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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고향에서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된 독재자

고향에서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된 독재자
독제자 박정희 뮤지컬?
[민중의소리] 황대철 (구미참여연대 공동대표) | 최종업데이트 2016-05-01 14:09:07


“어깨에 손 얹지 마세요”

나이 드신 어른 어깨에 함부로 손을 얹는 버릇없는 손녀, 손자를 타이르는 말이 아니다. 구미시 상모동에 위치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생가에 설치된 박정희․육영수 전 대통령 부부의 실물 크기 포토존에 적혀 있는 글귀이다. 방문객이 사진을 찍으면서 어깨에 손을 얹는 것조차 ‘그들’은 불경스럽게 여긴다. 그런 ‘그들’은 누구일까? 정확하게 누구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분명한 한 사람이 있다. 남유진 구미시장이다.

구미시장에 내리 3선에 성공하고 박정희를 ‘반신반인(半神半人)’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칭한 그가 박정희 관련 사업들 대대적으로 펼치고 있다. 전임 김관용 현 도시사가 시작한 박정희 관련 사업의 시작은 2002년 구미체육관을 ‘박정희 체육관’으로 개명한 일이었다. 그리고 ‘박정희로’가 생기고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민족중흥관’, ‘보릿고개 체험관’ 등의 건물이 박정희 생가 주변에 하나, 둘 생기기 시작하더니 2011년에는 박정희 동상이 건립되었다. 그리고 그 정점이 ‘박정희 탄생 100년’인 2017년이 될 것 같다.(그들은 ‘100주년 탄신제’라고 한다)

▲ 경북 구미시 상모동 독제자 박정희(다카키 마사오) 생가의 박정희-육영수 포토존 ⓒ구미시


박정희를 ‘반신반인’이라 칭하는 남유진 구미시장

구미시는 지난 2014년부터 박정희 생가 공원화 사업과 새마을 테마 파크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정희 생가와 그 인근 지역 약 10만 평의 부지에 박정희 역사 자료관, 새마을 전시관, 글로벌관, 연수관 등 각종 시설 배치하는 계획이다. 전체 예산이 1,000억을 넘어선다. ‘박정희 100주년’인 2017년이 완공 목표다. 그동안 국비 지원을 받지 못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다가 박지원·이철우 의원 등 ‘국회 동서화합 포럼’ 의원들의 지원으로 국비가 확보되면서 사업에 탄력을 받고 있다.

더불어 구미시는 2015년 10월부터 전체 조직을 동원하여 ‘박정희 100주년’사업을 기획하고 있다. 시비와 도비 등 약 40억 원을 들여 국제학술대회 개최, 뮤지컬 공연, 기념우표·기념주화 발행, 사진전시회, 불꽃축제, 휘호집과 근대화 관련 책자 발간 등의 사업이 계획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사업이 28억 원의 시비로 추진되는 ‘박정희 뮤지컬’이다. 2017년 ‘박정희 100주년’ 기념으로 대형 뮤지컬을 제작해서 박정희 생가-새마을 테마파크-박정희 뮤지컬을 묶어 구미의 대표 관광 상품으로 개발하겠다는 것이 구미시의 논리이다.

그런데 브레이크도 없이 추진되던 ‘박정희 우상화’ 사업에 드디어 시민들이 의문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경제성장의 주역’이라는 일방적인 우상화 뒤에 독재와 인권탄압의 짙은 그늘이 드리워진 ‘박정희’를 구미시의 브랜드로 만들어 역사관광 상품화하겠다는 구미시의 논리에 시민들이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한 것이다.

▲ 2015년 11월 14일 오전 경북 구미시 상모동 독제자 박정희(다카키 마사오) 생가 기념공원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98회 박정희 대통령 탄신제'에서 남유진 구미시장이 기념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전자산업 도시 구미, 미래 버리고 과거로 가나

구미시는 전자산업 도시다. 그런데 전자산업의 상징 도시로 성장하던 구미지역의 경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국제적인 경기 침체기에 어느 지역이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구미 공단의 수출액이 2003년 수준으로 하락하고 구미 주력 산업인 전자통신 장비산업이 국외로 혹은 수도권으로 이전하면서 구미 경제는 막대한 타격을 받고 있다. 늘어가던 인구도 42만 명을 정점으로 꺾이기 시작했다. 더구나 신성장 산업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말들이 늘어가고 있다.

이 와중에 꺼내든 구미시의 ‘박정희’ 브랜드화와 ‘박정희 뮤지컬’은 구미시가 미래가 아니라 과거로 달려가는 잘못된 행정이라는 인식을 시민들에게 확산시키고 있다. 첨단산업의 도시 이미지는 어디로 가고 침체되는 경기 속에 ‘박정희’ 도시라는 비아냥거림이 구미의 미래까지 망치고 있다는 인식이 늘어가고, 무상급식을 비롯해 다른 지역에서 보편적으로 실시되는 주민 복지 정책이 계속 거부되고 있는 마당에 28억이라는 거액을 들여 ‘박정희’를 우상화하는 뮤지컬을 만들겠다는 구미시의 논리가 시민들을 화나게 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남유진 시장은 멈출 것 같지 않다. ‘박정희 등굣길 따라 걷기’, ‘박정희 소나무 막걸리 주기’, ‘박정희 테마 밥상’ 등 비아냥거림거리 밖에 안 될 박정희 우상화 사업을 계속 추진하면서 과거로 가는 ‘착각 열차’를 몰고 있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몰표를 던지는 지역의 빗나간 정서에 기대어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챙기려는 그의 박정희 마케팅은 계속 될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의 정치적 사익을 위해 지역 전체를 몰락으로 몰고 갈 ‘뻘짓’이 될 것이다. 이제 제발 멈추어야 한다.

▲ 2011년 11월 14일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전 대표,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등이 경북 구미시 상모동 독제자 박정희(다카키 마사오) 생가에서 개최된 '박정희 대통령 제막식'에 참석했다. ⓒ경북도 제공


출처  [기고] 박정희 뮤지컬? 고향에서 반신반인(半神半人)이 된 독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