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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에 썼길래, 변호사 수임료가 20억원?

‘정운호 재판’ 브로커 수사…법조로비 태풍 부나
정씨, 검찰·법원에 구명로비 정황
브로커 통해 담당 재판장 식사대접
법원로비는 실패, 검찰로비는 성과
검찰, 형량 낮추고 보석신청도 용인

[한겨레] 최현준 서영지 기자 | 등록 : 2016-04-28 19:35 | 수정 : 2016-04-28 21:40


▲ 정운호 '구명 로비' 의혹 쟁점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검찰이 정운호(51)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브로커 역할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건설업자 이아무개씨에 대해 수사하고 있다. 이씨가 정 대표의 재판 과정에서 현직 법조인들과 접촉한 정황이 있는 만큼, 법조 로비 사건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28일 검찰 및 법조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원석)는 이날 이 씨에 대한 소환 조사에 나섰다. 이 씨는 사건 알선 등 명목으로 9억 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번 수사에 대해 “이 씨에 대해 예전부터 진행하고 있던 수사다. 정 대표와는 관계없다”는 입장이지만, 이씨가 검찰에서 하는 진술 등에 따라 법조 로비 관련 조사로 확대될 수 있다.

정 대표의 법조 로비 의혹은 정 씨의 항소심 사건을 맡았던 최 아무개(46) 변호사가 지난 15일 정 씨를 폭행 혐의로 경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상습 해외원정도박으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정 씨는 최 변호사를 항소심 변호인으로 선임해 수임료 20억 원을 건네고 성공보수로 30억 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보석신청이 기각되고 항소심에서 징역 8개월이 선고되자 정 씨는 20억 원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 최 변호사가 수임료 반환을 거부하자, 정 씨는 최 변호사에게 욕설하고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임료 20억 원을 놓고 불거진 갈등은 전관 변호사의 ‘법조 로비’ 의혹으로 옮겨붙었다. 최 변호사가 과다 수임료를 받은 경위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정씨가 검찰과 법원에 구명을 위한 광범위한 로비를 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에는 보석 신청 의견서를 유리하게 써줄 것과 구형량을 낮춰 달라고 부탁하고, 법원에는 자신의 지인인 브로커를 통해 담당 재판장에게 식사 접대를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정 씨의 법원 로비와 검찰 로비 정황은 제법 구체적이다. 정 씨의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임 아무개 판사는 지난해 12월 브로커로 지목된 이아무개씨와 서울 강남구의 한 일식집에서 식사했다. 임 판사는 뒤늦게 정 씨 사건이 자신에게 배당된 것을 알고 다음 날 다른 부로 사건 재배당을 요청했다. 그러자 정 씨 쪽은 재배당 사건 재판장을 접촉하기 위해 평소 ‘형님’이라고 부르는 수도권의 한 판사를 통해 로비를 부탁했다. 하지만 정 씨의 보석신청은 기각됐고, 2심에서도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반면 정씨가 검찰에 벌인 로비는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도박사건에서 이례적으로 항소심 구형량을 낮춰줬으며, 보석 관련 의견서에도 사실상 보석으로 풀어줘도 상관없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전달했다. 검찰은 2014년 11월과 지난해 2월 정 씨의 도박 혐의와 관련해 조사했으나 무혐의 처분을 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애초 제보자가 수사 과정에서 진술하지 않고 증거도 찾지 못해 무혐의 처리한 것”이라며 “전관 변호사의 영향력이나 로비로 인해 사건이 왜곡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 대표는 결국 지난해 10월 상습 해외원정도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현재 서울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 사건 진상조사에 나선 상태이며, 다음 달 13일까지 정 대표 쪽과 최 변호사에게 소명서를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출처  ‘정운호 재판’ 브로커 수사…법조로비 태풍 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