적으로 제어할 방안을 찾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한국의 재벌들은 의회 권력이 세상을 바꾸려는 시도에 호락호락 고개를 숙이고 기다릴 자들이 아니다. 국민이 던진 소중한 한 표가 세상을 바꾸는 경험, 그 성취가 빠른 속도로 이뤄져야 국민은 다음 투표에서도 변화와 진보를 위해 표를 던질 마음을 갖는다.


출처  20대 국회가 6개월 안에 반드시 끝내야 할 2대 경제 개혁 과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