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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 시절’ 방불케 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중형 선고

‘독재 시절’ 방불케 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중형 선고
[한겨레] 사설 | 등록 : 2016-07-04 17:51 | 수정 : 2016-07-04 20:51



법원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것은 매우 과도하다. 시위에서 일부 폭력이 발생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집회가 열릴 수밖에 없었던 열악한 민생 현실과 유사 사건 형량을 고려하면 과연 합당한 판결인지 의문이다.

정부가 도탄에 빠진 민생을 외면할 때, 국정교과서로 역사를 되돌리려 할 때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당연한 권리다. 그러나 정권은 물대포에 쓰러진 농민의 절규는 외면한 채 쇠파이프만 부각하며 과잉대응했고, 그 희생양으로 찾은 게 한 위원장이었던 셈이다.

한 위원장 사건은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이 우려를 표명할 정도로 국내외에서 노동탄압과 민주주의 후퇴를 상징하는 사건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지난해 11월14일의 집회 이후 12월의 2차 집회가 평화적으로 마무리됨으로써 사실 수사기관의 엄중 처벌 명분은 많이 약화됐다. 그런데도 경찰은 소요죄 적용을 검토하는 등 무리수를 두었고 검찰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징역 8년을 구형해 정권에 대한 충성 경쟁을 방불케 했다. 결국 법원마저 중형을 선고해 과연 우리 사법부가 정권에 맹종하는 검경의 폭주를 제대로 견제하고 있는 것인지 심각한 우려를 하게 만든다.

그에게 적용된 혐의를 보면, 세월호 1주기 추모나 ‘노동개혁’ 저지, 총파업 결의, 민중 총궐기 등을 위해 집회·시위를 주도한 것과 이 과정에서 발생한 공무집행방해치상 등이다. 비정규직을 확산시키는 법을 ‘노동개혁’이란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데 저항하는 건 민주노총 위원장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몫이다.

법리적으로도 “다른 사람의 불법행위로 야기된 손해에 집회 주최자로서 책임지도록 하는 것은 과도하고 불합리하다”는 유엔 특별보고관의 지적처럼, 과연 진압경찰 부상 책임까지 집회 주최자에게 물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현행범 체포 편의를 위해 경찰이 집시법보다 형량이 높은 교통방해죄를 적용해온 관행을 재판부가 여전히 받아들이고 있는 것에 더해, 차벽 쌓은 경찰 대신 시위대에 교통방해 책임을 물은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잘못된 국정 운영에 대한 민심의 비판에 귀를 틀어막은 정권이 ‘법 기술자’들을 내세워 탄압해온 독재 시절의 악습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출처  [사설] ‘독재 시절’ 방불케 하는 민주노총 위원장 중형 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