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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이럴수가/정치·사회·경제

삼성보다 이익률 높은 한전의 ‘돈 잔치’

삼성보다 이익률 높은 한전의 ‘돈 잔치’
폭염에 웃는 한전... 국민 고통이 매출로 이어지는 전기요금 체계 바꿔야
[오마이뉴스] 글: 안호덕, 편집: 김예지 | 16.08.24 05:38 | 최종 업데이트 16.08.24 05:38


▲ 전국 전 지역에 첫 폭염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서울 영등포구 쪽방촌 거주민 방 온도가 39도까지 치솟고 있다. ⓒ 연합뉴스

한전은 이 더위가 이어지길 바랄까 그치기를 바랄까 궁금하다. 전력 수급에 연일 이상 신호가 켜지고 블랙아웃이 당장에라도 일어날 것 같은 위기라면 한전은 폭염이 끝나길 바랄 것이다. 그러나 전력 예비율이 안정적으로 관리된다면, 40년 만에 찾아온 더위도 싫지만은 않겠다는 생각도 든다. 에어컨을 켜지 않으면 잠들기 힘든 열대야가 계속되고 있다. 한전의 막대한 이익도 눈덩이처럼 불어나리라 예측하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다.

2015년 한전은 11조3467억 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이 중 2조 원을 주주들에게 현금 배당했다. 최대주주가 산업은행(33%) 기획재정부(18.2%) 외국인(33%)임을 고려한다면 정부와 외국인들에게 배당 잔치를 한 셈이다. 외국인에게 지급된 배당금만도 6천억 원 이상이란 계산이 나온다.


한전은 이 폭염이 싫을까, 좋을까

올해는 작년에 기록한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6조 3,098억 원이다. 전기 사용량이 7∼9월 3개월 동안 가장 많은 것을 고려한다면 영업이익의 기록 경신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상반기인 1∼6월까지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0.6%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45.8% 폭증했다. 우리나라 상장기업의 평균 이익률이 5%인데 비하여 한전은 4배가 넘는 20.4%를 기록했다. 16.2%를 기록한 삼성전자보다 나은 수준이다. 2015년에 이어 2016년 최대 이익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에서, 폭염이 한 달 이상 계속된 하반기는 한전의 호황기가 될 것이다.

낮아지는 전기 매입 가격, 변함없는 판매 가격. 폭염에 판매량마저 급증하고 있으니 호황의 3대 조건을 두루 갖춘 셈이다. 여기에 더해 6단계 11.7배에 이르는 가정용 전기 누진제에 대해 비난 여론이 빗발치자, 박근혜가 나서서 누진구간 50kWh 상향조정으로 입막음했으니 더는 문제 될 것이 없다. 누진구간 상향조정으로 인한 손실액 4,200억 원 예상. 그러나 2015년 외국 주주 배당금의 2/3에 지나지 않는 금액이다. 올해 벌어들일 천문학적인 이익으로 본다면 조족지혈이란 표현이 무색하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사들이는 기준인 계통한계가격(SMP)은 2015년 101.76원(kWh당) 수준이었다. 2013년 151원(kWh당). 2014년 142.26원(kWh당)에 비하면 2/3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015년 사상 최대의 이익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는 네 차례 19.6% 전기요금을 인상했다. 그때마다 서민 생활을 고려 최소한 인상이라고, 원가 연동제를 도입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국제 유가가 오른 만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 더 많이 올려야 하는데 국민 살림살이 때문에 조금만 올렸으니 아무 소리 말고 받아들이라는 무언의 압력이었던 셈이다.


사상 최대의 호황 한전, 계산은 국민의 몫

그러나 국제유가가 폭락하자 원가 연동제를 도입하겠다는 공언은 다시 입 밖에 내지 않았다. 2013년 계통한계가격(SMP) 151원(kWh당)에 비하면 2016년 6월 65.31원(kWh당)으로 60% 이상 낮아졌다. 원가 연동제가 시행되었다면 전기 요금은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말을 바꿨다. 유가 변동 폭이 커지면 전기요금이 출렁일 수 있다는 이유를 들어 원가 연동제 도입을 반대하고 나선 것이 산자부였다.

치졸한 말장난이다. 6월 전기 도매가격 kWh당 65.31원, 단순 계산만으로도 주택용 요금 누진 2단계(kWh당 125.9원)는 2배 가까운 차익이 생긴다. 국민이 가장 많이 속해있는 누진 4단계는 4.3배의 차익이 남는다. 그런데 산업용 전기는 하루 10시간을 원가보다 낮은 kWh당 53.7원으로 계산한다(산업용 을, 고압 C, 선택 Ⅲ, 경부하 시간대(23:00∼09:00)). 원가 연동제 도입 운운하며 수차례 전기요금을 인상해 놓고, 원가 폭락에는 국제 유가 오를 것을 대비해서 못 내리겠다니. 국민을 봉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러지 못한다.

2015년 한전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봤다. 대기업에 하루 10시간 원가 이하로 공급하고서도 11조 이상의 이익을 얻었다. 이 돈으로 대주주와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잔치를 벌였다. 올해의 배당잔치, 돈 잔치는 더 커질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이 한시적 누진제 구간 확대가 아니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도 필요하지만, 전부가 될 수는 없다. 낭비를 막는다는 핑계로 국민을 징벌적 누진제에 가두면 안 된다. 불합리를 바로잡아야 한다.

전기요금 개편 절대 불가를 외치던 산자부와 한전도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꿨다. 이정현 새누리당 신임 대표의 건의를 박근혜가 받아들인 것이 지난 8월 11일이다. 정부와 여당은 금방이라도 전기요금 체계의 개편이 이루어질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각종 언론도 실효성이나 진정성을 검증하기보다 2,400억 원이라는 액수와 '통 큰' 누진제 완화에 초점이 맞췄다. 그리고 8월 18일 전기 요금 체계 개편을 위한 첫 당정 태스크포스(아래 TF)가 꾸려졌다. 에너지 바우처 제도의 도입 등 개편 방안도 속속 발표되고 있다.


기대보다 실망이 큰 전기요금 개편논의

▲ <표1> 주택용 전기요금 한시적 부담 경감방안 ⓒ 연합뉴스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선다. 박근혜 말 한마디에 마련된 '선물'이 누진제 구간을 50kWh 늘려주는 것이다. 4,200억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올여름 폭염으로 인한 누진제 폭탄을 피할 수 없다. 한시적 미봉책에 불과하다. 누진제를 개편하겠다던 박근혜의 공약과도 어긋난다. (관련 기사 : '전기요금 누진제 개선', 사실 박근혜 약속이었다)

꾸려진 TF팀의 구성도 그렇다. TF 공동위원장을 맡은 손양훈 인천대 교수의 경우 오랫동안 전력 민영화를 주장한 인물이다. 누진제 개편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전력 민영화나 누진제의 부분적 손질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또 여당과 정부인사. 한전 관계자와 여당의 에너지 정책을 옹호해 왔던 인물들 위주로만 TF를 꾸려서도 될 일도 아니다. 국민의 요구를 대변할 수 있는 시민단체와 전문가 등도 참여해야 한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은 전 국민의 요구다. 시혜를 베풀 듯이 일시적 완화책을 내놓아 끝낼 일이 아니다. 국민의 고통이 공기업의 매출로 이어지는 전기요금 체계, 늦었지만 바로잡아야 한다. 국민이 언제까지 대기업 전기요금을 보조해 주고, 대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배당금까지 챙겨 줄 수는 없는 일이다. 또 한 번의 배당 잔치와 돈 잔치가 열리기 전에 바로 잡아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이 그때다.


출처  삼성보다 이익률 높은 한전의 '돈 잔치'