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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증세, 한다면 ☐☐☐를 올려라!

증세, 한다면 □□□를 올려라!
[민중의소리] 이상민 전문기자 | 최종업데이트 2016-05-29 12:06:21


재정이 부족하다고 한다. 누리과정 예산이 이슈가 되고 국가부채가 1천조원이 넘는다고 한다. 결국은 돈이 문제다. 복지에도, 교육에도, 일자리에도 예산을 충분히 쓸 수 없는 것은 재정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재정을 늘리려면 증세가 사실상 유일한 대안이다. 물론,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눈먼 예산’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OECD 국가에서 GDP대비 예산지출금액이 가장 적은 나라다. 애초에 쓸 돈 자체가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마른 수건도 더 짜보는 노력이야 해야겠지만 그 한계는 명백하다.

그럼 어떤 세목부터 증세를 할 수 있을까? 혹시 ‘조세 수건’도 이미 바짝 말라서 증세를 할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닐까? 그렇지는 않다. 기자가 일하고 있는 나라살림연구소는 지난 24일 ‘19년간 세목별 조세부담률’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행 국민계정 자료를 통해 각 세목별 경제적 소득을 도출하고 각 세수와 비교하였다. 즉,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법인소득 대비 법인세수금액, 소득세 조세부담률은 가계소득 대비 소득세수금액으로 정의하였다. (졸고 원본은 나라살림보고서 제3호 -19년간 세목별 조세부담률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19년간 법인세 부담은 하락, 소득세 부담은 상승

우선 지난 19년간 법인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즉, 법인은 부자가 되었는데, 그에 비례할만큼 세금이 늘어난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지난 1997년 우리나라 전체 법인소득은 39조원인데 9.4조원의 법인세를 부담했다. 법인세 조세부담률(법인소득 대비 법인세수)은 24%였다. 그런데 작년(2015) 법인소득은 249조원이었는데, 부담한 법인세는 45조원이다.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18%가 된다. 법인소득은 532% 증가했으나 법인세는 377% 증가에 그친 것이다. 그 결과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19년 사이 6%포인트나 낮아졌다.

김대중 정부 때,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27%였다. 노무현 정부는 23%, 이명박 정부 20%, 박근혜 정부 시절은 18.4%로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낮아졌다.

▲ 김대중정부 이후 법인소득(하늘색), 법인세수(녹색), 법인세조세부담률(연 평균, 선그래프).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경우 5년 합계이며, 박근혜 정부는 3년간 합계를 표시하였음. (자료제공 : 나라살림연구소)


반면 19년간 소득세 부담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즉, 가계소득이 늘어난 것 이상으로 소득세를 더 냈다.

1997년도 가계소득은 324조원이었다. 소득세수는 15조원으로 소득세 조세부담률은 4.6%였다. 그런데 작년(2015년) 소득세 조세부담률은 7.4%였다. 가계소득은 19년동안 152% 증가했는데 소득세수는 308% 더 증가했기 때문이다. 김대중 정부기간 4.7%, 노무현 정부 5.4%, 이명박 정부 6%, 박근혜 정부 6.9%로 평균 소득세 부담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한마디로 법인세는 ‘세율인상’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김대중 정부 시절 법인들은 소득의 27%를 법인세로 납부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18%만 납부한다. 그 사이 법인들의 소득이 줄어든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법인세율을 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법인세율을 낮추지 않았는데?

여기서 하나 짚어둘 것이 있다. 박근혜 정부는 김대중 정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를 포함해서 유일하게 법인세율을 인하하지 않은 정부다. 오히려 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최저한세율을 인상하여 작긴 하지만 증세조치를 하기도 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진영은 박근혜 정부가 법인세를 올리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것은 정당한 비판인가?

그렇다. 정당한 비판이다. 법인세 조세부담률을 보면 그렇다.

운전초보자가 하는 실수가 있다. 똑바로 가고 싶어서 핸들을 평행으로 했는데도 차가 오른쪽으로 갈 때가 있다. 그럴때는 핸들을 왼쪽으로 꺾어야 똑바로 갈 수 있다. 핸들의 위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차가 똑바로 가는지가 더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는 법인세율을 인하하지 않았다. 그러나 법인세 부담률은 이명박 정부 시절의 20%보다 더 하락한 18.4%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법인세 조세부담률이 20%에도 못미치는 최저수준이 되었다면 핸들을 왼쪽으로 더 꺾어야 한다. 법인세율을 올려 최소한 늘어난 법인 소득만큼의 법인세수를 확보해야 한다.


소득세 조세부담율은 19년간 큰 차이 없어

그럼 소득세는 어떨까? 가계소득이 오른 것 보다 더 소득세가 올랐으니 ‘봉급쟁이는 봉’이라는 사실이 증명된 것일까?

세부적으로 분석해보면 꼭 그렇지는 않다. 소득세는 많이 벌수록 그 세율이 높아진다. 그러니 소득이 늘어나면 그 비율에 비해 세금을 조금 더 내게 된다. 소득 증대폭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의 세수 증대는 정상이라는 의미다. 근로소득세 조세부담률은 지난 2008년 3.7%였고 2013년 4.0%이니 이 정도는 정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2014년엔 4.5%로 0.5%p 상승했다. 이는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연봉 1억원 안팎의 고소득자의 세부담이 급증해서 생긴 변화다.

근로소득자가 봉이라는 항간의 인식과는 달리 대개 자영업자들이 내는 종합소득세 조세부담률은 6%대다. 4%대인 근로소득세 조세부담률보다 오히려 높다.

결국, 일부 최고소득자나 재산소득 위주의 증세여력은 남아있지만 소득세율 자체를 올릴 여지는 없어 보인다.

어떤 세금을 올리고 어떤 세금을 내려야 할지는 경제적 환경을 정확히 진단하고 판단해야 한다. 지난 19년간 법인세 조세부담률은 지속적으로 하락해서 법인세는 법인소득 증대분에도 못 미친다. 이는 가계소득 증대분을 초과하여 상승한 소득세와 대조된다. 지금 증세를 해야한다면 답은 하나다. 법인세율을 올리자.


출처  증세, 한다면 ☐☐☐를 올려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